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소을 Mar 20. 2024

팀웍의 개념 따위 없는 프랑스인들

3년차의 프랑스 권태기


오랜만에 브런치에 글을 쓰는 건데 아주 솔직한 나의 감정을 뱉으려고 한다. ( 그래서 제목이 좀 쎌수도 있는데 친구한테는 저렇게 말했기 때문에 저렇게 적었다. )


유학살이 3,6,9년차에 항상 찾아온다는 권태기가 나에게도 찾아왔다. 좀 쎄게. 


솔직히 얘기하자면 지금은 많이 나아졌고 소도시에서의 3년을 마무리하고 곧 파리로 이동한다. 또 새로운 환경을 구축하는데 설레이지만 내 마음속 1위는 그래도 서울이다. 서울 사람이라 그럴수도 있지만, 서울이 가장 재밌다. 그만큼 스트레스도 많지만. 




나는 보통 교회 수련회나 교회 부서에서의 팀웍을 많이 했었다. 그래서 그런지 빌런들을 만난적도 없고 대학교 팀플에서도 나쁘지 않았다. 그리고 20대 중반이 되고 나서 큰 팀 프로젝트를 하게 된 적이 있다. 프랑스 2년차에 서울에 가서 참여했던 디자인 프로젝트인데 역시 나는 운영,커뮤니케이션,스탭,매니지먼트 등의 일을 좋아하고 잘 하는구나 라고 느꼈었다. 


프랑스에 있으면서 그 사람의 말을 끝까지 듣는 경청의 태도를 배우고 나의 생각을 말하는 법을 더 장착해온게 큰 장점으로 나타났다. ( 물론 프랑스인들이 사람의 말을 끝까지 듣는다는 소리는 아니다. ) 또, 문제가 생겼을 때 어떻게 해결할지를 고민했다. 팀원들을 신뢰하고 그 역량에 맡기는 법도 배우고 프로젝트 방향이 잘 갈 수 있도록 잡아주는 역할에 대해 배울 수 있었다. 


나의 새로운 모습도 배우고 많은 칭찬도 들으며 좋은 추억을 끝으로 프로젝트는 마무리 되었다. 한국에서 너무 좋은 사람들만 만나고 왔던게 문제였을까.. 이번 학교에서 아주 큰 프로젝트를 맡게 되었는데 정말 너무 힘들었다. 너무 답답했고 그냥 프랑스인들에 진절머리가 날 정도로 짜증이 났었다. 


학교 전체가 큰 행사를 맡아서 진행을 하는데 2개월 반을 기간으로 잡고 작업한 가운데 딱 한번 나온 학생들도 있었다. 그리고 교수 1명 제외하고 역할 분담을 거의 안한다. 할 생각이 없는건지. 건의를 하니 그래? 그게 좋을것 같아 ? 라고 묻더라. 


말만 번지르르 하다. 다음에는 여기까지 완성하고, 그 다음엔 여기까지 그리고 그 다음엔 여기까지 하면 딱이다!  

네, 근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건데요. 어떤 팀이 무엇을 수행할지 정하지 않으면 다 자기 책임 아니라고, 나 한명 빠져도 돌아가니까 괜찮아의 마인드던데 왜 나만 답답한건데요. 어느 것 하나 구체적이지 않고 두루뭉실했다. 


회의를 하려고 모이면 3-4명 제외하고 다 동태눈으로 자기들끼리 장난치고 듣는둥 마는둥. 뭐 설득해서 참여하라고 할 생각은 없지만 눈치라도 있어야지. 그리고 왜 작업을 안하는건지. 일머리가 있으면 옆에서 그냥 바라보는게 아니라 얘가 뭐가 필요한지 뭘 준비해주면 될지 보조를 해주던가 찾아서 작업을 하던가. 센스가 정말 없다. 


그래도 열심히 하는 친구들도 당연히 있었다. 그치만, 교수도 체계적이지 않으니 오히려 학생들이 더 혼란스럽고 불만이 나올 수 밖에 없고. 다행히 결과는 아주 잘 나오고 있다. 결국엔 해내긴 하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고 신기하지만 비판을 하자면 굉장히 많은 비판을 할 수 있다. 결과가 전부가 아니니까. 


교수랑도 결국엔 잘 작업이 되었네요 하면서 얘기하다가 이게 문화적 차이인지는 모르겠는데 프랑스인들은 팀워크라는게 없나요 체계적이지도 않고 라고 물었는데 그래? 그치만 유연하잖아. 융통성있잖아. 라는 식으로 답변해서 네?. 당황했던 기억이 난다. 체계적이라는게 융통성이 없다라는 소리가 아니잖아요...


