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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목련나무 Feb 21. 2024

42. 간병을 하며 알게 된 것들

그간의 일들을 적어봅니다.

본격적인 간병에 진입하게 되었다.


남편은 저나트륨, 적혈구 부족에 따른 빈혈 심화, 단백질 부족(알부민 포함), 간기능 이상에 따른 이상 피부현상, 저혈압, 기운 없음, 탈수, 전신 부종 등의 증상이 나타났다.


본원 병원에서 입원해 수액을 맞으면 알부민을 정상치보다 낮지만 그래도 방어한다. 그러나 복수가 늘어난다.


복수가 늘어나면, 부종이 따라붙는다. 복수를 빼면 또 단백질이 부족해진다. 다시 뫼비우스의 띠처럼 그 과정을 반복한다.


그러면서 남편의 신장(콩팥)에도 암 전이가 있어 기능이 떨어지면서 여러 문제가 생겼다. 쉽게 말해 인체의 기초가 위협받고 있다.


단백질이 부족해져 근육이 부족해지면서 남편은 일어서고, 앉고, 가만히 서 있는 것조차 큰 도전이 되었다. 그냥 누운 자리에서 몸 위치를 조금 드는 것도 힘이 들어 하기 어려워졌다.


그래서 정말 환자가 되기 싫다고 극구 기피하던 병원 침대 렌탈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오늘은 휠체어와 화장실 안전바를 주문해 놓았다.


발의 근육조차 떨어지면서 생각지 못한 순간에 남편은 쓰러졌고, 낙상을 오늘까지 두 번이나 했다. 이제는 자력으로 씻는 것도 어려워져 나에게 몸을 맡길 수밖에 없게 되었다.


배변도 사실 기저귀를 나는 내심 고려하고 있지만- 기저귀를 아직 쓸 수 없는 이유는.. 지금 남편이 복수 배액관을 달고 있기 때문에 감염 우려 및 자세를 틀어서 교체가 어렵기에 시도를 할 수가 없다. 그리고 내 힘으로 남편을 들기는 어렵다.


하루에 2번 복수 배액을 한다. 이틀에 한번 패혈증에 걸릴까 봐 너무 무서워서 배액관 소독을 부들부들 떨며 시행한다.


마약 패치도 일자에 맞춰 바꿔줘야 하고, 진통제도 시간 간격을 맞춰서 먹게 해줘야 한다.


전보다 먹는 양이 늘어났지만, 그래도 아직도 모든 노력을 다해 하루에 600-800 kcal (즉, 뉴케어 3-4개)를 먹는 수준이라 거의 3-4시간 간격으로 먹는 것을 설득하고 먹는 것을 준비해야 한다.


그리고 보행이 어려워 화장실에 가거나 자리를 바꿀 때는 도움이 필요하다. 거기에 오늘은 나트륨이 너무 시급한 문제라 6시간 간격으로 먹는 약까지 추가되었다.


남편의 정신은 멀쩡하지만, 어쩌면 인생의 전성기를 달릴 40대 나이에- 남편은 정신이 멀쩡한 상태에서는 수치스러울 수 있는 상황들을 다 감내하고 있어야 하고, 싫고 좋고를 떠나 도움을 받아야만 하는 처지가 되었다.


남편의 마음이 얼마나 무너지고 있을까. 가끔씩 하는 말들을 들으면 마음이 아리다.


간병을 이렇게 하게 되면서 모르던 것들이 너무 많았다. 혹시 간병을 할 상황에 놓인 분들이라면, 좀 도움이 될까 해서 몇 가지 적어본다.(문제는... 돈이긴 하다. 보험 커버도 되지 않는 비용..)


병원 침대 탈은 다른 침대류를 사는 것보다 하는 게 다. 각도 조절도 좋고 테이블도 있어서 무언가 하기에 좋다. 그러나 오래 같은 자세로 누워있는 경우는 욕창이 생길 수 있어 에어매트도 같이 렌탈하는게 좋다.


