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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muse Nov 19. 2023

이름

고유한 나만의 것

이 땅에 태어나 한평생을 살아가면서 가장 많이 듣는 단어. 바로 본인의 이름. 우리 모두에게는 이름이 있다.


삶을 가치 있게 살라는 의지를 반영한 듯 아빠의 뜻에 따라 지어진 우리 자매의 이름은 ‘보람’과 ‘아람’인데, 두 단어는 모두 순우리말로 그 의미는 다음과 같다.


보람
어떤 일을 한 뒤에 얻어지는 좋은 결과나 만족감 또는 자랑스러움이나 자부심을 갖게 해주는 일의 가치.
아람
밤이나 상수리 따위가 충분히 익어 저절로 떨어질 정도가 된 상태. 또는 그런 열매.





취준생 때 작성했던 이력서나 관공서에 가면 제출하는 민원서류 등 대부분의 제증명서에는 한자어를 적는 칸이 있는데 그곳에 적을 한자가 없어서 늘 아쉬웠다.


남들은 한자어가 있어서 또 하나의 이름을 가진 듯한 느낌인데 남들 다 가진 한자어가 나만 없으니 왠지 손해 보는 느낌이란 말이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 생각은 계속 바뀐다. 이제는 내 이름이 순우리말이라는 고유성과, 한자어가 없기에 그래서 ‘찐 한국인’ 다운 특별함을 가질 수 있어서 좋다.





이름 : 다른 것과 구별하기 위하여
사물, 단체, 현상 따위에 붙여서 부르는 말.


인간으로 태어나면 모두에게 부여되는 것. 비단 인간뿐만 아니라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무생물에게도 그 존재가 불림받기 위해 만들어지고 작명되는 것이다.


‘이름’이라는 것은 오직 나만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것이자 나의 정체성이라고도 할 수 있다. 눈에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들에도 그 존재가치를 인정받기 위하여 다 이름들이 있다.



순우리말 ‘아람’의 의미

나는 과연 내 이름처럼 살아왔을까? 완벽한 사람은 못 돼도 내 이름처럼은 살아야지 하는데, 내 이름을 자랑할 수 있을 만큼 내 이름 앞에서 떳떳하게 살아왔나.


농부의 손길을 거치지 않아도 자양분을 통해 스스로 자라나는 알밤처럼, 햇살을 충분히 받아 저절로 밤이 벌어질 만큼 나는 알차게 익은 과실처럼 살아왔을까.


그렇지 못한 것 같아 내 이름에게 미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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