내가 진짜 싫어하는 프랑스인들 태도가 on verra 랑 si tu veux 이다. 


on verra 는 그때 가서 보자. 상황 봐서. we will see 라는 뜻이다.물론 한국에서도 그래 상황 봐서 그때 가서 생각하자 라는 말 많이 쓴다. 당연하다. 그치만 여기서는 그 의미를 넘어서 그냥 지금 생각하고 싶지 않고, 책임지고 싶지 않다 라는 뜻으로도 쓰인다. 불어를 못하던 유학 초창기부터 그 뉘앙스를 느꼈을 정도면.. 말 다했다. 


 si tu veux 는 응 너가 원하면 if you want 이다. 누가 봐도 도움이 필요하거나 그냥 그 다음 할일에 대해서 '내가 할까?' , '이거 하면 될까?' 라고 물을때 그 답변으로 응 너가 원하면! 을 말하는거다. 어떤 팀웍이나 친구로써 그냥 도와주는 걸 얘네는 '너가 원하면' 으로 받는다고?..정말 왜 협동심이 존재하지 않고 개인주의가 깔려있는지 확 알 수 있었다. 이걸 계속 경험하면 나도 내 기분에 따라 행동하게 되고 개인주의의 단점을 흡수하는 것 같아 한동안 경계 했었다. 


누구는 저게 배려라고 할 수 있겠지만, 배려라면 '해줄 수 있어 ? 고마워.' 라고 말하는게 더 친절하다. 왜냐면 여기서 하는 si tu veux 의 뉘앙스는 '응 너 하고 싶으면. 해줘.' 의 툭 뱉는 말이고 속내는 응 도와줘. 해줘 인데 '너가 하고 싶으면' 이라는 포장지에 싸서 보내는 꼴이니까. 도움이 필요 없을 때는, 아니야 괜찮아 라고 잘만 대답한다. 나중에는 어이가 없어서 응 이라고 말하면 도와주고 si tu veux 라고 얘기하면 아 너가 도움이 필요해 보여서 물어봤지 내가 정말 너~무 원해서 도와주고 싶은 건 아니네 ^^ 했었던 것 같다. ( 아닌가 속으로만 생각한건가. 모르겠다. ㅎ)


그리고 한국도 마찬가지이지만, 문제가 생겼을 때 이걸 해결하려고 하는 사람과 이걸 중단하고 불만을 갖는 사람이 있다. 프랑스의 파업 태도는 유전이라고 혼자 추측한다. 뭘 안하고 있거나 다른 걸 하고 있으면 응 저기에 문제가 생겼어.                그럼.. 해결을 하면 되잖아.....안그래? 가만히 앉아서 누군가 물어보면 그제서야 말을 한다. 그렇다고 움직이면서 해결하는게 아니라 자기는 불만만 얘기하고 누군가 해결해주길 기다린다. ( 여자애들이 대체로 그러는 듯 ). 


친한 친구인데 정말 어이 없었던건, 종이가 없다길래 아 그럼 그 저기 담당자 한테 말하면 돼 ! 하고 내 할일 하고 있었는데 아직도 옆에 있길래 응? 왜 안가 ? 라고 하니까 난 그 담당자한테 말건적이 없어..그리고 너가 쓰고 있는 종이 쓰면 딱 될 것 같아. 라고 한거.  


종이가 더 많으면 더 좋은거 뻔히 알면서 물어보기 싫고, 종이 한 장으로 일단 커버칠 수 있어서 내 일 끝나는걸 기다리는 상황에 정말 신기했다. 정말 예상해본 적도 없는 태도들이라 너무 당황스러워 신기하다 의 영역으로 넘어가는 해탈의 경지랄까.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른다고 했나. 이런 상황에서 내가 한국에서 했던 것 만큼 열심히 할 수는 없었다. 에너지도 없었고 이 상황에 맞게 나도 힘을 빼고 내 개인적인 일들을 먼저 챙겼다. 이렇게 문화를 경험하는건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일도 맞닥뜨린다는 뜻이다. 그러면서 나는 어떻게 대처하는가 나는 어떻게 이 상황을 바라보는가, 나에 대해 또 알 수 있고. 나에겐 당연한 것들이 이곳에서는 내가 소수이기에 나의 논리를 이상하게 바라볼 수도 있다. 그리고 그들은 다수이기에 나의 논리를 진심으로 이해하려고 하지 않을 수도 있다. 


다수 집단이 갖는 그 여유와 그들의 논리가 당연하다는 듯한 분위기는 소수 집단을 힘 빠지게 할때도 있다. 그래 굳이 뭐 얘기하기도 지쳤고 너네가 맞아~ 하고 넘어가는게 현명해보인다. 물론, 나의 신념이나 이건 아니지 하는 것은 확실히 얘기하고 지키는게 맞다 단지 그들을 설득하고자 하는 목적만 버리면 된다. 







많은 경험 쌓고 한국에 가서 모든 인사이트를 공유하고 싶다. 그래서 더 나와 있는 동안 경험하고 싶고 어떻게 한국에서 이것들을 잘 쓸 수 있을지 계속 고민하고 있다. 우선 지금은 더 활발하게 그리고 솔직하게 기록하는게 맞는 것 같다. 프랑스에서의 삶이 좋고 나쁘다가 아니라 이런 생각을 했었음을 적었다. 당연히 좋은 것들도 공유하겠지만 권태기가 더 사라져야 가능할 것 같다.. 파리올림픽 이후에?...ㅎ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