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문학을 타파할 방법을 아는 내가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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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오름

수능은 크게 국어, 수학, 영어, 한국사, 사회 및 과학 탐구, 제2외국어로 구성되어 있고 그중에서도 국어는 독서(이전 비문학), 문학, 화법과 작문 혹은 언어와 매체(문법)로 이루어진다. 이전과 많이는 아니지만 조금은 시험 문제의 구성 방식이 달라졌다. 현재 문학은 총 17문제이고, 문학 안에서도 갈래가 네 가지로 나뉜다.

고전 소설

현대 소설

고전 시가(+고전 수필)

현대시(+현대 수필)


이런 식으로 크게는 소설/시로 나뉘어 있다. 나 또한 당연하게도 수능 문학을 공부했다. 고등학생 때는 내신 국어만 벼락치기했지, 수능 공부를 한 기억이 거의 없으니 내가 수능 국어를 공부한 기간은 재수 시절 기숙학원에 들어간 2월부터 12월의 수능(코로나로 미뤄졌다), 약 10개월 정도라 할 수 있다.


기숙학원에서 있을 때는 고등학교 시절 못한 공부를 몰아하느라 다른 생각을 할 여유가 없었다. 학원에서 단어를 외우라면 단어를 외웠고, 공식을 문제에 적용하라 하면 그냥 그렇게 했다. 국어도 마찬가지였다.

그땐 몰랐고 이제 와서 하는 이야기지만, 문학을 수능식으로, 내신식으로 공부해야 하는 이 시스템은 참 마음에 들지 않는다. 나는 6년째 학생들에게 국어를 가르치고 있다(군대 1년 반을 제외하면 실제로는 4년 정도긴 하다만). 글을 읽는 것과 문학 감수성을 키우는 것은 당연히 학생들에게 있어 필수 덕목이다. 특히 요즘과 같은 시대에서는 더 그렇다는 것을 나도 잘 알고 있다.


나는 문학을 가르치기 시작할 때 학생들에게 가장 먼저 물어보는 것이 있다.

“시험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때, 문학 작품은 주관적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해, 아니면 객관적이라 생각해?”


사실 내가 원하는 답은 정해져 있다. 그리고 학생들은 곧잘 내가 원하는 답을 내놓곤 한다. 바로 주관적이다. 사실 이 부분에 대해선 대부분의 분들이 동의할 것이라 생각한다. 작품을 어떤 시선으로 보느냐에 따라, 읽은 후에 어떤 생각을 가지느냐에 따라 사람들이 말하는 것은 제각이다.


가령 어떤 소년이 가게 주인의 빵을 훔치는 사건이 있었다고 가정한다면, 그것이 그릇된 행동이라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하지만 소년의 가정환경, 당시의 시대적 배경, 빵집 주인의 언행 또한 작품을 구성하는 요소일 것이다. 종합적으로 놓고 보았을 때 독자들이 해석하거나 느끼는 것은 모두 다르다. 물론 대다수가 공통적으로 가지는 의견은 분명히 있을 수 있다. 다만 독자들 마저도 살아온 환경과 가치관 등이 같지 않기 때문에, 사소한 감정의 격차나 공감의 차이는 존재한다.


하지만 시험이란 무엇인가. 특히 수능이란. 모든 문제가 5지선다이고 수험생은 단 하나만의 답을 선택해야 한다. 심지어 그 답도 정해져 있다. 문학은 정해진 게 없다지만, 평가원은 답을 정해 출제한다. 물론 문제나 선지의 오류는 없다. 수능 문학을 잘하는 방법은 그래서 더 간단하다. 제시된 선지 안에서 주관적인 생각에 휩싸이지 말고, 그저 객관적인 시선으로 작품을 바라보는 것이다.


잘못됐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분명 학생들의 상상력을 가로막을, 감정을 통제할 여지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작품을 읽고 이런 생각도 할 수 있고, 저런 생각도 할 수 있는데, 학생은 시간의 압박과 함께 글의 객관적 내용을 토대로 답을 골라내야 한다.

(특히나 내신은 더 심하다. 표현 방식과 작품의 배경, 작가가 의도하고 전달하려 하는 바의 암기는 필수적이니까. 문학을 기계적으로 만든다.)


교육기관이 진정으로 학생들의 문학 감수성과 공감 능력의 향상을 원한다면, 이런 시스템은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극히 개인적인 나의 의견이다.

이전 09화나의 첫 소설은 초등학생 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