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배설
20년 전 쯤일거다.
20대 중반이었고, 애써 잊고 지냈던 기억을 들춰보자
군 전역후 만난 당시 여자친구와 참 많이 다퉜다.
사랑에 서툴렀고 .. 어디 사랑만이 서툴렀으랴.
열심히 사랑했다. 경험부족으로 사랑을 '희생'으로 이해했던 나는 그녀에게 열과성을 다했으며
같이 마른장작인줄 알았던 그녀는 다시 돌아보니 희나리였다.
다시 열과성을 다해 싸웠다.
싸움에도 서툴렀던 나는 그동안의 '희생'을 '사랑'으로 포장하여 충분한 '생색'을 냈고
말까지 잘했으니 논리로는 반박할수가 없으리라.
한참후에 정리가된듯한 그녀의 입에서 나온 단 한마디...
"누가하래?"
지금 다시 생각해봐도 그 말은 참 못 됐다.
그 말이 도화선이 되었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얼마안가 우리는 헤어졌고
저 4개의 음절이 트라우마로 남아
감사하게도 전 애인을 못 잊어 술을 마시거나 전화를 다시 하거나 그런
드라마같이 낭만적인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고 나서 20년뒤 나는 저 단어를 다시 마주한다.
가끔 인터넷으로 뉴스를 본다.
젊은 공무원들이 이직이 많다는 기사였다.
내용인즉 악성민원 , 갑질 , 적은 급여등으로 어렵게 합격한 공무원을 버리고 다른길을 찾는다는 것이다.
기사를 보면서 내심 안타까웠다.
공무원을 처음 시작하면 20대였을거고
이전에 나와같이 그들역시 서툴렀을거고 겪어보지 못한 길이었을거다.
'그래 힘들겠지'
기사를 다읽고 댓글을 본다.
댓글중에 가장 많은 추천을 받은 3글자
"누칼협"
처음 이 단어를 봤을때. 굳이 찾아보지 않아도 단어의 뜻이 짐작이 됐다.
"아 씨팔.. 아니겠지"
노래가사에도 있지
왜 슬픈예감은 틀린적이 없나.
20년만에 마주한 저 단어는
나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리고 고개를 젓게 만들었으며
"하아.. 진짜 못 됐다"라는 말이 절로나왔다. 어 지랄같은건
가장많은 추천을 받은 댓글이었다는거다.
익명이라는 엄청난 갑옷뒤에 얼마나 많은 인간들이 본성을 숨기고 있는가.
내가 아이와 어른을 구별하는 기준은 "배려"이다.
아이들은 배려가 없다. 어른이 될수록 사회라는 연마기에 갈고 닦여 살아남기위해 "배려"를 학습한다.
그래서 배려가 없는 나이만 쳐먹은 인간들을 보면 늙은 ADHD환자라고 생각이 든다. 고칠수도 없다 (가끔 금융치료로 비슷하게 나아지는경우는 봤다)
나는 이 논리로 성악설을 믿고있다.
하지만 "누칼협" 이라는말이 베플이 되는 이 사회를 보면 성악 , 성선은 의미가 없는것 같다.
"익악설"이 있으면 그걸 믿고싶고 이는 인간의 본성은 원래 악하고 사회의 눈치를 보며 변하는 척만하는거다.
꽤나 설득력 있다.
여튼 이 좆같은 단어는 누구나 상관없이 그사람의 결정이나 노력을 한순간에 폄하시킨다.
이 한마디면 모든게 끝이다.
정말 배려가 없는 사회가 되고있다.
공감해주지않고 깎아내리기만 하는 이 공간에서 무슨 아이를 낳길 원하고 , 그 아이게에 무슨 미래가 있단 말인가.
이런말들은 "밈"이 되기전에 정부나 각종 사이트에서 걸러줬으면 한다.
진짜 못된 말이다.
표현이 좀 거칠었으나
여기는 생각을 배설하는곳이라. 불쾌하신분들은 그냥 넘기시길 바라고
"누칼협?"
말 조심해라.
진짜 그 칼이 다시 돌아와 당신의 등을 찌를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