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닮은 테니스

수(數)의 조절

by 조원준 바람소리


테니스에서 실력은 NTRP로 구분한다.


NTRP The National Tennis Rating Program(전국 테니스 등급 프로그램)의 약자로 1978년 미국 테니스협회(USTA)가 USPTA와 IRSA(세계 라켓 스포츠 협회)와 공동협력하여 채택한 테니스 동호인 실력 구분 프로그램.



NTRP 등급은 1.0에서 7.0까지 0.5 간격을 두고 세분화되어 있으며 테니스를 시작하면 1.0 단계다. 마지막인 7.0 단계는 국가대표 급으로 국제 대회에 출전한 세계적 수준이다. 이들은 대회 상금이 주 소득원인 프로 선수들이다.




나는 테니스 입문 후 1.0에서부터 시작하여 1.5, 2.0 단계를 거쳐 50대 초반이었던 구력 20년 차에 레벨 4.0을 기록한 것 같다. 이 수치가 나의 테니스 최고의 실력이었다.


4.0의 수준이라 함은 일반적인 속도의 공에 대해 방향과 깊이를 조절해 가며 꾸준히 칠 수 있다. 서브는 위력적이지는 않지만 퍼스트와 세컨드를 원하는 위치에 넣을 수가 있고 퍼스트는 플랫으로, 세컨드에는 톱스핀까지 가능하다.


적정한 스피드로 오는 포핸드 발리는 깊이와 방향을 조절할 수 있고 백 발리는 방향 조절은 되나 깊이를 조절하기에는 조금 부족하다. 간단한 오버헤드를 쉽게 성공시키거나 빈 곳에 그라운드 스매시도 가능하다.


복식에서 포치를 노리고 어프로치 샷 후에 네트로 대시한다. 위닝샷을 쳐서 포인트를 내려고 한다. 상대의 약한 부분을 공격할 수 있다. 위기 시 진형의 정비를 위해 수비 로브를 띄울 수 있다. 상대의 세컨드 서브에 안정적이고 공격적인 서브 리턴을 한다.


비슷한 전력끼리 붙은 복식경기에서 파트너십은 다소 안정적이다. 랠리에서 인내심 발휘하여 믿을 만하다. 공의 스피드와 회전을 효과적으로 이용하고 깊이를 잘 조절한다. 일반적인 속도의 공에 대해서는 공격적으로 받아친다.




약 15년 전 그동안 준한 노력으로 NTRP 4.0으로 정점을 찍은 나의 실력은 극점(極點)이르렀는지 이후 더 이상 수치는 오르지 않고 점점 하향곡선을 그리는 중이다.


나타나는 현상으로는 예전에는 게임 전에 몸풀기 스트로크 랠리를 하면 상대와 티키타카로 볼을 주고받을 때 볼이 나가는 방향도 일정하고 힘조절이 되면서 오랫동안 지속되었던 랠리가 이제는 방향도 일정하지 않고 랠리 횟수도 5회를 넘기기 힘들다.


게임 중에 센터로 오는 볼을 자주 놓치고

백 발리는 실수가 잦다. 포인트 결정력도 없을뿐더러 네트 앞에 짧게 떨어지거나 옆으로 빠지는 공에 대해서 발이 따라가지를 못한다. 그러므로 복식 진형도 네트로 대시하지 못하고 사선형을 유지한다. 현재는 NTRP 3.0에 해당하는 수준으로 두 단계 내려왔다.




테니스 라켓을 잡은 세월 36년을 돌이켜 보면 시간이 로병사로 가는 인생의 여정처럼 느껴진다. 혈기 넘쳤던 젊은 날에는 정과 노력으로 상급자를 추월해 나가면서 등급이 위로 오를 줄 알았는데 결국 나의 발목을 잡는 것은 무쇠도 슬게 하는 세월이었다.


지금은 점점 떨어지는 체력에 반사신경마저 무뎌져서 스피드가 있는 워 볼이나 강하게 걸린 스핀의 압력을 견디지 못하는 상태가 돼버렸다. 이제 테니스를 평생 벗으로 삼기 위해서는 수(數)의 조절이 필요한 시점이다.

가는 세월을 한탄해 봤자 한 때 나의 최고의 수(數)였던 NTRP 4.0이 다시 돌아올 리 만무하다. 그러므로 라켓의 무게도 신체에 무리가 가지 않을 만큼 가볍게 하고, 헤드 사이즈도 대빵인 시니어 전용으로 바꾸고 스트링 텐션도 힘보다는 탄력으로 치는 파운드로 낮춰야 할 것이다.




주말에 한 번씩 오르는 둘레길을 걷는다. 무마다 꽃 진 자리에 새싹이 돋아나더니 잠시 연둣빛에 머물다가 잎은 금세 초록으로 변해간다. 태양 아래 녹음도 한 때이고, 곧 온산 붉게 물든 단풍으로 수를 겠지.


세월이 야속하고, 인생이 무상하여 잠시 뒷짐 지고서 하늘을 바라보니 작고한 현철의 히트곡 '청춘을 돌려다오' 후렴부가 전에서 맴돈다.


"가는 세월 막을 수는 없지 않으냐

청춘아 내 청춘아 어딜 가느냐~"




수, 금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