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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주혜 Nov 02. 2023

인간은 인간일 뿐이다

[연재] 생명으로 우리는 귀엽다

'동물은 동물일 뿐이다.' 나는 이 문장을 낯선 사람들에게서 종종 듣는다. 이를테면 개를 안고 엘리베이터를 타거나 개와 함께 백화점에 가거나 개에게 예쁜 옷을 입힌다거나 개에게 사랑스러운 말투로 인사를 하고 가끔은 동물과 스킨십을 하는 경우에 듣는 말이다. 이 모습을 본 어느 타인은 말한다. '동물은 동물일 뿐이다.' 이 문장이 내포하는 의미는 동물인 존재가 인간의 영역을 침범해서는 안된다는 전제가 있다. 인간과 동물의 위치는 엄격하게 구별되어 있으며 동물이 인간의 영역을 침범해 인간과 같은 삶을 누리고자 하는 것에는 문제가 좀 있다는 의미다. 단순히 이 문장이 인간과 동물의 생활환경을 구분 짓는 것이라면 조금은 이해하고 넘어가겠지만, 이것이 동물을 인간의 수단으로 사용하거나 동물에 대한 존재의식이 괴멸된 형태로 남겨진다면 이는 바로잡아야 할 일이라고 확신하는 지점에서 나는 동물은 동물일 뿐이다라는 정의에 대해 조금 더 폭넓은 생각을 공유하고자 한다.


갈등의 원초적인 발단은 다름에서 온다. 나와 다른 누군가, 나와 다른 삶의 방식, 나와 다른 생각은 인간사에서도 다름으로 인해 벌어지는 치열한 논쟁과 다툼, 그리고 그에 따른 희생,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아가는 정신 등이 혼재된 상태로 남아 있다. 인간은 이를 올바른 사고로 구분 짓는 것에서 문명을 만들어왔는데 그 문명의 역사가 언제나 올바른 방향성으로 흐르지만은 않아 비극을 경험하기도 했다. 이를테면 존재의 다름을 규정하는 과정에서 오류를 범했을 때 같은 인간의 모습을 가지고 있어도 조금의 다른 모습을 허용하지 않고 차별과 혐오를 허용하며 반복한 역사가 그렇다. (지금도 이 역사는 반복되고 있고 때론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인간은 이와 같은 반복이 보다 나은 세계로 가는 방법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욕망과 욕심, 그리고 영원히 살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오만함으로 최악의 역사를 만들어내고야 만다. 오늘날의 인간사 수많은 문제들도 이와 같은 본질적 흐름에서 출발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이를테면 일본의 오염수 방류 문제, 장애인과 여성, 인종의 차별 등의 문제가 하나의 해결점으로 귀결되지 않는 것은 각자가 처한 이해관계 속에서 함께 하는 세상에 대한 미래를 그리지 않고, 기득권이 영원히 기득권이 되기 위한 욕망에서 비롯된 것과 같다. '나만 아니면 돼'라는 한 때 유행했던 개그는 실제 우리 사회의 이러한 이기주의적 실태가 다양하게 표출되고 있는 것을 내포하고 있다.


다름은 그저 다름이다. 틀린 것은 바로잡아야 함을 필요로 하지만 다른 것은 인정을 필요로 한다. 틀림과 다름을 구분하는 기준이 우리 사회에 근본적으로 어디에 있어야 할까를 먼저 고민하지 않는다면 인간은 저마다의 기준으로 다름을 틀림으로 오해하며 전쟁을 시도할 것이다. 그렇다면 다름을 규정할 수 있는 근본적인 기준은 어디에서 찾아야 할 것인가. 나는 인간이 생명으로 태어나는 본연의 모습을 떠올릴 때 비로소 그 근본적 기준에 대하여 토론해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생명으로 존재하는 인간의 모습은 자연의 법칙과 신의 원칙에 따라 모두 동일하다. 모든 생명은 하나의 자연 원리에서 태어나고 죽으며 생의 과정은 다를 수 있지만 시작과 끝은 같다. 한 생이 시작 이전에 존재했던 세상과 끝 이후에 펼쳐질 세상 또한 달라질 수 있으나 시작과 끝. 그 순간의 과정은 누구나 동일하게 같다. 우리가 다름과 틀림의 기준을 세울 때, 생명의 근본적 시작과 끝이 어떻게 되느냐를 검토하는 것은 아주 중요한 지점이다. 이 지점들을 기억한다면 생의 과정에서 우리가 마주할 수 있는 다양한 삶의 모양들을 비춰봤을 때 아마도 틀림 보다는 다름을 더 많이 발견하게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나는 동물이, 동물이 살아가는 방식에 대하여 틀린 것이 아니라 인간과 다르다고 여긴다. 동물은 인간과 다른 존재이기에 다른 영역의 부분을 존중하고 동물의 고유한 생의 모양을 인간이 침범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인간이 동물과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인간과 동물의 다름을 충분히 인정하고 동물의 본능과 생의 방법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가야 한다고 믿는다. 


