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하자는 말을 들었을 때.
내 안의 우주가 붕괴되는 느낌이었다.
누군가와 함께 만든 추억을 잘라내는 것은 내 스스로의 아픔을 도려내는 것과는 다른 차원의 통증이다.
나이가 들수록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이 두려워지는 것은 그런 통증을 느끼고 싶지 않아서일 것이다.
냉정해야 했다.
이유를 물었다.
이유는 결혼 전에 있었던 일들이 대부분이었다.
X도 자기가 말하는 당위성이 말도 안된다 느꼈는지 굳이 이혼은 안 해도 되는데 더이상 나를 사랑하지 않는 것을 알아 달란다.
헤어지자고 수도 없이 말했던 나에게 절대로 안된다고 결혼까지 감행했던 그녀였다.
감정은 변한 것이 없었다.
내가 어떤 사고를 치거나 X와 싸운 적도 없었고.
집안 일을 특히나 싫어하는 그녀이기에 집안 일도 다 내가 담당하는 중이었다.
연인이면 모를까 결혼 했으면 최대한 서로를 위해 희생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주의였으니까.
결혼할 때와 달라진 것은 하나였는데 정말 생각하고 싶지 않은 이유였다.
당신이 하고 있는 사업을 어떻게 하게 되었는지 기억은 하냐고 물었다.
할 말이 없단다.
코로나로 내 사업체가 문을 닫은 타이밍에.
내 노력과 자원을 이용해서 사업을 시작한 그녀의 이혼 선언은 나에게 일반적인 이혼 이상의 배신감이었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미련 없이 헤어지자고 했다.
어떻게든 설득해서 이혼까지는 안 간다고 해도 납득할 수 없는 이혼 사유는 평생 우리 사이를 갈라 놓기에 충분했다.
그렇게 나는 결혼 전의 일을 사유로 이혼을 하게 되었다.
나는 인생을 살면서 다시는 그녀를 만날 생각이 없다.
하지만 내가 헤어졌던 과거의 연인들을 아직도 사랑하는 것처럼.
그녀의 성공을 바라고 그녀를 사랑하며 살아가기로 했다.
왜냐고?
누군가를 미워하며 살기엔 내 인생이 너무 가치 있기 때문이다.
세계 여러 나라를 다니면서 배운 것은 아름다운 미래를 꿈꾸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그들의 꿈을 닮아 간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