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여태 대학교 수업에서 했던 글쓰기 과제 몇 편만 올리곤 했다. 오만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한때 나름 자랑스럽게 완성한 글들이고 내 PC에만 남겨두기 아깝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글을 올리는 빈도는 너무 적고 과제로서만 글쓰기를 하는 나를 발견했다. 심지어 과제에서조차 글을 완성해내는 과정이 그닥 즐겁지 않다. 나는 분명 글쓰기가 좋았는데 언제부터 글을 쓰기가 이렇게 망설여지게 된 것일까. 과제의 난도에서 그 답을 찾을 수도 있겠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나에게 있다.
강박이라고 말하기보다는 '낮은 긍정 정서'라고 표현하는 게 나에겐 더 위로가 될 듯하다. 지난 학기 동안 12번의 심리 상담을 받았고 11번째 만남에서 성격/기질 검사 결과를 함께 봤다. 나에 대한 높은 기준치, 그로 인해 낮은 자기 만족. (내가 받아온 심리상담에 대해서는 차차 풀어나가려고 한다.) 여전히 좋은 글을 쓰고 싶고 좋은 결과물이 나오면 만족스럽지만 시작이 너무나도 어렵다. 처음부터 너무 잘하려고 해서, 내가 쓴 글이 완벽했으면 해서 고뇌하는 시간이 너무나도 길다.
과제에서 이러한 성향은 고쳐지지 않을 것 같다. 내 만족도를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니까. 실제로 그렇게 쓰면 오래 걸리더라도 만족스러운 결과와 점수가 내 눈 앞에 펼쳐지니까. 그래도 나는 행복하게 글을 쓰고 싶다. 더 이상 과제를 행복하게 할 수 없더라도 그외에 편안하게 글을 쓰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섰다. 그래서 나의 일상을 기록하기로 했다. 나를 모르는 누군가가 읽는 글이라는 점이 두려움을 주기도 하지만 묘한 쾌감을 주기도 한다. 내가 일상 속에서 느끼는 감정을 아무에게나 털어놓을 장으로서, 왠지 모를 공허함을 채워나가기 위한 방식으로서 되는대로 써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