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갑돌이 Oct 07. 2024

나는 생색이 좋다

생각배설

오른손이 하는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


왜?


나는 무늬만 천주교고 사실상 무교다

종교에 관한 편견은 없지만 공감가지 않는 가르침들이 몇개 있는데

그중에 하나가 저거다.


"고장난명" 무슨뜻이냐?

고장난 이름. 이런거 말하면 혼난다 진짜.

손바닥 하나로는 소리가 나지 않는다는 뜻이다.


기브엔 테이크가 왜 있겠어? 

저게 미덕이였어면 기브만 있겠지.


겸손은 무슨뜻이야?


겸손

(謙遜/謙巽)

                  남을 존중하고 자기를 내세우지 않는 태도가 있음.                      겸손은 예로부터 우리의 자랑스러운 미덕이었다.                        


자기를 내세우지 않아야 남을 존중하는거야?

무슨 개 코딱지 같은 소리냐.


나는 한 조직의 리더를 맏고 있는데

이런저런 고민이나 질문을 받을때가 있다.

"왜 연락이 안올까요?", "언제 까지 기다려야 할까요?"


딱 한마디 한다.

不啼之兒基誰乳之 (부제지아기수유지)


무슨뜻이야? 그래 이건 좀 어렵다 


"울지않는 아이에게 누가 젖을 주랴."


겸손하면 아무도 날 알아주지 않아. 내가 말을 안하면 모른다니깐?

계속 젖달라고 울어야해. 가만 있으면 내가 배가 안 고픈줄 알아.

내가 지금 강사인데 

계속 떠들고 다녀야해 나 잘한다 나 잘한다 나 잘한다.

그래야 한번 봐주고 시켜봐준다니깐.

물론 정말 잘 해야해. 내 입으로 잘한다고 할만큼 뻔뻔해지려면

그 뒤에 부끄럽지 않을만큼 노력이 있어야 해.

그걸 어떻게 아냐고? 

난 몰라도 돼. 듣는 사람이 알거든. 

강의가 끝나고 명함이 몇장 나갔는지 소개가 어떻게 몇건이나 들어오는지만 봐도 

얼마나 준비를 했는지. 본인이 더 잘 알꺼야.


아래 귀여운 소녀한테는 미안하다지만

초코파이 슬로건 기억나는거 뭐야??

"말하지 않아도 알~ 아 요~"

몰라 모른다고. 말안하면 모른다니깐?

다들 무슨 궁예야?


그리고 생색은 무슨뜻이야?




생색

(生色)

  

명사          

1    다른 사람 앞에 당당히 나설 수 있거나 자랑할 수 있는 체면.  .                        

2    활기 있는 기색.   자연 그런 쪽의 화제로 갑자기 남포동 일대에도 생색이 돌곤 하였다.                        

생색은 이렇게 좋은 뜻이야.

선물 주고 얘기하면 

뭘 그런걸 티 내냐고 그런 부정적인 단어가 아니라니깐?


내가 선물을 하려고 

그  사람이 뭘 좋아하는지 찾고 

내가 열심히 일해서 번 돈으로 선물을 사고 

시간을 써서 줬으면

그정도 이야기도 못하나? 그냥 꾹 참고 당연하다고 삭히는게

상식상 맞는건가?

아니면 받는쪽에서 내가 생색내지 않게 

필요 이상으로 고마움을 표현하는 방법도 있잖아.


상식적이지 않아.

매년말 키다리 아저씨들이 익명으로 기부를 해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해 나는 그렇게 못해.

내가 그만큼 기부했으면

기부금 영수증 찍어서 카톡 프사로 해놓을껄


그런게 흔하고 자주 있다면

과연 뉴스에 나올까?

뉴스에는 평범한게 나오지 않아. 


그러니까, 생색은 나쁜게 아니야. 

생색을 낸다는 건 내가 무언가를 했다는 증거다.

노력했으면 인정받아야 한다. 

남들이 몰라주면 내가 말해서라도 알려야지, 

그게 뭐가 나쁜가?


잘 생각해봐라. 우리가 사는 세상은 '결과'로 말한다. 

누구나 "겸손"을 미덕이라 말하지만, 그 말대로 살면 어때? 

아무도 내 성과를 몰라주고, 지나쳐버린다.


일터에서 잘해놓고도 누구 하나 알아주지 않으면 억울하지 않겠어? 

누군가는 '내 일'이라 당연하다고 생각하겠지만, 

그 '당연함' 뒤엔 내가 쏟은 시간, 노력, 정성, 그 사람을 생각하는 마음들이 있는 거다. 


그래 물론, 무조건 생색을 낸다고 다 좋은 건 아니지. 

내가 남을 깎아내리며 생색내면 그건 진짜 '생색질'이 된다. 

그건 인정받기 위한 행동이 아니라 남을 깔보고 내 우월감을 과시하는 행동이니까.

 하지만 내 진짜 노력이 들어간 것이라면? 

그때는 당당히 생색내도 된다. 그걸 부끄러워할 이유는 없다. 

부끄러워할 건 오히려 내가 한 일을 제대로 말하지 않는 거다.


결국, 생색을 낸다는 건 나 자신을 제대로 바라보는 거다. 

내가 뭔가를 이뤘다는 걸 스스로 인정하고, 그걸 타인과 공유하는 과정에서 나는 내 위치를 잡는다. 


"내가 이런 걸 해냈다"

라고 외쳐야 사람들이 나를 알아보고 나를 찾는 거다.


난 그렇게 생각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