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태까지의 대학 생활 중 가장 큰 대회를 치렀다. 여름 방학 때 밤새워 만든 점자촉감책을 시작점으로 본다면 4달이라는 시간을 이 프로젝트에 쏟아부었다. 결과는 대상도 최우수상도 우수상도 아닌 사회적 가치상이라는 이름의 참가상을 받았다. 그런데 왜 나는 아무것도 남은 게 없이 공허한 기분만 드는 것일까.
근 한 달은 대회 준비로 육체적,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었다. 예선 통과 이후에 창업 멘토링을 두 번 받는데 그게 너무 큰 격변을 가져왔기 때문이다. 들어오는 정보, 더 해야 할 일이 많아졌다. 버거웠고 답답했지만 끝내 바꿔냈다. 예선 때보다 나아진 결과물을 만들어냈다는 사실이 분명했고 필요 이상으로 열심히 발표 자료를 만들었다고 생각해서 내심 기대도 했다. 다른 팀들의 발표를 들으며 그 기대는 무너져버렸지만.
상을 받았는데도 그다지 기쁘지 않았다. 발표를 무사히 끝냈다는 데에 의의를 둘 뿐이었다. 기력이 소진될 대로 소진돼서 당장이라도 쉬고 싶다는 생각만 들었다. 그때 내가 느낀 감정은 외로움이다. 팀으로 나온 공모전인데 누구도 기뻐하지 않는 아이러니. 다른 팀은 눈을 맞추며 예상외의 좋은 결과에 기뻐할 때 나는 묵묵히 박수를 쳐줬다. 씁쓸했다. 내가 어떻게 했어야 우리가 끈끈한 팀으로서 이 대회를 마칠 수 있었을지 모르겠다. 나는 그저 주어진 일에 책임과 최선을 다했는데 그게 잘못이라면 잘못일까.
나의 진심만으로 더 큰 성과를 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우수상, 최우수상, 대상 수상팀들은 무언가 달라도 달랐다. 그들에게는 남은 것이 확실히 보였다. 액수가 더 큰 상금을 말하려는 게 아니다. 그들은 빛이 났다. 진심으로 빛나는 눈, 열정 어린 모든 팀원의 협업으로 만들어진 우정과 정성이 그 빛을 만들어냈다. 팀 안에서 내가 모르는 사건들이 존재할지는 모르지만 겉보기엔 그랬다.
나는 빛났을까? 모르겠다. 나에게 들이미는 잣대가 높아서 그런지도 모르겠으나 나의 노력은 그저 애쓴 것에 불과하게 느껴진다. 빛나기보다는 찌들어 보였을 것 같다. 고생했다는 말을 너무 듣고 싶었는데 막상 들으니까 그 고생의 의미가 뭔지 몰라 허무해졌다. 나에게 남는 것은 뭐지. 애쓴 서사? 받지도 못할 50만 원의 일부? 그게 보잘것없다는 생각이 든다면 내가 남았으면 했던 건 뭘까.
사람이다. 나와 같은 정도의 진심으로 프로젝트에 임해서 함께 두근두근 결과를 기다릴 사람. 그 결과 깊어진 관계, 배가 되는 보람과 기쁨. 난 그중에서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
나와 비슷한 경험을 한 이후 의미를 찾아낸 사람이 있다면 나에게 이렇게 말해줬으면 좋겠다. 나도 빛났을 거라고. 절대 헛된 노력이 아니라고. 배울 점 많은 사람들과 협업하는 미래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고. 그때 나는 그 사람들과 행복할 거라고. 지금 내가 느끼는 것들이 전부 거름이 될 거라고.
지금 생각으로 나에게 남은 것은 상처에 가깝지만, 또 그 상처를 아무렇지 않은 척 잘 숨겨야겠지만서도 희망을 가져본다. 아이들은 다치면서 큰다는 말이 있듯이 이 경험이 나를 더 큰 사람으로 만들지 않았을까 하는 희망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