휠체어는 병원침대렌탈시 같이 주문할 수 있는 업체면 같이 하는 게 좋다(합쳐서 배송 가능). 그러나 그게 아니라면, 본인이 직접 렌탈업체에 가서 대여하고 반납해야 하게 될 수 있다. 택배 배송도 있는데 택배 배송비도 조금 더 크고, 렌탈시 온 박스를 보관해야 하는 약간의 불편함이 있다.


휠체어는 경량형과 일반형이 있는데, 경량형이 10kg 조금 넘고, 일반형은 보통 13-15kg 사이 정도 무게가 된다. 접어서 차에 넣는다면 경량형이 좋을 것이다. 일반형은 바퀴 관리에 별다른 우려가 없지만, 경량형은 바퀴에 바람이 빠지면 주입해줘야 하고, 날카로운 것 등에 바퀴가 찔려 찢기게 되면 렌탈 업체가 가까이에 있는 것이 좋다.


일어나고 서는 게 어려워지면 화장실이 가장 큰 문제가 된다. 특히 대변은 힘이 많이 들어가기에 일어설 때 낙상 우려가 너무 크다. 그래서 요새는 가정에 설치하는 다양한 타입의 화장실 안전바가 인터넷 판매되고 있다. 도움이 필요하면 구매하는게 좋다.


씻기는 게 매우 큰 도전이 된다. 그냥 환자는 가만히 있고 나는 씻기는데 그게 무슨 대수냐고 할지 모르지만, 씻김을 당하는 것도 에너지가 소모되고, 자세의 제한이 생긴다.


우선 물을 쓰지 않고 쓰는 샴푸와 바디워시가 시중에 판다. 성인용 기저귀로 유명한 브랜드 제품을 우선 골랐는데, 크게 세척이 잘되는지는 모르겠으나, 그래도 안 하는 것보다는 낫다는 생각으로 신체 부위를 나눠가며, 컨디션 되는 날 시행한다.


물을 사용하지는 않지만 기본은 비눗물 같으므로, 물기 있는 수건으로 닦아줘야 한다. 이때는 목욕용 물티슈 타월이 있다(앞서 말한 유명 성인용 기저귀 브랜드도 있다.). 차가우면 그 브랜드 말고 데울 수 있는 캠핑 시 목욕할 수 있는 습식 타월을 이용해 볼 수도 있다.


위에 말한 타월들은 모두 사이즈가 일반 수건 보다 좀 더 크다. 그리고 아기 엄마들이 쓰는 물티슈 워머가 있다던데, 그거는 잘 알아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다.


그리고 혹시 베드가 젖을 것이 우려된다면, 마트에 파는 김장백이나, 횟집에서 쓰는 비닐 테이블(?) 같은 것도 고려해 볼 만하다.


이상이 나름대로 좌충우돌하며 알아낸 것들이다. 보다 더 잘아시는 분들이 많을테지만, 그래도 나만큼 맨땅에 헤딩하는 기분이 드는 사람은 도움이 되길 바라며 남겨본다.


배액관 소독을 해야 하는데, 정말 웬만하면 하고 싶지 않았다. 패혈증에 대한 공포가 너무 컸다. 거동이 남편이 된다면 근처 외과에 가서 의뢰서를 주고 하고 싶었는데, 그럴 수가 없다.


그리고 설명서가 전문가 눈높이에 맞춰 써져 있었고, 남편은 교체할 때마다 복수가 많이 넘쳐 나왔다며, 나에게 여러 가지 공포를 더 더해줬다...


결국 오픈 채팅방에 물었는데, 몇몇 분들이 답변을 주었고, 어떤 분은.... 따로 연락을 주셔서 나에게 오랜 시간 췌장암과 투병한 아버지를 돌보며 사용하고 남은 물품을 나에게 보내주시며, 어떻게 하면 좋은지 긴 장문의 편지까지 보내주셨다.


