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목련나무 Mar 13. 2024

44. Not today

오늘만은 아니기를..

병원 셀프코인 빨래방에서 imagine dragons의 'Not today'를 듣는 사람은 몇명이나 있었을까.


불꺼진 병실에서 말라버린 나무처럼 표면이 일어나다 못해 긁힌듯 상처가 난 손을 붙잡고 이은미의 '어떤 그리움'의 가사를 떠올린 사람은 몇명이나 있었을까.


슈퍼마켓에서 우연히 들린 그 옛날 타샤니의 '하루하루'를 듣고 장바구니를 들고 울어본 사람은 몇명이나 있었을까.


지난주 우리는 임상을 위한 입원길에 나섰다. 2박 3일이었다. 남편을 돕기위해 침대에서 휠체어로 옮기는 간병 유튜브 클립을 가족들이 보고서는 조금 더 수월히 남편의 이동을 도왔다.


병원에서 입원수속을 받는데, 남편이 너무 힘들어하고 거동이 안되는 걸 보고 보호자 상주를 요청했다. 남편은 자신의 목조차 가눌 힘이 없었다.


그렇게 입원하고 처음 회진 후 입원전담 의사선생님은 나를 따로 불렀다. 피검사 결과를 얘기해주며 남편은 오늘 심정지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심각한 응급상태라 했다.


그리고 가족들이 이런 상황인 줄 얼마나 아느냐며. 가족들에게 위험하다고 알리라고 했다. 그리고는 남편의 심장 위험과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선생님 표현으로도 악순환의 고리인 탈수와 기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작업이 정신없이 진행됐다.


그리고 나는 그제야 남편이 위중하다고 가족들에게 전화를 했다. 또다시 지겹게 나오는 눈물로 입원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남편은 드디어 기저귀를 사용하게 되어버렸다. 남편이 살이 빠져도 체격이 큰데 몸을 가누지 못해 꼭 2명이 붙어야 기저귀를 갈 수 있었다.


다음날 아침. 피검사에서 심장 문제가 해결되어 이제 전처럼 또 관리해서 임상을 하기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시 안도했다.


그러나 곤히 잠든 새벽. 갑자기 남편은 숨쉬는데 어려움을 호소했다. 나도 피곤이 쌓여 잠이 깊게 들었는데 갑자기 간호사 선생님 여러명이 남편을 둘러싸고 분주해졌다.


그리고 남편의 코에는 산소호흡기가 씌워졌다. 아침이 되어 급히 이동형 엑스레이가 왔다. 그리고 오후에는 남편 폐의 절반이 물이 찼다며, 현재 상태로는 계속 폐에 물이 들어갈 것이라 해서  흉수 배액관을 급히 해야한다 했다.


정말 관을 주렁주렁 달게 되는 건 순식간의 일이었다. 복수배액관1개, 흉수배액관 2개. 총 3개의 관이 달렸다. 남편이 물을 삼키기 어려워했다. 갑자기 목소리가 애기처럼 변해버렸고, 긴 문장은 말하기 어려워졌다.


이 모든게 하루 아침에 벌어졌다. 눈뜨고 일어나면 더 나쁜 일. 눈뜨고 일어나면 더 나쁜 일. 그리고 일어난 사이에는 그 나쁜 일에 적응하고 대처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결국 그 날이 오고야 말았다. 남편에게 섬망이 찾아왔다. 사람이 정신이 혼미해지더니 자신이 왜살아있는지 모르겠다 했다. 지금 뭐하는 건지 모르겠다 했다.


눈은 허공을 향하고 어딘가에서 남편은 손을 휘저으며 안절부절 하지 못했다. 근데 정말 이성적이고 냉정하게 남편은 딱 저 두마디 말을 계속해서 했다.


혹시나 해서 기초적인 질문을 해보았다. 주변인들은 몇 명 기억했지만, 집주소와 본인 전화번호, 현재 날짜를 기억하지 못했다.


새벽에.. 난 암담함에 말을 할 수 없었다. 불안하게 자신의 의문에 답을 찾는 남편을 진정시켰다. 그래도 남편은 그 와중에도 내가 하는 말을 들었다.


그리고는 3시간 가까이 걸려 남편은 다시 잠에 들었다. 그러나 한 두 시간뒤에 남편은 나를 불렀다. 뭐가 문제 인지 변질되어 혀짧은 아이 목소리를 하는 남편은..


나를 불러서 미안하다.고 했다. 리고 너와 하고 싶은 일 너무 많고, 사랑한다는 말도 많이 못해줬는데. 이제 그만해야겠다고 했다.


눈물이 너무 났지만, 방법도 그 어떤 해결도 보이지 않고 온 몸이 만신창이가 된 남편에게 뭐라고 말 할수가 없었다. 핸드폰을 녹음 모드로 달라고 했다. 남편은 그 새벽 간결히 유언을 남겼다.


펑펑 울면서 간호사 데스크에 가서 연명치료에 대한 서명준비와 남편이 그만 치료 받는다고 해서 주치의 선생님을 오전에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잠시 잠을 자고 일어난 남편은.. 치료 중단은 보류 하고 싶다며 일말의 가능성이 있다면 치료를 받고 싶다했다. 그리고 회복하기 위해 나름대로 움직이지 않는 몸을 움직여 보려하고, 긍정적인 말들을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좋아지는 줄 알았다.


남편은 한모금씩 물을 삼키게 되었다. 그래서 연습을 위해 요플레를 사서 한수저씩 떠서 삼키는 연습을 하려했다. 요플레를 먹자 그간 못먹던 입맛도 돌고 삼켜지니 더 먹고 싶었던 모양이다.


작은 티스푼으로 7스푼째를 먹던 순간 남편은 숨이 안쉬어 진다고 했다. 썩션을 했지만 가래 배출이 별로 없었다. 급히 고유량 산소호흡기를 달았다.


의사 선생님은 원래 사람은 기도와 식도가 자유자재로 움직여야 하는데 남편은 그렇지 않다며 이런 경우 예후가 좋지 않다고 했다. 그나마 의식이 있을 때 임종면회를 하라고 가족들을 급히 부르라 했다.


그렇게 급히 가족들이 와서 남편의 손을 붙잡고 임종면회를 했다. 다들 처참하고 앙상한 남편의 모습에 눈물만 펑펑 쏟고 손잡아주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머릿속에- 마음속에- 오늘은 아닐거라고 생각했다. 오늘은 남편이 죽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 믿음이 통했는지 남편은 호흡이 조금 안정을 찾았다.


고유량산소호흡기의 레벨을 낮추고 남편은 물 한모금 마실 수 없는 신세가 되었다. 전해질 불균형으로 탈수도 계속되서 입이 말라해 스프레이로 입에 물을 수시로 뿌려줘야했다.


2박 3일의 입원일정이.. 이렇게 길어지게 될줄은 몰랐다. 가족에게 부탁해서 집에서 물건을 받아오지만 곧 끝날 거 같은 입원이 계속 연장되고 있었다.


그래도 Not today. 오늘만은 아닐거라고.. 믿으며 병원 세탁실로 가는 그 길에 그 노래를 떠올리고. 들었다.


* 급히 글을 쓰느라 수정을 보지 못하고 올립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43. 나쁜 마음 일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