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약이다.
난 작은 습관이 하나 있다.
어떤 일이 생겼거나, 누군가와 얘기를 했는데 그때 나눈 대화 주제에 대해 다른 생각이 들었거나,
어떤 감정이 들었거나 작고 큰 일이든 상관없이 사소한 일이라도 어떠한 감정을 느꼈으면 글을 써서 기록하는 습관이 있다.
그래서 메모장에는 짧고 긴 글들이 많은 편이다.
이 습관이 생긴 이유는 누군가에게 말을 하고 싶지는 않고 생각만 하자니 정리는 안되고 머리가 터질 것 같아서 내 생각을 정리하고자 글을 쓰기 시작했다.
어차피 전부 필요 없다고 한들 정리를 해야 어떤 걸 가져가고 어떤 걸 버려야 될지 가릴 수 있었다.
최근에 메모장의 글들을 다시 읽어봤다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을 거라서 적나라하게 내 감정들을 써놔서 날 것의 느낌이었다.
내가 이때 이런 생각이 들었구나 놀라고 신기했다.
날 것의 느낌이라 그런지 와닿았다.
난 이때 정말 힘들었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나고 나니 참 아무것도 아니었다. 지금 그 글을 읽는 시점에서 정말 아무것도 아닌 게 되었다. 시간이 약이다라는 말이 있듯이 정말 시간이 약이었다.
거기서 오는 허망함과 깨달음이 있었다.
난 정말 힘들었었는데,
너무 힘들어서 이렇다 저렇다 말할 사람도 없고 말하고 싶지도 않고 그저 해소되는 감정 없이 혼자 애써 꾹꾹 누르고 있었을 만큼 진짜 힘들었는데.
지나고 나서 보니 아무것도 아니라니
그때 너무 힘들었던 게 억울했다.
물론 지금은 잘 극복해 다시 일어날 힘이 생겨서 기쁘고 다행이다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지나고 보니 아무것도 아니었다니 좀 억울했다.
깨달은 게 있다면 당시에는 힘들 수 있겠지만,
이 또한 시간이 지나 되돌아본다면 아무것도 아닐 것이다.
지금도 똑같다.
지금 날 힘들게 하는 것들
내가 두려워하는 것들
지나고 보면 아무것도 아닌 게 될 것이다.
지금 힘들어했던걸 억울해하면서
그런데
시간이 약이라는 거
버티면 된다는 거
누구나 알고 있다.
근데 그거
지나고서야 보니깐 아무것도 아닐 수 있는 거지
진짜 아무것도 아닌 건 아니잖아.
지나가면
나중이 되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걸 알고 있지만,
지금 내가 당장 죽을 것 같은데
어떻게 그게 들리겠어
차라리 시간이 미친 듯이 빨리 지나가면 몰라도
모든 게 다 불가능한 일이라
계속 죽을 것 같은 상태에서 멈춰있는 거였다.
그래도
나중에 보면 억울해 지금 너무 죽을 것처럼 힘들어하면 나중에 정말 억울하잖아?
나중에 억울하지 않도록 조금만 힘들어하겠어.
라는 말도 안 되는 주문을 외치며
늘 그랬듯이 글을 남긴다.
지나고 나서라도 아무것도 아닐 수 있도록.
그땐 너무 힘들었어도 나중에라도 아무것도 아니네라고 할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