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문욕례
번문욕례(繁文縟禮) - 번거롭고 까다로운 규칙과 예절
복잡한 사회생활을 해 나가는 사람들은 다른 일이 닥쳤을 때 간단하게 이해하는 것을 바란다. 그렇지 않아도 머리 아픈 일이 많은데 크게 중요하지 않은 일에는 무시하거나 대충 처리한다.
서양 철인 세네카는 단순함의 중요성을 말했다. ‘모든 기교적인 것, 주의를 끄는 것은 피해야 한다. 단순만큼 사람으로 하여금 친근하게 하는 것은 따로 없다.’ 또 있다. ‘참으로 중요한 일을 하는 사람은 누구나 항상 단순하다. 왜냐하면 쓸데없는 일을 할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톨스토이다.
단순함을 찾는 사람에게 생각도 그러한데 번거롭고 까다로운 규칙(繁文)과 꾸미기만 한 듯이 세세하게 보이는 예절(縟禮)은 더 거리감을 느낀다.
번잡스러운 煩文(번문)이라 해도 같고 줄여서 번욕(繁縟). 번망(繁忙)으로도 쓴다. 금침이나 자리에 꽃무늬 놓는 것이 욕(縟)인데 역시 번잡하다.
이 말은 처음에 어디에서 사용되었는지 분명하지 않으나 중국 서주(西周) 시대에 강태공에게 보고를 받은 주공은 정치가 쉽고 백성들에게 친근해야 따르게 된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정치는 간단하고 쉽게 행해지지 않으면 국민들이 가까이 다가갈 수가 없다. 한 고조 유방은 통일한 뒤 약법삼장(約法三章)으로 민심을 다잡았다.
게임 시 실점의 형태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상대의 빠르고 강한 샷을 받을 수가 없어서 생기고 또 하나는 느린 볼에 대해 생각이 많아서 순간 타이밍을 놓쳐 생긴 에러 때문에 발생한다.
내 실력이 미천하여 상대에게 실력으로 제압을 당했다면 어쩔 수가 없는 상황에서 당하는 실점이지만 느리게 오는 볼에 대해 빈 곳을 찾으며 보낼 코스를 생각하는 우물쭈물하는 순간에 타점은 이미 라켓의 스위트스폿 존을 벗어나 있으니 볼은 네트에 걸리거나 라인 밖으로 나간 상태가 된다.
코트에서 분주히 움직이면서 생각하는 테니스를 하는 것이 맞다. 그 생각이란 공방전을 펼치면서 상황을 예측하라는 소리지 느리게 오는 볼에 대해서 다 와서 멈칫하라는 소리가 아니다.
단순한 생각이 호쾌한 스윙을 만든다.
-테니스 코리아 2023년 6월 호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