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명1
변명부터 하자면 나는 브런치에 손도 못 댈만큼 (나름) 바쁘게 살았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소설을 업데이트했어야 하고, 브런치도 부지런히 올렸어야 하지만 나는 내일의 나를 몰랐다.
2월부터 시작했던 달리기를 잠시 중단했다. 이유는 발이 아파서 달리기는커녕 걷기도 어려워졌다. 한 보름 정도 쉬고 괜찮아졌나 싶어 다시 달렸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절뚝이며 집으로 되돌아가던 저녁. 나는 달리기를 잠시 쉬기로 결심했다. 으악 너무 아파. 그럼 내가 할 수 있는 운동은 뭐가 있을까? 이게 내가 바빴던 변명의 시작이다.
몸이 차가운 편이라 수영을 하면 몸이 아팠고, 클라이밍은 허리 부상 위험이 크기 때문에 제외가 됐다. PT와 필라테스는 비용 부담이 됐기에 머리가 복잡했다. 발은 아프지만 운동을 안 하면 한 줌의 건강마저 잃을 거 같았다. 그러다 언니가 동네 공원에서 배드민턴을 치자고 했다. 배드민턴? 냅다 후려치는 건 가능하지! 코웃음을 치며 나갔고 정말 즐거웠다. 마냥 뛰는 게 아니라 발바닥도 덜 아팠다. 그래 이거다. 나는 동네 배드민턴 클럽을 찾아봤고 곧장 전화를 걸었다.
배드민턴 클럽은 50여 명의 다양한 나이대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내가 알던 배드민턴은 동네 공원에서 셔틀콕을 통통 치는 거였는데, 이곳은 달랐다. 셔틀콕의
속도는 총알이었고, 소리는 대포였다. 내가 이곳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그런데도 나는 일주일 중 6일을 나갔다. 완전 존잼이었다. (결론 : 그래서 바빴다.)
그리고 카페 알바를 시작했다. 하루종일 책상 앞에서 일하다가 죽을 거 같아. 새로운 이벤트를 찾았고, 오래 망설이다 시작한 거 치고 너무 자연스럽게 잘하고 있어 무려 3개월 차가 되어간다. 가끔은 피곤하지만 역시나 재밌긴 하다.
진짜 알다가도 모를 앞 날이다.
2월 우울감의 몸과 마음이 무거웠던 시절. 더 나아지고 싶어서 더 괜찮은 사람이 되고 싶어서 시작했던 달리기. 3km는커녕 2분 뛰기도 벅찼던 나는 30분을 쉬지
않고 달렸었고. 발이 아파 실내 운동은 어렵겠구나 생각했던 나는 배드민턴을 치며 하루에 500-700칼로리가 소모되는 엄청난 운동을 하고 있다.
컴퓨터 앞에서만 일하던 내가 재밌어하던 카페 알바를 다시 시작했고, 또 인연이 끊겼음에 아쉽다가도 또 다른 인연이 날 생각해 주는 마음이 따뜻하다 못해 사르르 아린 통증이 느껴지기도 했다.
어이없을 만큼 내일을 모르겠다. 그래서 오늘을 잘하고 싶다. 계획대로 되는 거 하나 없는 요즘이지만 그래도 오늘은 잘하고 있다. 그러니 오늘 아쉬울 거 없이 충분한 사랑과 정과 걱정을 다 퍼부어야겠다. 그래도, 어차피 내일 일은 아무도 모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