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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병승 Jan 25. 2024

유럽의 고향 시칠리아(11)

노토의 매혹적인 아름다움 탐험

어제 오전에 쿠킹클라스를 마치고 오후에 오르티지아, 시라쿠사의 네아폴리스 고고학 공원을 모두 하루만에 둘러 보는 강행군을 했는데 오늘도 일정이 만만찮다. 아침 식사를 마친 뒤 9시 경 체크아웃을 하고 노토시내로 향했다. 우리가 묵었던 리조트에서 가까워 2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버스에서 내려 조금 걸어가자 개선문과 같이 생긴 기념비가 나왔다. 포르토 레알레 Porto Reale라고 하는데 도시의 중심부로 들어가는 입구역할을 하는 곳이다. 가이드 말에 따르면 1838년에 왕 페르디난도 2세의 방문을 기념하기위해 세워졌다고 한다. 


이 곳에서는 매년 5월에 꽃축제인 인포라타 디노토Infiorata di Noto가 개최된다고 한다. 이 축제는 1980년부터 시작되어 매년 봄을 맞이하여 개최되고 있는데 축제기간동안 노토의 중심지인 비아 니콜라치 Via Nicolaci 거리는 꽃으로 장식된 아름다운 모자이크로 뒤덮인다고 한다. 우리가 방문한 달은 9월이어서 실물은 볼 수 없으나 주변 가계에 걸려있는 사진으로 보니 정말 화려하다. 이 축제는 수십개국에서 참가하는데 주제는 매년 바뀐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작년에 참가했다고 한다. 가이드는 축제 기간 동안에는 퍼레이드와 다양한 행사가 열려 꼭 한번 볼만하니 다음에 기회가 있으면 봄에 오라고 한다. 

노토 꽃 축제 Infiorata di Noto

포르토 레알레를 지나 시내 중심부로 들어오니 노토가 건축학적 탁월함, 역사적 중요성, 자연의 화려함을 모두 갖춘 보석과 같은 도시임을 알 것 같다. 멋진 건물과 걸작인 문화재가 늘어선 시내 중심가 거리는 노토의 거리 풍경은 깊은 인상을 준다. 노토에 있는 건물은 바로크 스타일이 대부분인데 이유는 1693년 일어난 지진때문에 당시 건물들은 대부분 파손되어 모두 재건되었기 때문이다.  기원전 7세기부터 지금까지 2,700년 동안의 다양한 건축 양식이 살아 숨쉬는 유산을 간직한 오르티지아와는 또 다른 모습이다. 산 니콜로 대성당Cattedrale di San Nicolò을 향해 가이드와 함께 걷는데 옆에 있는 최사장님이 한마디 던진다.


"오르티지아와는 또 다르네. 타임머신을 타고 17세기에 온 것 같아"


여기에도 지진이 일어나기 전에 많은 고딕 양식의 건축물들이 많이 있었겠지만 지금은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없는 것이 안타깝다. 15세기 때까지 유행했던 양식이며 지금도 유럽전역에서 많이 볼 수 있는데 노토에서는 볼 수 없다. 


고딕양식에서 바로크양식으로의 변화를 촉발한 것은 인간성 회복을 위한 문화 혁명 운동인 르네상스Renaissance였다. 이른바 1,000년 동안 유럽을 지배한 신본주의에서 인본주의로의 대변혁이다. 고딕양식은 엄숙함과 신성함을 상징하는 기하학적인 선과 조각에 중점을 두며 뽀족한 아치형태의 창문과 골이 있는 둥근 지붕천장, 그리고 스테인드글라스가 특징이다. 반면에 바로크 양식은 자유로움과 화려함을 상징하는 유기적인 선과 천장 그림에 중점을 두며 연극적이고 장식성이 뛰어나다.  유럽 전역 대부분의 도시에서 이 두 가지 대표적인 건축양식을 동시에 볼 수있는데 노토에서는 이 경계가 단절되어 있다. 타임머신을 타고 17세기에 온 듯한 느낌이 드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노토의 역사적인 중심지를 거닐다 보면 살아있는 박물관에 들어가는 것과 같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이 곳의 바로크 양식의 궁전, 교회, 우아한 건축물은 매혹적이다. 화려한 건축 양식과 석조 건물의 황금빛 색조가 조화롭게 어우러져 창의성이 넘치고 부유했던 당시의 분위기를 느끼게 한다. 노토 투어는 산 니콜로 대성당이 있는 마을 중심부에서 시작되는데 입구에서 임마콜라타 거리Piazza Immacolata를 지나 왼쪽으로 조금만 가면 바로 마주하게 된다. 

임마콜라타 거리Piazza Immacolata

대성당에 다다르자 우리를 압도하는 웅장함과 화려함을 가진 건물이 나타난다. '바로크 건축이란 이런 것이다'라고 말하는 듯 그 위용을 자랑하다. 도로에서 중앙계단을 따라 대성당 입구에 오르면 뒤로 노토 중심가가 내려다 보인다. 가까이에서 보니 화려하게 장식된 장엄한 외관은 감탄스럽다. 안으로 들어서자 웅장한 제단과 매혹적인 프레스코화가 눈을 사로잡는다. 영성과 예술적 아름다움의 아우라에 우리를 휩싸이게 한다. 과연 노토의 가장 중요한 랜드마크이자 예술적 유산의 상징이라는 말이 부족하지 않게 우뚝 서 있다. 대성당 역시 1693년 지진에 의해 심각한 피해를 입어 1694년부터 10여년 동안 재건되었는데 노토의 많은 다른 건물과 같이 당시 유럽에서 유행한 바로크 양식을 구현하고 있다. 


