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아빠도 좋아!
남편은 평소엔 말수는 없으면서, 아이들 보면 잔소리를 늘어놓는다.
자주 하는 말은 방 치워라, 바닥에 뒹굴대지 마라, 옷 똑바로 입어라, 뛰지 마라.
나라면 싫을 법도 하건만,
아이들은 은근히 아빠를 귀여워한다.
아마도 내가 남편을 귀여워해서 자주 ‘귀엽다, 귀엽다’ 입으로 내뱉은 게 원인일 수도 있겠다.
잠이 덜 깨서 계단을 비척비척 내려올 때는
‘좀비’ 같아서 귀엽고(?)
먹을 때 입에 다 묻히고 먹을 때는 어리숙해 보여서 귀엽다.
애들 입가에 묻은 건 닦으라고 말만 해주고 지켜보는데,
남편 입은 내가 열심히 닦아준다.
안 닦아주면 저러고 밖으로 나가버리니까 불안해서.
아이들 학교 끝나는 시간이라 데리러 가자고 하니까, 식간 없이 먹던 남편은 또 입에 크림 묻히고 나온다.
“아빠가 멋있게 등장해야지 이게 뭐야.”
하고 웃으며 닦아주자,
“그럼 맛있게 등장하지 뭐.”
하고 말장난을 건다.
그래, 뭐 내가 창피한 것도 아닌데
학교 앞으로 맛있게 등장하러 가보자!
아이들이 맛있는 아빠도 귀여워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