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회 서울동물영화제 리뷰] 적응
나의 반려견 고동이는 저를 만나기 전, 꽤 오랜 시간 유기견 보호소 생활을 했습니다. 보호소 시절 자신의 밥그릇, 자신의 잠자리가 존재하지 않았던 고동이는 처음 저희 집에 왔을 때 보호소와 다른 우리 집의 고요함을 조금 낯설어했어요. 고동이가 우리 집에 처음 온 날이 아직도 잊히지 않습니다. 제가 미리 준비해 둔 고동이 전용 방석과 밥그릇을 유심히 살펴보더니 '이게 뭐지?' 하는 표정을 짓곤 했죠. 저는 몸짓과 손짓으로 몇 번이고 고동이에게 설명을 합니다. 여기가 바로 너의 집이라고요.
지금 우리 집은 고동이의 집입니다. 저와 함께하는 모든 시간이 고동이에게 너무도 당연하죠. 그러나 저는 가끔 생각합니다. 고동이의 당연한 것들에 대하여 혹시 내가 이기적으로 다가가지 않았을까 하는 점입니다. 고동이가 적응해야 하는 환경을 저와 또는 이전의 누군가가 단호하게 정하고 있었던 현실에 조금은 의문이 들기 때문입니다. 고동이의 삶과 죽음에 대한 권리가 과연 저에게 있는 것일까요. 생명으로 존재하는 고동이는 제가 어떤 생각인지 중요하지 않아 보입니다. 그저 자신에게 주어진 삶에 그렇게 살아갑니다. 저는 고동이의 시선에 대해 생각합니다.
영화 <적응>은 카메라의 시선이 동물에게 있습니다. 동물과 같은 위치에서 그들이 보는 시선을 관객이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하죠. 저는 이 시점 또한 인간과 인간이 아닌 존재들의 간극을 좁히기 위한 감독의 세심함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좁혀지기를 더 간절히 원하는 대상에게 그 시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은 우리가 차마 생각하지 못했던 영역을 바라보는 노력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도록 했죠. <적응>은 관객에게 이처럼 신선한 접근과 동시에 미세한 충격들을 안겨줍니다. 그리고 언제나 한계에 도달해 살고 있는 존재들에 대해 생각하게 하죠. 그 생각은 안타까움일 수도, 또는 새로운 움직임을 창조해 내는 일일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 시선의 변화를 통해 인간인 우리가 본질적으로 알아차려야 하는 점이 무엇인지 생각해 볼 수 있다는 것이죠. 영화의 중반쯤에는 이곳이 개들을 위한 환경인지, 인간을 위한 환경인지 그 어떤 환경이어도 괜찮은 것인지 질문이 생깁니다. 특수한 목적이 있는 이곳에서 인간과 개들이 함께 적응해 가야 할 것은 과연 무엇인지. 우리는 어떻게 공존이 필요한지 생각하게 하죠. 그 생각의 끝에 결론은 결국에 생명으로 존재하는 모든 존재는 연계와 소통이 필요할 뿐 결코 수단으로 사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지점에 이르게 됩니다. 생명은 그 어떤 목적을 위한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그저 존재와 생명으로 살아갈 환경이 필요할 뿐입니다.
영화가 보여주는 공간과 시선을 통해 인간과 동물이 처한 현실에서의 적응이란 과연 같은 상황이라 할 수 있는가. 하는 의문점을 갖게 됩니다. 그리고 인간 스스로 인간이 아닌 존재들을 바라보는 시선에 대해 적극적으로 개혁해야 함을 알아차리게 하죠. 나아가 그것은 오직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임을 또한 깨닫게 합니다. 이 공간은 도대체 어떤 곳일까요. 영화를 통해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1. 내가 뽑은 영화의 키워드
#공간 #시선 #보호 #생명 #목적을위한수단 #생명으로살아가기
2. 한 줄 감상평
너와 나의 시선으로부터
3. 추천하고 싶은 사람과 그 이유
인간이 동물을 바라보는 시선에 대하여, 동물이 인간을 바라보는 시선에 대하여 조금 더 실재적이고 확실한 사실을 알아차리고 싶은 분들에게 이 영화를 추천합니다. 유기견의 현실에 대해 알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동물은 인간과 함께 공존하고 소통하는 대상일 뿐, 수단이 될 수 없습니다. 그것은 동물의 시선에 조금만 머문다면 알아차릴 수 있는 사실입니다. 이 모든 사실을 실재하는 현실을 통해 알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영화 [ 적응 ]은 '제6회 서울동물영화제'에서 관람하실 수 있습니다.
2023.10.19.(목)~ 10.2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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