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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심 Feb 18. 2023

중년 이후 뼈도 관리가 필요해

우리 어머니는 경증의 치매를 앓고 있는데 작년 연말에 치매증상이 자주 나타났다. 우리와 함께 살고 있는데 살고 있는 이 집은 자기 집이 아니라면서 자기 집으로 가야 한다고 부득부득 우기면서 거실을 나와 현관을 향했다. 이런 어머니를 밖으로 못 나가시게 설득을 해서 어머니 방에 모셔다 두면 또 금방 잊어버리고 자기 집으로 가야겠다면서 현관으로 향했다. 알아듣게 설명을 해도 막무가내였다. 이런 날은 어디서 힘이 나오는지 못 나가게 말리는 내 손을 뿌리치고, 손아귀 힘도 세어지고 걸음도 잘 걷고 걸음걸이도 평소보다 빠르다. 도돌이표처럼  방에 어머니를 모셔다 드리면 어머니는 또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하는 수 없이 현관문을 열려고 해도 문이 안 열리면 밖으로 나가는 것을 포기할 것이라 생각하고 현관문의 위쪽 잠금장치를 잠갔다.


  현관문을 잠근 후 나는 다른 내 볼 일을 하고 있었는데 현관 쪽에서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어머니가 땅바닥에 주저앉은 채 일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어쩌다 이렇게 됐냐고 물으니까 신발 신으려고 하다가 중심이 무너져서 엉덩방아 찧으셨다고 했다. 어머니를 부축해서 일으켜 세우려고 했는데 아파서 도저히 못 일어나겠다고 하시면서 오른쪽 다리에 힘을 못 주고 오른쪽 다리는 살짝 위로 들려있었다. 병원에 모시고 갔더니 고관절 골절이라면서 이런 시골에서는 수술하는 병원이 없으니까 큰 도시로 나가서 수술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어머니의 연세가 85세인데 아무리 나이가 있으셔도 수술 안 하면 통증이 너무 극심하니까 다른 병원 빨리 알아보고 수술을 받게 하라고 했다. 우리 생각에는 그냥 살짝 넘어져서 엉덩방아 찧은 것뿐인데 이렇게 고관절이 두 동강이 나다니 청천벽력과도 같았다.


  우리 어머니처럼 나이 든 어르신들에게 고관절 골절은 매우 심각한 질환이다. 나이가 들면서 근육량도 줄고, 운동능력과 반사신경도 떨어지고, 쉽게 넘어지고, 젊은 사람에 비해 넘어졌을 때 뼈가 쉽게 부러지게 되고, 회복하는데 시간도 오래 걸리고, 침상에서 오래 생활할 수밖에 없으므로 누워있는 동안에 건강히 급격히 나빠지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우리는 당장에 고관절 수술을 전문으로 하는 병원을 알아보고 곧바로 입원수속하고 각종 검사를 받았다. 연세가 있으셔서 수술한다고 해도 예후가 좋지 않을 수도 있고, 수술 도중에도 잘못될 수 있다면서 그것을 감수할 수 있는지, 수술에 대해 가족회의로 결정을 내리고 연락을 달라고 했다. 어머니가 수술을 안 하게 되면 통증이 너무 극심할 것이고 수술을 하자니 도중에 잘못될 수도 있다고 하고 수술을 해야 할까? 말아야 할까? 어떻게 해야 할지 진퇴양난이었다. 우리 가족은 가족회의를 거쳐 하루를 살더라도 통증 없이 살게 해 드리자고 수술하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다. 다행히 어머니는 인공관절을 삽입하는 수술이 무사히 잘 되었고, 현재는 한 달에 한번 수술 부위에 별 다른 이상이 없는지 경과를 보러 수술한 병원에 외래진료를 다니고 있고 요양병원에서 열심히 재활치료 중이다. 


  어머니의 병원 생활을 통해서 우리가 직접 목격하기도 했지만 실제로 병원에 입원해 있는 고관절 골절 환자의 대부분은 여성으로 나이 든 사람이었다. 이처럼 갱년기 이후 여성들에게 골절이 쉽게 잘 발생하는 데에는 뼈가 녹아내리는 것을 막아주는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 분비가 감소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어머니도 진작에 골밀도 검사를 받으시고 골다공증 예방주사를 착실하게 맞아두었더라면 이렇게 쉽게 뼈가 부러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평생 처음으로 어머니는 골다공증 주사를 맞으셨고 6개월 후에 또 맞는다고 했다. 


  나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듯한 느낌이 들었지만 이다음에 또 낙상으로 인한 골절이 안 일어난다는 보장이 없기에 그때를 대비해서 예방적 차원에서 맞았다. 나이가 들면 골밀도 검사를 정기적으로 받아서 뼈 건강도 관리해야 하겠다. 체내 칼슘 흡수 촉진을 위해서 비타민D의 역할도 매우 중요한데 비타민D는 햇볕에 20분 이상 노출되는 것만으로도 생성된다고 한다. 햇볕 아래에서 규칙적으로 가벼운 산책이나 걷기 등을 통해서 약해지기 쉬운 뼈를 튼튼하게 해 주는 운동도 꾸준히 해서 뼈 튼튼, 건강한 노년을 맞이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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