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성! 경계근무 투입하겠습니다!
나의 첫 근무가 시작되었다. 물론 백지상태의 이등병이었기에 선임들과 함께 가는 '동반근무'의 형태였지만.
경계병 선임들은 항상 피곤해 보이는 모습이었다. 밤낮없이 정해진 시간마다 근무해야 했기 때문이다. 나는 한겨울인 1월에 전입을 왔는데, 한겨울의 부대는 너무도 추웠다. 나는 선임들이 피곤에 지친 채 추위에 대비하는 모습을 보며 더 긴장했다. 밖으로 나갔을 때의 고생길이 보이는 것 같았고, 그걸 이미 알고 있을 선임들이 말없이 옷을 꽁꽁 껴입는 모습이 사뭇 삭막했기 때문이다.
훈련소를 갓 마치고 나와 아직 빳빳한 군복을 입고, 필요한 장구류를 점검한 뒤, 근무지로 향했다. 선임들은 별 거 아니라며, 긴장하지 말라고 했지만 이런 상황에 긴장하지 않을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훈련병 시절이 아직 단단히 몸에 남아 제식을 철저히 지키며 선임들의 뒤를 따랐다. 처음 몇 번의 동반근무는 일을 배우는 덕분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지나갔다. 근무 내용 자체가 어려운 것은 아니었다. 정해진 규칙, 준수해야 할 것만 잘 지키면 되는 근무였다.
문제는 교육이 끝나고였다. 원래 근무 중 잡담은 안 되는 거라지만, 동반근무 때는 교육을 핑계로 선임들이 이런저런 말을 걸어오곤 했다. 처음 보는 사이여서 그런지, 서로에 대한 질문과 대답을 하다 보면 근무시간은 금방 갔었다.
그러나 약 1주간의 교육이 끝나고 본격적으로 근무에 들어가자, 조용함과 지루함을 이기는 것이 생각보다 힘든 일이었다. 특히 야간 근무의 경우 그 고난이 극에 달했다. 사람도, 동물도 거의 지나가지 않는 정적인 풍경을 바라보고 있으면 시간도 그 광경처럼 멈추는 듯했다.
자연스레 생각이 많아지게 되었다. 왜 군대에 간 사람들이 동기부여를 받고, 일명 '갓생'을 살려고 하는지 알게 되었다. 그거라도 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을 것 같았다. 이 허무하게 느껴지는 시간을 그냥 보내면 그 후회를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이때부터 일종의 기록이 시작되었다. 처음은 글쓰기는 아니었다. 내일 할 일, 그리고 이번 달에 할 일 등 내가 무엇을 해야 만족스럽게 시간을 보낼 수 있을까를 조금씩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