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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현아 Mar 21. 2024

'나만'에서 '나는'으로

일상 기록

2024.03.21.

  종종 피해의식을 가지는 경향이 있다. '나만 왜 싫어할까?', '나만 왜 이러고 살까?'와 같이 판단을 사실로 취급하고 혼자 쓸쓸해하는 경우가 많다. 예컨대 대학에서 만난 지인이 올리는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보며 생각한다. 나만 이렇게 혼자인 시간이 많구나. 나만 주변에 가까운 사람이 없구나. 나와의 약속만은 인스타그램에 자랑할 만한 일이 아니었나보구나. 이는 사실이 아니라 나의 판단이다. 인스타에 행복한 순간을 올리는 그들이 항상 누군가와 같이 있는 것은 아니고, 가까움의 기준은 모두 달라 가까워 보이는 사이도 실제로 그렇지 않을 수 있다. 누군가가 나와는 함께 오랜 시간을 보내지 않으려 하는 듯한 느낌도 사실이 아니다. 외로움은 보편적인 감정이며 판단과 사실은 분리해야 할 개념임을 아는데도 '나만'의 굴레에서 빠져나오기란 쉽지 않다.

  요즘 공허함을 느끼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바쁜 듯 바쁘지 않고 채워진 듯 채워지지 않은 하루하루 속에 혼자 있는 시간이 매우 많다. 혼자서 과제를 미루며 선택하는 행동은 에라 모르겠다 하며 도파민에 취하기. 별 의미 없는 짧은 영상들을 보며 시간을 떼운다. 벗어나고 싶었다. 쉼은 분명 필요한 시간이지만 나에게 너무나 낭비적인 시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혼자이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나와 일상을 나눌 사람들은 내 주변에 없다. 대학에서 만난 대부분의 사람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편안하지 않고 아무렇지 않게 연락해서 만날 수 있는 사람이 없다. 좁은 관계망과 높은 경계심을 가진 나에게 가까운 관계망에 있는 몇 안 되는 사람이 얼마나 큰 안식처가 되어왔는지 깨닫고 있는 3월이다.

  혼자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은 나는 재미있게 혼자 있기를 선택했다. 나는 시간적 여유가 너무 많아서는 안 된다. 그랬다가는 괜히 우울 혹은 피해의식에 빠질 수 있다. 그래서 나는 무의미하게 보내는 시간을 남는 시간이라고 인식하고 나에게 할 일을 부여하기로 했다. 하루하루 흘려보내는 생각들을 기록하고 되돌아보며 나를 돌보는 시간이 나는 필요하다. 이로써 나의 하루가 혼자이든 함께이든 조금 더 행복해지길 '나는'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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