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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브문 Apr 03. 2023

여기까진 흔한 워홀 준비생의 이야기였겠지만

나는 절망편을 쓰려고 한다.

그래. 대학생활 도피까지는 좋았다. 그런데 그 방식이 워홀이 되어선 안 됐었다.


워킹 홀리데이가 무엇이냐, 바로 외국인 노동자가 된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에서는 인종과 언어로 차별받지 않던 내가 외국에 나가서는 그러한 것들로 차별을 받게 된다. 아시아인이라면 더욱더 그럴 것이고, 영어를 못한다면 더더욱 더 그럴 것이다. 그렇다면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이나 인스타그램 등에서 본 행복해 보이는 선배와 동기들의 외국살이 모습은 다 어떻게 나왔던 것일까? 그들은 노동자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도 돈을 벌기 어려운데, 외국에서 나 홀로 여러 차별들에 맞서 돈을 번다는 것은, 결코 행복한 프로필 사진이 나올 수 없는 배경이 되는 것이다.


워킹 홀리데이가 아니고서라도 외국에 나가 행복해 보이는 사진을 찍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그중에 가장 나은 것은 여행일 것이고, 대학생이라면 교환학생을 다녀올 수도 있고, 혹은 유학원을 통해 어학연수를 다녀올 수도 있다. 그게 내가 바로 '단순히 외국 생활을 하고 싶어서'에 워킹 홀리데이를 추천하지 않는 이유다. 지금도 주변에서 누군가가 '워홀 한번 다녀와 볼까...?'라고 고민한다면 뜯어말리고 있다. 내가 너무 요약해서 말한 것 같아서 별로 공감이 안 간다? 조금만 더 들어보시.



이전에 쓴 글을 한번 되돌아보자. 외국에 나가기 위해 홈페이지를 통해 워홀을 신청한 것부터 신체검사를 받기 위해 병원에 간 것, 범죄 내역서를 발급받기 위해 경찰서에 간 것, 영문 이력서와 가족 관계 증명서를 작성한 것까지. 이것들 중에 내가 혼자 하지 않은 게 있나? 다시 말해, 내가 발 벗고 나서지 않아도 누군가가 나에게 먼저 '이렇게 하면 된단다.' 하고 도움을 줬던 게 있었냔 말이다. 정답은 없다.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내가 스스로 정보를 알아내고 내가 스스로 해낸 것이다. 대견하다면 그렇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이러한 삶이 워홀 시작부터 끝까지 계속된다는 것이다. 당신이 도움을 요청하러 맨발로 뛰어오든 진흙탕을 굴러오든 먼저 찾아가지 않는 이상, 아무도 당신을 먼저 도와주지 않는 게 워홀의 현실이다. 어떠한 정보도 당신이 발품을 팔지 않는 이상 공짜로 주어지지 않고, 양질의 믿을 수 있는 정보라면 더더욱 주어지지 않는다. 이것은 비행기표 예매, 환전, 영어 공부, 임시 숙소 구하기, 보험 가입, 통장 개설, 휴대폰 정지 및 신규 개설 등의 사전 준비를 할 때부터 워홀 생활이 끝날 때까지 계속해서 당신에게 스트레스를 줄 것이다.



물론 여행도 스스로 알아보지 않으면 어떠한 루트도 짤 수 없다. 하지만 여행은 정보도 많고 자유 여행일지라도 내가 돈을 지불하는 만큼 중간중간에 전문가가 짜준 패키지여행을 넣어 갈 수도 있으며, 기간이 짧기 때문에 준비해야 하는 양도 그만큼 적다. 하지만 워킹 홀리데이는? 당신이 얼마나 오랫동안 그 나라에 살지는 모르겠지만, 그게 한 달이 됐든 일 년이 됐든 적어도 여행보다는 더욱 철저히 준비해야 할 것이다. 당신은 환영받는 외국인 '여행자'가 아니라 아무도 관심 없는 외국인 '노동자'로서 그 타국에 발을 들이는 거니까.



정보의 차이는 삶의 질에 큰 영향을 준다. 앞으로의 내 워홀 생활기 곳곳에서 그런 점들을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부지런히 발품 팔아 정보를 얻고 친구를 여럿 사귀어 잘 돌아오는 워홀러도 있겠지만, 나는 그렇지 못했다. 워킹 홀리데이 생활 실패기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절망편이라고 해야 할까. 아무튼 다음 글부터는 내가 캐나다에 도착하고 나서부터 '정보가 없어 서글펐던 순간들'을 좀 더 구체적으로 작성해보도록 하겠다. 나의 글이 '워홀 한번 다녀와볼까?'라고 가볍게 생각하는 이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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