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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전멘토 박은정 Jul 14. 2023

나에게도 찾아온 공황

나와 우리의 마흔 입성기 




아침이 되었습니다. 눈을 떴습니다. 아침이 되어 일어나려고 눈을 뜬 것 뿐인데 갑자기 숨이 가빠오고 눈물이 하염없이 흐릅니다. 숨이 쉬어지지 않아 너무나 고통스럽습니다. 머릿속이 하얘지고 그냥 죽을 것만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니요. 그냥 죽고 싶다는 생각이 더 맞는 것 같습니다. 그날은 아무 날도 아니었습니다. 그냥 언제나처럼 며칠 후 납품 해야 하는 제품 때문에 거래처 담당자와 매일 실랑이를 하고 동분서주 뛰어다니는 일이 며칠째 계속되던 날 중의 하루였을 뿐입니다. 특별한 것이 있었다면 거래의 규모가 난생 처음 겪어보는 억단위의 큰 거래였고, 신규 거래처였다 보니 담당자와 거래처의 시스템에 적응하는게 조금 아니 많이 힘들었을 뿐이었습니다. 부조리하고 비효율적이라고 생각이 들지만 새로운 업체의 시스템이다 보니 어쩔수 없이 맞춰 가야 하는 상황을 견뎌야 하고, 거래처 담당자의 어딘가 모르게 책임을 전가하려는 듯한 미묘한 말투도 계속 거슬렸습니다. 핸드폰에 뜨는 거래처 담당자의 이름만 봐도 심장이 두근거리는 듯한 느낌이 든 것이 며칠째 계속되는 중이었으니까요. 그길로 가장 가까운 정신과 병원으로 향했습니다. 사실 정신과를 가게 된 것이 처음도 아니었습니다.     


여러분은 사업가를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여러분은 사업가를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제가 대학교에 다닐 2000천년대 초 만 해도 사업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학교를 졸업하면 회사를 취업하는 것이 당연한 수순 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저는 사업가들이 너무 멋져 보였습니다. 아무나 하지 못하는 것을 도전해서 자신이 주도적으로 계획하고 설계한 일로 돈을 벌고 다른 사람들을 거느리며 존경받는 삶처럼 보였습니다. 저도 사업을 시작하면 당연히 그런 사람이 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사실 제가 원하는 사업의 성공은 그 정도도 아니었습니다. 월 400만원, 대출도 없고, 차도 있고, 집도 있다는 가정하에 그저 내가 쓸 수 있는 월 고정수입 400만원만 벌자, 그것도 내 이름을 건 내 회사로. 그렇게 생각하고 시작한 사업이었습니다. 굉장히 쉽고 단순한 달성 가능한 목표라고 생각했어요. 엄청난 성공이 아니고 고작 월 400만원이니 금방 이룰수 있을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되었을까요? 저는 창업을 하고 3년이 지났을 때 월 400은 커녕 가지고 있던 돈 오천만원과 호기롭게 받았던 청년창업자금 오천만원을 총 1억을 전부 다 써버리고 정말 쫄딱 망해버렸습니다. 다음 달 대출금을 더 이상 갚을 방도가 없겠다고 느낀 순간 저는 이번 사업은 실패했구나 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3년을 어떻게 달려왔는지 모르겠습니다. 사업의 방향을 바꾸고 운이 좋게 그동안 구멍이 났던 재정적인 부분은 어느 정도 다시 메꾸는 수준까지 올라왔습니다. 하지만 다시 재기를 선택한 순간 저의 목표는 월 고정수입 400만원도 아니고, 내 이름을 건 브랜드의 성공도 아니었습니다. 저의 목표는 나의 명예를 다시 회복하는 것, 내가 실패한 사람으로 남지 않는 것으로 어느 순간 바뀌어 있었습니다. 저의 30대 하반기는 이렇게 흘러갔습니다.      



 어느 날인가부터 저녁에 자려고 누우면 가슴이 답답해 짐을 느꼈습니다. 목구멍이 반쯤 닫힌 것 같은 느낌이 들면서 숨도 잘 안쉬어지는 것 같았습니다. 불규칙한 심장박동의 소리가 들렸습니다. 처음에는 아주 순간적인 것으로 느껴졌습니다. 주로 저녁에 자려고 누웠을 때 이삼일에 한번? 아주 잠깐 그랬던 것이 점점 간격이 좁아지고 불규칙한 심장 소리가 점점 오래 들리기 시작합니다. 1분, 5분, 점점 늘어나기 시작하더니 어느 날은 저녁 시간 내내 심장소리가 들리고 목구멍이 반쯤 닫혀 숨이 잘 안쉬어 지는 것 같은 기분이 지속 되었습니다. 나 정말 죽는거 아니야? 걱정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이번에는 정신과가 아니라 종합병원으로 향했습니다. 72시간동안 가슴에 기계를 부착하고 심장이 뛰는 패턴을 분석하는 검사를 받았습니다. 심실기외수축. 처음 들어보는 병명이었습니다. 멍한 제 눈동자를 보고 의사는 인터넷을 찾아보라고 했습니다. 그러고는 아직은 시술할 정도는 아니라며 약을 처방해주고는 간단하게 끝나 버렸습니다. 

 ‘심장내 정상적인 전기적 신호의 발생 및 전도 부위가 아닌 심실 부위에서 발생하는 비정상적인 전기적 신호를 말하는 것으로 일종의 부정맥이며 심실 조기 박동이라고도 불리운다.’  의사의 ‘그런건 흔한거야’ 하는 듯한 심드렁한 표정, 인터넷에서 찾아본 설명을 봐도 죽을 병은 아니라고 합니다.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니 애써 다행이라고 생각하도록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내면의 솔직한 나는 조금 실망 했습니다. 죽을병이 아니라는 사실에요. 


창업 6년차에 남은건 죽음을 도피처로 생각하고 있는 막다른 낭떠러지에 서있는 불안불안한 마흔의 나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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