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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제 May 21. 2023

- 시끄러운 꾀꼬리 -

귀여운 별명 짓기


아이들이 현장학습을 갔다.

우리 때는 소풍이라고 했던 거 같은데, 명칭이 바뀌었다.

전세버스를 타고 한 시간씩 이동하니까

옆자리에 누구랑 타고 가는지가 중요한 관심사다.

멀미가 심한 아이를 앞자리로 빼고 나서,

대체로 번호순대로 선생님이 배정하는 모양이다.

누나가 동생에게 물었더니

지난번과 같은 친구와 앉아간다고 한다.

“시끄러운 꾀꼬리라고 했던 걔?”

어쩜 별칭도 저렇게 귀엽게 지어놓은 건지,

꾀꼬리라니.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꾀꼬리는 우리나라 여름철새지만, 아마 생김새는 잘 모르는 사람이 많을 듯싶다.  한 번 실제로 보게 되면 잊을 수가 없을 텐데. 온몸이 샛노랗고, 덩치도 작은 편은 아니어서 눈에 꽤 띄니까. 이름답게 울음소리도 아름답지만, 그 노란 빛깔 자체가 참 영롱해서 정말 예쁜 새이다.

“아니, 아니. 꾀꼬리가 아니라, 휘파람새.”

아들이 바로 정정한다. 휘파람새. 참새만 한 여름새인데, 참새보다 더 밋밋한 수수한 새이다. 아니 이런, 반전이다. 꾀꼬리가 아니라 휘파람새라니.

“그리고 걔가 시끄럽긴 하지만, ‘시끄러운’이 아니라 ‘나쁜’, 나쁜 휘파람새야.”

조금 소란스러운 노란 예쁜 새를 상상했더니, 실제로는 성질부리는 자그마한 새였다. 그래서 그 친구가 누구냐고 물었더니 반의 키 작은 여자친구 이름을 댄다.

참 귀엽고 어울렸다. 여자아이는 새초롬하게 틱틱 성질을 부린다. 그 모습을 아주 잘 표현한 말이었다.

‘나쁜 휘파람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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