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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목련나무 Aug 07. 2024

꽃을 들고, 만나러 간다 - 오사다 히로시

마음을 울렸던 시와 나의 생각과 근황(?) 한 스푼 남겨 봅니다.

왓챠에서 '바텐더(bartender)'라는 애니메이션의 마지막 회에서 불쑥 "꽃을 들고 만나러 간다"는 오사다 히로시의 시가 나왔다.


첫 3줄을 자막으로 만났을 때. 봄날의 입구에 들어선 3월에 세상을 떠난 남편 생각이 났다.


이 시의 전문이 궁금해서 검색하니 "시와서"라는 출판사 네이버 블로그에서 찾을 수 있었다. 후속 얘기는 뒤에 마저 하고. 우선 이 아름다운 시를 옮겨 본다.

(출처: 꽃을 들고 만나러 간다 - 오사다 히로시 : 네이버 블로그 (naver.com))



꽃을 들고, 만나러 간다.  -오사다 히로시-


봄날, 당신을 만나러 간다.

당신은, 세상을 떠난 사람이다.

어디에도 없는 사람이다.


어디에도 없는 사람을 만나러 간다.

깨끗한 물과,

예쁜 꽃을, 손에 들고.


어디에도 없어?

아니야, 하고 세상을 떠난 사람이 말한다.

어디에도 없는 게 아니야.


어디에도 가지 않는 거야.

늘, 여기 있어.

걷는 건, 그만뒀어.


걷기를 멈추고,

비로소 알게 된 게 있어.

걷는다는 건, 여기가 아닌 어디론가,


멀리 어디론가, 멀리, 멀리,

조금씩 나아가는 거라고 생각했어.

그게 아니라고 깨달은 건,


죽고 나서였어. 이제,

어디에도 가지 않아,

아무리 먼 곳도 갈 일은 없어.


그걸 알았을 때,

내가, 지금, 있는,

여기가, 내가 다다른,


가장 먼 곳이란 걸 깨달았어.

이 세상에서 가장 먼 곳이,

사실은, 이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곳이라는 것을.

산다는 건, 나이를 먹는다는 거야.

죽으면, 나이를 먹지 않아.


열 살에 죽은

인생의 첫 번째 친구는,

지금도 열 살이다.


병으로 힘들어하다

돌아가신 어머니는,

죽어서, 다시 건강해졌다.


죽음이 아니라, 그 사람이

내 안에 남기고 간

분명한 기억을, 나는 믿는다.


말이, 뭐라고 생각해?

말로는 결코 나타낼 수 없는 생각이,

여기 있다고 알려주는 것이, 말이야.


말을 하지 않았던 사람도,

이야기를 할 수 있다고 알게 된 것도,

죽고 나서였어.


봄 나무의

가지들이 서로 앞다투어,

흐릿한 하늘을 붙잡으려 한다.


봄날, 당신을 만나러 간다.

깨끗한 물과,

예쁜 꽃을, 손에 들고.




한 줄, 한 줄- 눈으로 글을 만져가며 읽는데-한 움큼 마음이 뭉쳐진 눈물이 흘러나왔다. 이 글을 담은 블로그에 가보니, 이 시는 시인이 아내를 잃고 매우 힘들어할 때 쓴 시라고 한다.


이 시가 담긴 책을 사고 싶어 검색을 해봐도 나오지 않아, 용감하게 출판사"시와서" 블로그에 직접 메세지를 남겨 문의하니- 저작권 문제로 들어올 수 없었다 한다.


글을 조금 써보니, 띄어쓰기와 문장 부호 등이 가지는 의미가 있어- "시와서"출판사 님의 허락을 얻어 번역한 그 글 그대로를 옮기고 출처(상단에 있어요^^)를 남겨놓기로 했다. 내가 일본 문학을 잘 알고, 그걸 일본어로 이해할 수 있었다면 좀 더 이해가 깊어졌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요새는 드문드문 보이지만, 지하철 스크린도어(?)에 붙여진 시를 참 좋아한다. 사실 시는 나의 관심사 문학 장르는 아니지만, 그 붙여진 시들을 보면. 그 서정적인 단어 선택과, 그 안에 담긴 그 시인의 마음과 추억이 함축되어 나에게 깊은 울림을 주는 그 순간이 참 좋다.


짧은 문장에서 삶의 깊이와 그것을 반짝이게 표현한 수많은 시인들이 참 경이롭고 신기하다.


저 시에서는 특히, "죽음이 아니라 그 사람이 남기고 간 분명한 기억"에 대한 부분과 "말"에 대한 부분이 가장 마음이 와닿았다. 이건 내가 아니면, 느낄 수 없는 그런 부분이다.


시인이 말했듯.. 말로는 분명히 나타낼 수 없는 생각이 있다는- 그 부분과 맞닿아 난 그걸 선명히 여기에 써낼 수가 없다.


그저 시를 옮겨.. 다른 누군가에게도 이 시가 위로가 되길 바랄 뿐이다. 내년 봄에 남편 납골당에 갈 때, 저 시가 마음에 많이 많이 떠오를 것만 같다.


요새의 나는, 남편에게 부끄럽지 않은 사람. 남편을 나중에 만나 열심히 살았노라고 말해주겠다는 다짐을 하며, 하루하루.. 노력하고 있는 중이다. 아직은 그래도 부끄럽지 않다 말하진 못하지만, 개선되어 가고 있다고.. 말해줄 수는 있을 것 같다.


그렇게 그리움을- 보고 싶다는 마음을- 하루의 시간에 녹여서 오늘도 하루가 채색된 그 배경을 가지고 흘러가고 있다.



그 외 사담... 브런치 스토리 12회 출판 프로젝트에서 특별히 '소설' 부분을 따로 떼어내어 올려준 것이 참 나는 좋다고 생각한다. 이번에는 내 개인 사정이 있어 글을 쓸 수 없어 응모할 수는 없지만, 신춘문예도 거의 씨가 말랐고, 각 출판사의 문학상들이 드물어지는 이 시점에-


브런치 스토리가 그 역할을 감당하는 건, 정말 처음 이 사이트의 주된 홍보였던, 작가가 돼 보라고 한 말에 가장 부합하고, 가장 맞는 일이라고 나 개인적으로는 생각한다. 이번에 소설에 당선되는 분은 출판도 하고, 수상도 하니 참 작가로서 멋진 스타트를 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웹소설도 좋은 작품이 많겠지만, 가끔 인터넷에 걸리는 알고리즘을 보면- 거의 로판(로맨스 판타지) 위주인 느낌이 든다. 내가 여자여서 로판이 나오는지도 모르겠다.  광고글에 모르는 단어가 있어 검색해 보니 남자 주인공의 육체적 능력에 관한 표현이었다. 한글이던데,, 그 원래 뜻은 어디로 가고, 그렇게 사용되는 걸까 싶기도 했다.


시대의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겠지만, 책으로 나오는 소설은 웹소설처럼 자극과 가독성은 덜할지 모르지만, 그 안에 작가가 녹여내고자 한, 글의 매력과 책의 매력이, 그리고 정통 중편 소설과 장편 소설이 장기간의 노력을 딛고 나올 것이라 믿어본다.


괜히 출판 프로젝트 소설 부분에 마음에 흡족함이 있어 생각을 써본다. 요새의 책들은 경제서와 에세이에 치중되어 있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싫다는 건 아니다. 나도 그 분야의 책들을 읽으니까. 단지, 치중도가 높 보였다는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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