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적 독자 시점>, 어땠나?

압축과 현실화, 장대한 원작을 영화화한다는 것

by 이유는 무엇일까

월요일, 개봉예정작 목록에서 <전지적 독자 시점>을 발견했다.

원작을 보진 않았지만 워낙 인기가 많다고,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그 게임틱한 판타지 웹소설을 영화로?'

나는 의구심과 설렘이 섞인 마음을 안고 영화관으로 향했다.

오래간만에 팝콘도 하나 사서 영화를 보는데 조금 걱정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예고를 보고 우려됐던 몇 가지가 고스란히 영화에 보였기 때문이다.

손익분기점이 무려 600만인데,, 괜찮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흥미로운 요소도 분명 있고 상업영화로서의 매력도 충분하다고 느꼈다.

여느 작품들과 같이 아쉬움과 흥미로움, 그 복하적인 감상이 드는 영화였지만

아무래도 여태까지 썼던 작품들과는 다르게 아쉬움이 조금 더 큰 것 같기는 하다.


영화를 간단히 뜯어보며 개선의 여지는 없는지 한 번 생각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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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적독자시점 웹소설 포스터.jpg 출처 : 문피아


*압축과 현실화: 거대한 세계, 2시간의 딜레마

현재도 이야기가 확장되고 있는 이 방대한 세계관을 어떻게 2시간의 필름 안에 담아낼 것인가?

영화화를 위해 해결해야 하는 최우선 과제가 바로 이것이다.

게임처럼 스탯을 올리고,

NPC처럼 '도깨비'가 등장하며,

오직 주인공만이 결말을 아는 소설 속 세계.

이 낯선 설정을 원작을 모르는 관객까지 몰입시키기 위해선

'압축'은 선택이 아닌 필수였을 것이다.

영화는 당연히 압축을 택했고, 이 선택 자체가 틀렸다고 느끼진 않는다.

각색의 방향이 빠르고 직관적인 전개를 위하는 건 이상한 게 아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 '방식'이다.



첫째는 인물의 감정 변화와, 이를 관객에게 설득시키는 과정이 부족하다.

다리 위에서 어리바리하던 주인공 김독자는 류중혁에 의해 어룡에게 먹힌다

그 후 김독자의 캐릭터는 갑자기 대사 톤과 행동, 모두에서 여유를 보이며 상황을 주도한다.

이 여유로움에 의문을 갖는 것이 아니다. 다만 얘기하고 싶은 것은 흐름이다.

본인은 웹소설이 아닌 웹툰으로 이 대목을 보았는데

김독자는 애초에 무지막지한 선역으로 나오지도 않고 전철에서부터 캐릭터가 명확히 묘사된다.

배우의 역량을 차치하더라도, 갑작스러운 톤의 변화는 관객을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시간 변화가 있었던 건지, 없었던 건지

주인공이 이현성, 유상아 등 주변인물과 전철역에서 재회했을 때,

사람들은 이미 이 웹소설 세계에 적응해 작은 사회를 꾸리고 있었다.


묘사가 부족하니 그저 그럴 수 있지,라는 '가능성'에 기대는 전개가 이어진다.


이것은 이해 불가한 수준이 아니다.

다만 그들 내면의 흐름 없이 상황만 바뀌며 자연스레 배치되는 인물들만 존재하니

압축된 전개에 끼여 인물을 이해할 수 있는 여유가 사라졌다.



<오징어 게임>의 첫 게임을 떠올려 보자.

게임하라고 데려 온 사람들을 무자비하게 학살하며

참가자들의 공포와 혼란을 현실적으로 전시했던 것과 비교해 보면,

<전지적 독자 시점> 속 인물들은 놀라울 만큼 빠르게 상황에 적응한다.

<오징어게임> 내에선 충격적인 상황을 맞이하는 각각의 반응과 성격에 따라

관객은 인물을 알아가고 다음 시퀀스에서 이 인물들이 그릴 이야기를 기대한다.


다만 <전지적 독자 시점>은 이런 과정이 부족하다 보니

인물들은 서사를 위한 장치처럼 소모되고, 아이러니하게도 웹소설을 '현실화'한 영화에서

오히려 현실감이 떨어지는 순간들이 발생했다.



사실 이 인물의 묘사, 이야기 흐름의 아쉬움을 얘기할 때

'이러한 요소들이 과연 작품의 비흥행에 결정적인 악영향을 끼칠까?'라는 의문이 들 수 있다.

