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거 니 사료 아냐
퇴근하고 저녁을 먹고 난 남편.
그래도 출출했던 모양인지 냉장고를 뒤적거렸다.
일단 냉장고를 연 순간부터 할배 고양이 말분이(18세)의 눈은 남편의 뒤통수를 쫓고 있었다.
항상 고양이 간식을 냉장고에 보관해 뒀던 터라,
고양이는 냉장고 문 열리는 소리에 반응한다.
‘부스럭’ 하고 봉지가 소리를 낸다.
말분이는 우렁차게 우엉대기 시작했다.
남편이 당황해서 말분이를 뒤돌아보았는데, 흥분한 고양이는 더 크게 더 크게 울었다.
“말분아, 이 거 니 사료 아니야.”
계속 뒤를 쫓으며 우는 녀석에게 봉지를 흔들어 보였지만,
울음은 계속 됐다.
반응이 재밌었던 모양인지 남편은 봉지를 열어 내용물을 한 줌 쥐고는 말분이 눈앞에 들이밀었다.
말분이는 더 고조된 소리를 냈고, 2층에 있던 다른 고양이들이 그 소리를 듣고 뛰어내려왔다.
‘통, 통, 통.’
계단을 밟고 내려오는 소리가 경쾌하게 들렸다.
마치 소문을 듣고 몰려드는 사람처럼 궁금한 표정을 짓고 내려온 고양이들은, 말분이의 얼굴을 살피고 다시 남편을 보았다.
관중이 늘어났다.
남편은 그 앞에서 손에 쥔 것을 와구와구 먹었다.
바삭바삭 소리를 내며 손바닥 안의 노란 알갱이들이 입안으로 사라져 갔다.
다급해진 고양이 세 마리의 눈은 남편의 손을 따라 분주하게 움직였다.
“억울하면 글을 배우던가!”
와하하 하고 웃으며 남편은 봉투를 고양이들 앞에 흔들었다가 다시 냉장고에 넣었다.
고양이들은 마치 자신들의 사료를 남편이 먹어치운 것처럼 원망스럽게 울었다.
사료를 먹은 것은 맞다. 단지 인간의 사료일 뿐.
든든한 아몬드 시리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