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더콜리 토토
우리 집 강아지 토토는 보더콜리다. 보더콜리를 키우는 인구가 실제로 많이 늘었는지, 혹은 보더콜리를 키우기 시작한 것을 귀신같이 눈치챈 알고리즘이 나를 보더콜리의 세계로 인도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여기저기 보더콜리가 보인다. 어린애 수준의 지능을 가진 똑똑한 강아지! 양몰이계의 메시! 각종 대회를 섭렵하는, 뛰어난 지능과 신체의 갓벽한 콜라보를 보여주는 강아지!!! 보더콜리를 수식하는 화려한 단어들과 남편이 주장했던 개답게 생긴 외모! 그리고 적절한 사이즈까지, 우리가 한편으로 두려운 마음을 부여잡고서도 보도콜리를 입양할 이유는 많았다. -물론 입양해선 안될 이유는 그보다 더 많았지만.- 그렇게 토토는 우리 집에 오게 됐다.
토토는 우리 집에 온 첫날부터 신통 방통하게도 우리 식구들이 잠들면 아무리 심심해도 꼭 참고 가만히 기다렸다. 고작 2개월짜리 강아지치고는 참을성과 인내심이 싯다르타급이었다. 8년을 살아도 본인이 깨어나면 온 가족을 깨워재끼는 아들과 달리 토토는 베이비였는데도 식구들이 자는 시간과 깨어있는 시간을 구분했다. 자동차도 트렁크에 태우면 없는 것처럼 조용히 잘 자고 잘 탔다. 4개월에 같이 8 시간 걸리는 도시로 여행을 가기도 했다. 낑소리 한번 안 내고 8시간을 차 타고 가다니 기특하고 신기했다. -물론 한 시간에 한 번씩 쉬어가며 갔다- 배변훈련은 우리 집에 와서 두 달쯤 되어서 내가 거의 돌아버리기 직전에 하룻밤 사이에 완벽하게 마쳤다! 그날! 친한 개 키우는 언니들에게 토토를 다시 갖다 줘버리고 싶다고, 손이 다 부르텄다고 울부짖은 그날! 배변패드를 아예 방 전체에 깔아버리려고 엄청 주문한 그날! 그날부터 토토는 거짓말처럼 배변실수를 하지 않았다! 다시 보내버린단 말을 토토가 들은 것일까? 아님 내가 배변패드를 왕창 주문한 것을 알아버린 것일까! 나는 역시 보더콜리라며 토토를 추켜세웠다!
하지만 토토는 먹을 것과 먹지 말아야 할 것을 구분하지 못했다. 노란색 아이클레이를 왕창 먹어서 다음날 노란색 똥을 왕창 쌌다. 아들은 토토가 죽으면 어떡하냐며 엉엉 울었는데 그게 무색하게 멀쩡하게 노란 똥을 싸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그리고 며칠 지나고 또 노란 똥을 쌌는데 이번엔 지난번보다 더 국소적이고 선명했다. 아들에게 그 사실을 말해주니 아들이 “엄마 토토가 어제 내 노란 스마일 지우개 먹었어”라고 했다. 아 어쩐지 어우러지지 않더라니;; 지우개였어. 그뿐만 아니라 밖에서는 토끼똥, 거위똥, 소똥 등 초식동물들의 똥을 먹어댔다. 우리는 그래서 토토의 지능이 높다는 것에 의구심을 가졌다. 우리가 속아서 산 걸까? 아들은 토토를 바보콜리라고 부른다. 요즘은 휴지에 꽂혀서 휴지만 보이면 물고 도망쳐서 숨어서 뜯어먹는다. 환장!
토토의 모색은 처음에 흰색과 브라운이었는데 점점 차라며 셰퍼드처럼 끝이 검어졌다. 마주치는 사람들의 열에 아홉은 토토의 견종을 맞추지 못한다. 나는 어쩐지 억울한 생각이 들어 보더콜리의 모색에 대해 백방으로 찾다가 토토가 매우 희귀한 shaded sable이라는 모색을 가졌다는 것을 찾아냈다. 구글에 shaded sable이라고 치자 토토랑 똑같은 강아지들이 잔뜩 떴다. 나는 토토가 어쩐지 보더콜리의 전형적인 모색이 아닌 것이 약간은 서운했는데 -뭔가 속아서 샀나 싶기도 하고- 내심 마음이 풀렸다. 지금이야 뭐 토토가 핑크색 털을 가졌던들 그저 예쁠 것 같지만,
“엄마! 중요한 건 어떻게 생겼는지가 아니야! 그냥 가족이 되면 다 예쁜 것 같아! 내 강아지인지가 중요한 거였어!” 아들이 토토를 데려와서 한 말이다. 우리 집 1번 강아지인 아들은 2번 강아지인 토토를 보며 매일 “세상에 이렇게 예쁜 강아지가 있을까? 토토야~ 너는 니가 이렇게 이쁜걸 아니?”라고 묻는다! 똑똑한 보더콜리 토토는 오빠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쑥쑥 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