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귤껍질 Jul 30. 2024

생일이라는, 이상한 하루

관계에 대하여



“생일은 신기한 날인 것 같아. 똑같은 하루인데 다들 괜히 축하해 주잖아. “




어제와 같은 오늘인데, 사람들이 축하를 해주는 날이 있다. 바로 생일이다.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들은 물론이고 스쳐간 사람들 중 일부가 나를 떠올리고 연락을 해준다.


대학시절에는 정신없이 선물을 주고, 잔뜩 선물을 받았다. 생일날이 되면 하루 종일 카톡을 부여잡고 감사 인사를 했다.


직장인이 돼서는 선물을 주고받는 일에 조금 무심해졌다. 매일같이 5-6명의 생일을 알려주는 카톡을 보며, 어떤 관계까지 챙길 것인가 분명한 선을 찾지 못했다. 축하해 줘야지, 싶다가도 그냥 하루가 훌쩍 흘러버리면 타이밍만 찾다가 그만두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저런 핑계로 올해는 관계를 잘 챙기지 못해서, 연락을 많이 올 거라는 기대를 하지 않았다. 그런데 카톡에 불이 난 건 아니었지만, 기대보다는 많은 인사와 선물을 받았다.


나 생일이구나, 속으로 기뻐하고 인사를 전해온 사람에게 고마움을 느낄 수 있는 적당한 양의 축하였다. 축제라기보다, 지인들과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포틀럭파티 같았달까. 그래서 한 사람 한 사람의 인사를 더 감사히 받을 수 있었다.


그동안 맺어온 관계들 중 예상치 못한 사람들에게 연락이 오기도 했다. 시간이 지났음에도 그 사람들의 마음과 생각에 내가 남아 있었고, 그래서 말을 건네고 싶었다는 것이 신기하고 고마웠다.


하루를 마무리하며, 나도 누군가의 생일에, 축하가 필요한 수많은 날들을 함께해 주어야겠다고 생각했다. 희미해진 좋은 옛 기억을 상기시킬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앞으로 아끼는 사람들에게 일 년에 한 번, 선물 하나 축하 인사말 하나 정도는 꼭 챙겨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역시 생일은 수십 번을 마주해도 특별한 날이다.

작가의 이전글 큰 질문을 나눌 수 있는 사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