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일에서 만큼은 프로가 되자
최근 기가 막히게 제작된 넷플릭스 콘텐츠 ‘흑백요리사’.
이를 통해 히든 흑수저 셰프들이 유명해지기도 하고, 원래 잘 나가던 백수저 셰프들도 프로그램에 출연해 다양한 매력을 보여주며 운영하는 가게들이 예약 매진되는 등의 홍보 효과를 누렸다.
콘텐츠 제작자의 입장에서 봤을 때 가장 놀란 건 자본력이었고, 다음은 PD의 기획력이었다. 100명 가까이 되는 사람들이 세트장 안에서 한 번에 요리하는 것은 우리가 예상하는 수준의 예산으로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백종원 선생님도 넷플릭스 측에 그것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했으나 넷플릭스는 할 수 있다고 했다고 한다. 그리고 실제로 그것을 해냈다.
그에 뒷받침되는 기획력도 한몫했다. 일단 국내 유일의 미쉐린 가이드 3스타 오너셰프인 안성재 셰프와 외식업계 경영자로서는 1위라고 볼 수 있는 백종원 대표를 심사위원으로 뽑아 심사의 공정성을 갖췄다. 백수저 셰프들의 첫 등장에서는 흑수저 셰프들의 경쟁심을 유발하며 이름이 아닌 닉네임으로 부르는 페널티를 줬다. 이러한 기획 자체가 실력 있는 흑수저 셰프 입장에서는 ‘오히려 좋아’로 다가왔을 것이다. 그중 트리플 스타로 불렸던 강승원 셰프가 눈에 띄었는데, “야채 하나를 썰어도 제대로 파인하게 하겠다”며 실력으로 이길 수 있다는 차분한 자신감이 왠지 그를 응원하게 만들었다. 마치 영화처럼 진짜 잘하는 사람이 좋은 결과를 얻기를 바라는 마음이랄까.
한편으로는 트리플 스타 셰프를 보면서, 부끄러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나는 지금껏 내 본업에 진심을 다해 잘해왔나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편집자로서 정작 일에 치여사는 시간은 많았지만, 사람들이 정말 보고 싶은 콘텐츠를 만들지 못했던 것 같아 나의 커리어가 처음으로 창피했다.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영상 플랫폼을 통해 영상을 기획하고 올리는 사람은 누구나 PD가 될 수 있는 세상이다. 그래서 더 전문가로서 창피하지 않은 콘텐츠들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젠가는 내 콘텐츠가 세상에 알려지고 이런 감성의 콘텐츠를 만드는 제작자가 있다는 것을 소개할 날을 위해 본업에 진심을 다할 것이다. 언젠가 유퀴즈에 나가고 싶다는 나의 농담반 진담반 이야기도 이뤄지는 날이 온다면 좋겠다. 얼마의 시간이 걸릴지 모르겠지만 내 일에 있어서 만큼은 프로가 될 것이다. 창피하지 않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