당장 <케이팝 데몬 헌터스>만 봐도 시나리오의 정밀도는 높지 않다.

진우와 루미의 관계, 루미의 정체성 혼란 극복, 미라와 조이의 묘사 부족이 모두 그러하다.

그러나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초대박을 쳤고,

현재 넷플릭스의 새로운 흥행 IP가 되어 다음 시리즈 제작이 예정되어 있다.


이러한 사실만 보면 구조와 흐름 정도는 무시해도 아무런 상관이 없을 것 같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다른 요소에서 확실한 강점이 있을 때의 이야기다.

저번 글에서도 다뤘지만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무엇보다

연출과 디자인, 음악, 그리고 무엇보다 애니메이션이라는 기획의 힘을 제대로 발휘한 케이스다.


<전지적 독자 시점>이 전개는 퉁 치고 넘어가더라도 다른 부분에서 승부를 볼 생각이었다면

그만큼 다른 요소에서 관람객을 후킹 할 수 있는 요소가 있어야 했다.

의도적인 포기와 억지로 끼워 넣으려다 빠지는 건 명백히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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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화'의 명과 암: 공간의 성공, 액션의 실패

'현실화'의 측면에서 본인이 가장 흥미를 느낀 부분은 바로 '공간'의 활용이었다.

우리에게 너무나도 익숙한 '지하철역'이라는 폐쇄된 공간에서 펼쳐지는

판타지적 전투와 생존 게임은 그 자체로 훌륭한 볼거리다.


처절한 인간 군상과 아기자기한 게임 UI, 비현실적인 도깨비의 조합은

<부산행>이 줬던 K-장르물의 쾌감을 다시 한번 상기시킨다.

특히 '금호역 에피소드'는 이런 장점이 극대화된, 영화의 가장 흥미로운 지점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압축 방식에 더 큰 아쉬움이 남는다.

어차피 시리즈를 염두에 뒀다면, 후반부의 '화룡 전투'처럼 갑자기 스케일만 커지는 장면을 과감히 줄이고,

초반부와 '금호역 에피소드'를 더 정교하게 다듬어 관객들을 확실히 붙잡았다면 어땠을까 싶다.


이것은 위에서 언급한 '전개를 포기한다면 확실히 가져야 할 무기'와 연결된다.

우주전쟁까지 스케일을 키우는 게 오히려 독이 되었다고 느끼기에,

그리고 전개 속도는 이미 충분히 빨라, 조금 세밀하게 채워도 전개가 늘어지지 않다고 생각하기에

확실히 힘을 줘야 할 부분은 CG든 액션이든 그 외 연출, 디자인 등 무엇이든

원작의 흥행 요인을 분석하고 이를 살릴 수 있도록 강렬하게 보여줬어야 하지 않았나 싶다.


예를 들면 후반의 화룡과 우주 배경에 힘쓰기보다는

우선 NPC인 도깨비, 케데헌의 까치와 호랑이를 보라.

우선 이 도깨비부터 원작과 그 외관이 달라 매력이 덜하다.


중반부 금호역의 천인호를 비롯한 빌런들, 몬스터들과의 싸움이 수없이 이어지는데

차라리 여기서 각 등장인물의 스킬, 성좌 등 개성을 뚜렷이 보여주고

보다 다양한 몬스터, 보다 다양한 공간 활용(전철역 내, 플랫폼 외 다른 공간)을 담았으면 어땠을지 궁금하다.

그렇게 전투로 관객을 확실히 사로잡고 김독자의 트라우마보단

자칫 명확하지 않은 윤리관을 바로잡게 되는 계기 정도로만 작용했으면 보다 좋지 않았을까.

장담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지만, 이러한 '만약'을 생각하게 되는 영화임은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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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하며

혹여 이 글을 보고 오해할까 봐 노파심에 적어보자면

이 영화는 절대 단점만 있는 영화가 아니다.

상업적으로 소구 할 수 있는 지점이 확실하며, 어린 친구들이 보기에 충분히 재밌다고 생각한다.


텐트폴 영화로서의 매력은 분명 있으나

더 좋은 평가와 매력을 가지기 위해선 어떻게 되면 좋을지 개인적인 생각을 정리한 것이다.


사실 나는 개인적으로 이 영화와

30일 개봉하는 <좀비딸>이 대박까진 아니라도

중박까진 쳤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평가만 보고 관람을 포기하기보다는

모두가 직접 보고 판단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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