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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쌤 Feb 15. 2024

삼겹살을 좋아하면 절대 클릭하지 마세요

삼겹살 철학

뭐 먹고 싶어?” 아내가 물었다.

삼겹-쌀!


또 삼겹살이라며 나무라지만 아무렴 괜찮다.


나는 분명 잡식동물이었다. 무엇이든 잘 먹는.

어릴 적 엄마가 해주는데로 그냥 먹어댔다.

다들 그렇게 사는 줄 알았다.

그래서 그렇게 생각 없이 먹어댔지.


그런데 말이다.


그랬던 시절이 나중엔 독이 되더라.

해주는데 고마움을 느끼며 고분고분 먹던 내게

성인이 되어 뭐 먹고 싶냐는 물음엔 항상 어려운 퀴즈로 돌아왔다.


내가 좋아하는 음식이 무엇일까,

그래! 냄새만 맡아도, 소리만 들어도 오감을 자극했던 그 음식!

허겁지겁 젓가락질을 멈추지 않으며 입에 쑤셔넣었던 그 음식은

다름 아닌 삼겹살이다.그래서 삼겹살이다.


입맛의 정체성을 찾으면 장 보는건 어렵지 않다.


집에 아무도 없어

근처 농협하나로마트에 장 보러 갔다.

본능적으로 걸어가 반사적으로 집어든 것은

역시나 바로 삼겹살.

‘맛있는 삼겹살’ 제목이 뭔가 농협스러워 한쪽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렇지만 맛있음에 이의가 없어서 할말은 없다.


정체성을 찾으면 철학이 생긴다.

나의 삼겹살 철학은 굳건하고 단단하다.


일단 과하게 익히면 탈락이다.


살짝 덜익혀도 되니 쫄깃하고 부드러운 식감이 좋다. 흔히들 탈난다며 바짝 익혀야 한다고 하지만 그것은 잘못된 편견이라고 백종원 아저씨가 그랬다. 제 아무리 삼겹살이라 해도 새까맣게 바짝 익힌 고기는 나에게 더 이상 고기 역할을 못하고 버림받는다.


쌈은 사치다.


고기 본연의 맛을 느껴야 된다며 쌈장만 콩알만치 올린다. 그런데 고기만 먹으면 건강에 해롭다고 하니 양심상 다섯 점에 한 번 정도는 싸 먹는다. 대신 꽃상추 말고 깻잎으로. 쌈을 싸먹기는 하니 더 이상 뭐라 안했으면 좋겠다.


삼겹살도 판매 방식이 다양한데,


한 줄로 길게 늘여뜨려 나온 것이 있고,

직사각형으로 네모나게 여섯등분 해서

나온 것이 있고,

볏집 삼겹살이라며 칼집을 살벌하게 낸 것이 있다.

수육도 아닌데 두께도 꽤 두꺼운 것도 있다.

볏집은 자잘하게 잘려져있는게 모양이 뭔가 흉하고 크게크게 잘라 먹는 것이 좋아 나는 손이 안가더라. 너무 두꺼운 것은 굽는 실력도 부족하거니와 세월아 네월아 정성스레 굽는 것도 귀찮아서 손이 안가더라.



애매하기 남은 고깃덩어리는 비닐에 싸서 냉장고에 넣었다가 김치찌개에 활용하면 엄지척이다. 술 먹고 다음날 해장하는 느낌이랄까 내 혀가 기름칠로 코팅된 것을 얼큰한 것으로 닦아주는 느낌이다.


사진과 글로 뇌가 자극됬나 보다.

삼겹살이 당기네.

내일 저녁은 삼겹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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