인간이 동물을 이해하는 과정에서 인간이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신기하게도 인간이 동물을 위해 스스로의 지성을 소비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인간은 있는 그대로의 동물, 그리고 동물이 살아가는 방식을 이해할 때 인간이 이 지구에서 살아가야 할 바를 깨닫게 된다. 인간의 삶의 방향성을 올바로 알아차릴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인간은 동물과 같이 지구 안에 생명으로 존재하는 존재로서의 존재이기 때문이다. 인간과 다른 동물에 대해 이해한다는 것은 인간이 비로소 인간으로 존재하는 바가 무엇인지 깨닫게 된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인간과 동물이 함께 살아가는 방식에 대해 다른 것과 틀린 것에 대한 구분은 어떻게 할 수 있을까. 나는 인간과 동물이 삶의 영역을 함께 공유하는 과정을 직접 경험하고 있는 사람 중에 하나다. 인간은 인간으로서 사회적인 활동을 하고 본능적인 쉼을 누리고자 하는 한 편, 동물은 동물이 가진 고유한 방식으로 인간과 함께 살기를 원하고 때로는 보호를 받기를, 때로는 자신의 본능대로 안전해지기를 원한다. 인간과 함께 사는 방식 그 자체가 동물의 본능이며 이들은 이미 인간과 동물의 관계가 어떤 관계인지 명확히 알고 있다. 이 안에서 자신들이 생존하는 방법에 대해 때로는 다양한 방식으로 표출하기도 한다. 


다시 앞서 이야기한 문장. 동물은 동물이다.라는 말이 동물을 혐오하는 말로 표현된 사람들의 논지를 끌어오자면 동물이 인간의 영역에 침범한 문제에 대하여 먼저는 다름을 인정하지 않고 동물은 그저 동물로 존재해야 한다는 인식, 즉 동물은 인간이 아니기에 다른 것이 아니라 인간사에 함께한다는 것은 틀린 생각이라는 인식이라는 점이다. 그러나 이는 오류가 있다. 동물은 이미 인간과 다름을 인식하고 있으며 동물이 먼저 인간의 영역에 침범하려 하거나 동물이 인간이 되려는 시도를 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는 점이다. 그들은 오직 동일한 모습으로 태어남과 죽음의 모습을 본능적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이를 이용해 무엇인가 문명을 만들어 볼 욕심이 아닌 그저 한 생을 잘 살아가기 위한 본능만이 남아 있었다는 것이다. 인간이 동물의 생을 고려하지 않고 인간의 욕심과 생각으로 이들을 지배하려 했거나 인간의 탈을 씌어보려 했던 시도가 있었을 뿐이다. (비극적 이게도 이와 같은 인간의 시도는 오늘날에도 지금 이 순간에도 반복되고 있다. 그리고 동물에 대한 오해와 혐오는 끊임없이 생산되고 있다.) 


그렇다면 인간은 동물과 어떻게 함께 살아가야 하는가. 나는 인간이 동물과 다른 존재임을 인식하며 인간으로 살아가는 생의 목적에 대해 언제나 분명히 해둬야 한다고 믿는다. 오늘날 무엇이든 할 수 있고 어디든 갈 수 있으며, 때로는 무엇이든 창조해 낼 수 있는 인간은 아이러니하게도 서로를 위해 존재한다. 여기서 말하는 서로란 같은 인간일 수도 있으며 인간을 인간으로 살아가게 해주는 동물일 수도 있다. 인간이 인간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같은 존재인 인간과 생명으로 같은 존재인 동물에 대하여 끊임없이 공존하는 방법에 대해 모색해야 할 것인데, 이를 올바르게 실천하기 위해서는 인간이 다름과 틀림을 정확하게 구분 지을 수 있는 지성을 온전히 발휘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인간에게 주어진 특권이 있다면 바로 이런 것이다. 모든 생명을 가장 온전한 생명의 모습으로 다스리고 사랑할 수 있는 능력. 우리는 이 능력을 얼마나 오해하고 있던가. 나는 동물이 인간 삶의 범위를 침범했다고 보지 않는다. 인간은 얼마든지 그럴 수도 있고 그렇게 하지 않을 수도 있는데 그 선택은 인간이었지만 동물은 그 모든 인간의 선택에 따라왔을 뿐 단 한 번도 소위말해 봉기한 적이 없다. 동물들은 아마도 인간이 우리 곁을 떠나라, 하면 떠날 수도 있겠다. 그들은 떠난 모습으로도 충분히 자신들의 본능과 방법대로 살아갈 것이다. 그러나 인간은 그들을 떠나 살 수 없다. 떠나가라 했지만 인간에게 동물이 없는 삶이란 존재의식이 흔들리는 삶이기 때문이다. 


인간이 해야 할 일은 '동물은 동물일 뿐이지' 하는 인식을 혐오와 틀림의 시선에서 다름의 시선으로 바꾸어 놓는 것이다. 함께 살아가는 존재, 존중받아야 하는 생명. 그 어떤 가치와도 비교할 수 없고 저울질할 수 없는 고유한 삶의 영역임을 인식하는 것은 오직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인간이 가진 이 능력을 인간이 외면하지 않기를 바란다. 우리는 인간일 뿐, 그 어떤 존재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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