그분이 보내주신 물품과 편지로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무엇이 필요한지 알게 되었고, 지금도 벌벌 떨며 2일에 1번씩 그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멸균거즈와 일반 거즈가 다른 줄 몰랐다. 그리고 수술용 멸균 장갑이라는 게 무엇이고 어떻게 끼는지를 유튜브 영상을 보며 배웠다. 드레싱 키트라는 것이 있다는 것도 몰랐다. 방수 밴드도 있고, Y자 거즈라는 것도 있는데, 그것도 브랜드마다 차이가 있다는 것도 새롭게 알게 되었다.


그리고 병원을 갈 일이 많아졌는데,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가족들의 시간을 빼앗으며 도움을 요청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서 같이 도움을 주는 가족들도 심적으로 부담을 같이 지게 되었고, 간병의 스트레스를 얻어갔다.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 남편이 저번만큼 먹다가는 응급실로 실려 수 있다는 경고(?)를 의사 선생님께 받았다는 사실을. 그래서인지 남편이 무리해서 먹으려 하지만, 그 무리도 일반인 수준에서는 턱이 없다.


소변이 정상적인 양만큼 나오질 않는다. 복수 배액을 감안해도- 이 소변 양은 내가 봐도 위험했다.


하루하루 버라이어티 한 일들이 늘 생긴다. 그래도 내가 무너지면 남편의 옆에 있을 사람이 없다는 생각하나로 고함량 아르기닌 음료를 사고, 3끼는 어떻게든 챙겨 먹고, 1끼는 건강식으로 먹어본다. 10분짜리 운동 동영상을 한 번 정도는 해보려 한다.


남편이 거동이 안되기에 어디를 오래 나가있을 수가 없다. 기운이 없어 소리도 작기 때문에 잘 들어야 한다. 거기다.. 남편이 내가 미안할까 봐 참다가 내가 다가가면 그때 요청사항을 말할 때도 있어서 자주 들여다봐야 한다.


이 고비만 넘기자, 이 고비만 넘기자. 하루하루 도전이 다가올 때 그러한 생각을 한다. 이 고비를 넘기면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생각을 하며 - 남편에게 지금은 그 고비를 넘기기 위해 참고 견뎌야 하고, 생각을 바꿔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도 받아들여야 한다고 얘기한다.


우리는 이렇게 하루하루 살기 위해 모든 것을 다 쏟아 노력하는데.. 이 와중에 전공의 사퇴와 현장 이탈이라는 일이 벌어졌다.


우리가 이번 사태로 겪은 일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겠다. 정말 화가 나는 일이지만, 지금 주치의 선생님이 최선을 다해 우리를 봐주고 계셔서 주치의 선생님을 생각해 그냥 마음에 담아놓기로 한다.


그러나 그래도 그들의 요구사항이 들어지지 않아 현장을 이탈했다는 것에 대해서는 심히 유감이다. 그들이 아무리 돈벌이, 자리 보존을 위해 그런 일을 한 게 아니라고 말해도- 그 자체가 이미 말해준 것만 같다. 그들은 원하는 방식의 결말이 없으면 환자를 버린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 와중에 내 남편은 하루라도 살아보고, 하루씩 더 나아질 거라는 정말 실낱같은 희망을 마음에 지고 오늘을 견디고 버티고 있다. 나도 내 시간과 체력과 마음을 다해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


전공의들의 마음을 헤아려보고 싶지만, 너무 극단적인 이 방법과 상황은.. 환자의 보호자인 내 입장에서는 참 서운한 일이다.


그래도 그중에 미래에 정말 환자를 생각하는 의사들이 많이 있기를- 있을 거라고 믿어본다. 세상은 완벽하지 않지만, 완벽하지 않기에 이를 극복해 보려는 선한 사람들이 나오기 때문이다.


이러쿵저러쿵해도, 마음에 가장 바라는 것은- 전공의 의사들이 빨리 환자를 돌보는 현장에 있어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이상 그간의 주저리를 늘어놓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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