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와 건대 사이에서 인생 '여행지' 찾기
10년 전, 버스커버스커의 노래가 유행했을 적 1집에 수록된 노래를 다 들어보았다. 많이들 여수밤바다를 좋아했지만 갓 상경한 나에게는 여수보다 서울이 더 가까웠다.
그래서 들은 노래가 '홍대와 건대 사이'
홍대는 어디인지, 건대는 또 어디인지. 지금은 눈감아도 발걸음이 저절로 지하철 2호선을 안내하지만 그땐 지하철 노선도를 한참 살펴보며 홍대와 건대의 위치를 가늠했었다.
그 사이에 위치한 수많은 동네들을 소개해보려고 한다.
첫번째로 소개할 지역은 삼청동이다.
나는 경복궁, 인사동, 북촌한옥마을, 서촌까지 아우르는 이 지역을 좋아한다. 이 지역은 한국에 여행온 외국인들이 꼭 들린다는 곳들이다. 서울에서도 가장 한국적인 멋이 가득 담긴 곳이기 때문이겠지.
서울에 온 후로 고궁 이곳 저곳을 다녀보았다. 경복궁, 창덕궁, 창경궁, 서울엔 궁이 참 많았다. 궁에서 산책하는 것을 좋아하다보니 사계절에 다 들러보게 되었다. 특히 궁의 낮도 아름답지만 궁의 밤도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한옥과 가장 잘 어울리는 계절은 언제인가?
나는 낙엽이 지는 가을이라고 생각한다. 한옥의 아름다운 곡선의 미가 알록달록한 낙엽과 만나 왠지모르게 쓸쓸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한옥 사이 사이 떨어지는 노란빛 은행잎 속, 비까지 내린다면 운치는 더해진다.
11월의 첫째주 일요일에 늦잠을 자고 일어났다. 이미 시간이 4시를 넘었기에 저녁 준비를 하고 집에서 쉬어야 마땅하지만 아파트 창문 너머로 내리는 비를 바라보다 문득 삼청동 생각이 났다. 아파트 현관앞에는 소복히 쌓인 낙엽을 쓸고 계신 경비원이 보였다.
오늘 삼청동에 간다면 무척이나 색다르겠는걸?
가장 먼저 도착한 곳은 국립현대미술관이다. 안국역에 내려 조금 걷다보면 많은 미술관들을 마주치게하게 된다. 이 지역은 미술관이 참 많다.
거리를 걷다가 고소한 향이 나 나도 모르게 발걸음을 멈추었다. 육회 비빔밥집이었다. 참기름에 잔뜩 버무린 기름진 육회를 생각하니 입안에 군침이 절로 돌았다. 한그릇을 싹싹 비우고 삼청동 거리에 들어섰다. 깊어진 가을 밤의 노란색 은행잎과 빨간색 신호등의 대비가 멋지다는 생각을 했다.
이번에는 재즈가 흘러나오는 갤러리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보통 갤러리가 아니었다. 동네 특징에 맞게 한옥으로 멋을 낸 한옥 갤러리에서 식혜칵테일을 팔고 있었다. 우와, 칵테일이 식혜맛이라니! 맛이 궁금해져서 얼른 시켜보았다.
삼청동의 멋을 탐색하다 하루를 마무리했다. 나는 동네가 주는 메시지가 다르다는 걸 믿는 사람이다. 특히나 서울은 무척이나 커서 지역마다 느낌이 다 달랐다.
한옥과 가장 잘 어울리는 낙엽 떨어지는 늦가을에 삼청동을 갔던 것은 최고의 선택이었다. 밤이 되어 부슬부슬 내리는 비까지 완벽함을 더했다.
아아, 겨울이 되면 또 어떤 동네에 가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