재건을 위한 디자인의 기틀은 지오반니 바티스타 바카리니Giovanni Battista Vaccarini와 로사리오 가글리아르디Rosario Gagliardi 두명의 건축가가 맡았다고 한다. 정면에서 보는 화려한 외관은 정교하고 복잡한 조각으로 장식되어 있으며 역동적인 움직임의 조각상도 함께 서 있다. 성자, 천사 및 기타 종교적 인물이다. 중앙부에 우뚝 솟은 기둥 사이에는 거대한 정문이 있으며 그 위에 장식된 장미창이 우아함을 더해준다. 


대성당 내부에 들어서자마자 그 시대의 화려한 건축적, 예술적 유행을 반영하는 바로크 테마가 이어지며 경외감을 불러 일으킨다. 본당은 화려한 치장벽토, 금박 디테일 등으로 장식되어 있다. 중앙 본당 옆에는 측면 예배당이 있는데, 각 예배당에는 그림, 조각, 장식품 등의 예술품이 소장되어 있다고 한다. 내부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는 아름다운 대리석 앙상블이 특징인 메인 제단이다. 내부로 들어오는 빛과 그림자의 상호작용은 디자인의 전반적인 효과를 높여주며, 대성당을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드라마틱한 감각적 경험을 더해준다. 대성당은 이후에도 여러 차례 다양한 복원 작업을 거쳤다고 한다. 세월에 따른 부식과 풍화 작용에 의한 문제를 해결하면서 대성당의 원래 건축학적 아름다움을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고 한다. 이 건축물이 왜 그렇게 수많은 관광객과 종교 순례자들을 끌어들이는 명소인지 알 것 같다. 

산니콜로 대성당 Noto Chathedral

대성당에서 조금만 걸어가면 시칠리아 바로크 디자인의 정점을 보여주는 아름다운 궁전인 두체치오 궁전(Palazzo Ducezio)이 나온다. 궁전의 웅장함은 화려한 발코니, 정교한 조각품, 웅장한 중앙 계단에서 분명하게 드러난다. 이곳은 건축학적 중요성도 의미가 깊지만 지금은 전시회와 이벤트를 자주 개최하여 역사적인 건축물에 생명을 불어넣어 시칠리아의 문화 허브 역할도 한다. 역사와 현재가 어우러진 멋진 경험을 할 수 있는 장소로 손색이 없다. 몬테베르지네 교회Church of Montevergine도 가까이 있는데 교회로 향하는 길에는 아름다운 풍경이 이어진다. 이 교회 내부를 장식하고 있는 복잡한 프레스코화와 고요한 분위기는 경이로움을 느끼게 하고 성찰과 역사와의 연결을 유도한다.


두체치오 궁전 을 둘러본 뒤 산타키아라 성당으로 향했다. 이교회는 로사리오 가글리아르디가 설계해서 1758에 완성되었다고 한다. 내부는 16세기와 17세기 로마 교회에서 영감을 받아 설계했다고 한다. 외관은 두 개의 주두로 모서리를 장식한 종탑이 특징이다. 원래 입구는 19세기에 도로 굴착 공사로 거리의 레벨이 낮아지는 바람에 벽돌로 덮어 버렸다고 한다. 그래서 오늘날 입구는 수직으로 꺾어진 옆 도로에 만들어진 작은 계단 위에 있다. 타원형 구조의 내부에는 신도들이 앉는 신도석이 있고 벽을 따라 네 개의 대리석 제단이 있다. 제단은 대부분 인근에 있는 노토 안티카Noto Antica에서 제작되었다고 하며 각 제단은 한 쌍의 기둥으로 둘러싸여 있다. 기둥이 지탱하고 있는 받침대 위에는 성자의 조각상들이 서 있다. 왼쪽 제단에는 조각가 안토넬로 가지니Antonello Gagini의 '화려한 마돈나와 아이'Madonna with Child가 있고, 오른쪽 제단에는 화가 살바토레 로 포르테Salvatore Lo Forte가 1854년에 그린 성 베네딕도와 성 스콜라스티카의 그림이 있다. 

산타키아라 성당Church of Santa Chiara

시내구경을 마치고 가이드는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카페 시칠리아Caffè Sicilia로 우리를 안내했다. 테이블이 비기를 기다리는 관광객들이 제법 많았는데 주로 미국인들이다. 넷플릭스Netflix의 세프즈 테이블Chef’s Table에서 소개된 뒤로 노토를 방문하는 미국인들에게는 필수코스가 되었다고 가이드가 말한다. 메뉴는 현지 랜드사가 미리 정해 놓았는데 셀러드와 스프, 그리고 베이커리 종류의 디저트로 된 간단한 식사였다. 노토 투어의 필수코스라고 하는데 솔직히 먹어보니 왜 그렇게 사람들이 많이 기다리고 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이번 여행에서 최저점을 주고 싶다. 우리 일행 중 미식을 즐기는 분들이 많아 새로운 맛있는 음식을 보면 호평을 적극적으로 하는데 이번에는 영 아닌 것 같다.

노토 시내관광을 마치고 마친고 빌라 로마나 델 카살레 Villa Romana del Casale로 향했다. 원래 점심식사 후 빌라 델 텔라로Villa del Tellaro와 벤디카리 자연보호구역Vendicari Nature Reserve을 둘렀으면 했는데 다음 행선지인 빌라 로마나 델 카살레까지 길이 멀어 생략하기로 했다. 빌라 델 텔라로는 빌라 로마나 델 카살레와 비슷한 로마유적지라 별 아쉬움이 없었다. 그렇지만 벤디카리 자연보호구역은 아름다운 야생 해변, 깊고 푸른 바다, 빽빽한 식물이 어우러진 독특한 풍경이 또 다른 매력이라고 하는데 아쉬움을 뒤로 하고 다음 행선지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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