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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원 Mar 01. 2024

나는 고양이가 너무 좋아!

어렸을 때부터 늘 강아지보다는 고양이가 좋았다. 사실 여덟 살 즈음 요크셔테리어에게 무지막지하게 쫓겨본 경험 때문에 강아지를 무서워했다. 지금은 극복했지만. 하지만 강아지를 무서워했던 것과 별개로 고양이는 늘 반갑고 귀여웠다. 어쩌면 고양이와 내가 하는 짓이 닮아서 끌렸던 걸까. 길에서 고양이를 만나면 우리는 멀찍이서 서로를 관찰했다. 길에 쭈그려 앉아 건너편에 있는 고양이를 쳐다보는 내 모습은 그냥 모양이 조금 다른 고양이 같았을 것이다.


고양이를 무척 좋아해서 대학에 다니면서부터는 고양이 카페를 자주 갔다.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크리스마스였다. 휴일에도 문을 연, 규모가 아주 큰 고양이 카페에 갔다. 스무 마리 가량의 고양이가 있다고 홍보를 하는 그 카페는 고양이도 많았지만 만석일 정도로 사람이 바글바글했다. 몇몇 사람들이 장난감, 간식 등으로 고양이들을 열심히 꾀고 있었다. 하지만 특별한 날이라 이미 조공을 많이 받은 탓인지 상당수의 고양이들이 시큰둥했다.


고양이와의 접촉기회가 별로 없던 와중에 한 고양이가 우리 테이블로 가까이 다가왔다. 얼마나 먹었는지 배가 빵빵하고 뚱실한 고양이였다. 그 아이는 우리 테이블 옆에 멈춰서더니 갑작스럽게 토를 했다. 동물이 내 눈앞에서 토를 하는 걸 그 때 처음 봤다. 솔직히 충격적이었다. 고양이가 원래 잘 토하는 동물인 건 알지만, 이렇게 과식을 하고 토를 하는 건 정상적이지 않다. 그 때 이건 동물학대라고 느꼈다. 나는 직원에게 아이가 토를 했다고 이야기하고 그 곳을 나왔다. 그 이후로는 무조건 규칙이 엄격하고 고객이 간식을 주는 게 허용되지 않는 고양이 카페만 다녔다. 고양이 카페를 운영한다고 해서, 고양이 카페를 찾아다닌다고 해서 다들 고양이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게 아니라는 걸, 혹은 진정으로 사랑하는 방법을 모른다는 걸 깨달았다. 고양이에게 느끼는 사랑을 있는 그대로 퍼부어주고 싶은 이 마음. 사람들은 이런 마음으로 아이들에게 간식을 줬겠지. 그래야 고양이들이 다가오니까.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고양이 카페는 혜화에 있었다. 간식 금지, 고양이 안기 금지, 신발 벗고 입장하기 등의 규칙이 있고 북카페처럼 책장에 책이 가득 꽂힌 곳이었다. 책을 읽고 있으면 고양이들이 내 테이블 밑을 스윽 지나가거나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옆에 와서 앉거나 했다. 그 카페를 드나들며 생각했다. 언젠가 나도 우리 집에 고양이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고양이가 내게 다가오지 않아도, 고양이가 있는 공간의 공기는 내게 특별한 느낌을 주었다. 따스하고 몽글몽글한, 아늑하고 편안한 기분.


원룸에서 자취를 하며 학교에 다니는 나에게 고양이를 키우는 건 나에게도 고양이에게도 못할 짓이었다. 애초에 집주인이 허락하지 않을 것이었고. 그렇게 졸업할 때까지, 직장을 구해 사회인으로서 적응할 때까지, 비싼 월세 대신 더 비싼 대출금을 내며 내 집에 사는 그 순간이 올 때까지 시간이 너무나 오래 걸려서 고양이와 함께 사는 꿈은 내 마음 속 소원상자의 가장 밑바닥에 들어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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