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멕시코의 수도로

2023 미대륙 여행기

by 엔케이티

행복했던 과달라하라에서의 여행이 마무리되고 멕시코의 수도인 멕시코 시티로 넘어가게 되었다. 멕시코 시티에서 제일 하고 싶었던 건 피라미드 보기도, 차풀테펙 성도, 프리다 칼로 미술관도 아닌 맥도널드 가기였다. 맥도널드는 보통 세계 각국마다 나라의 시그니처 메뉴가 있는데 캐나다에 있는 동안 북미여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딱히 캐나다 메뉴라고 할 게 없어서 많이 아쉬웠었다. 그렇게 시그니처 맥도널드 먹기라는 거창한(?) 목표를 가지고 멕시코 시티로 향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짐을 모두 챙기고 비행기를 탈 준비를 했다. 7시 20분 비행기라 넉넉하게 공항에 5시 30분까지는 갈 생각이었다. 너무 새벽이었을까 생각보다 우버가 안 잡혔다. 일찍 나온 편이라 급하지는 않았지만 혹시라도 안 잡히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들긴 했다. 30분쯤 기다렸을까 다행히도 우버가 잡혔고, 우버를 타고 공항으로 향했다.


한 시간 반밖에 걸리지 않는 거리였지만 비행기를 타자마자 자야겠다는 생각만 머릿속에 가득했다. 전 날 먹었던 술로 인한 숙취와 피로가 우버를 타자마자 몰려왔다. 분명 다음 도시로 가는 기대감에 설렜어야 할 텐데 생각하며 택시에서 잠을 청했다. 30분 정도 달려 공항에 도착했고, 줄을 서서 짐을 부치고 나니 휴식의 시간이 찾아왔다.


간단히 요기를 한 뒤 게이트 앞에 앉아서 잠을 청했다. 도착해서 바로 예약해 둔 호스텔에서 짐을 풀었다. 구경하기보다는 일단 먼저 쉬고 싶었다. 짐을 빠르게 풀고 쉬다가 점심을 먹으러 나갔다. 맥도널드가 먹고 싶었지만 한 군데라도 둘러보려면 가는 길에 있는 일식집에 가는 게 제일 좋은 방법이었다. 일식집에서 간단히 점심을 먹고, 먼저 차풀테펙으로 향했다.


차풀테펙 성은 현재 멕시코 국립 역사박물관으로 쓰이고 있는데, 과거 식민 시대 왕이 살던 곳이라고 보면 된다. 국립 역사박물관인 만큼 박물관 내부에는 식민 시절 왕궁 내부에 모습들과 전쟁 영웅들이 세세히 기록되어 있으며 그 당시 그들이 사용했던 장신구와 옷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뿐만 아니라 미국과 멕시코 전쟁 당시의 영웅들을 추모하는 기념비도 세워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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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풀테펙에 도착해 차풀테펙 성까지 올라갔다. 방문한 날은 자국민은 무료로 입장할 수 있는 날이어서 그런지 생각보다 줄도 길고 사람도 많았다. 물론 나는 외국인이라 표를 사고 가방을 맡기고 들어갔다. 일단 성 내부는 생각보다 넓고 볼 것도 많았다. 중세 유럽의 장신구와 같은 느낌의 장신구와 옷들이 많았고 이 외에도 멕시코를 상징하는 장식물들과 멕시코 문양의 스테인글라스들이 눈에 띄었다. 또 성위에는 정원이 잘 꾸며져 있어 잠시 쉬어가고 전경을 한눈에 볼 수 있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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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차풀테펙을 한 바퀴 둘러본 후 근처에 위치한 국립인류학 박물관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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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 인류학 박물관의 모습

국립인류학박물관은 멕시코에서 가장 큰 박물관으로 인류학의 전반적 내용과 멕시코 대륙에서의 인류의 발전을 주제로 한 전시가 되어있었다. 초반 오스트랄로피테쿠스까지의 발달과정은 어느 곳에서 보나 비슷했다. 하지만 그 이후 멕시코 환경에 맞게 발달해 가는 도구들과 장신구들을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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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금방 관람을 마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2시간 반 정도는 박물관에서 머문 거 같다. 2시간 반 가량 박물관을 둘러보고 나가는 길에 길거리에서 멕시코 전통 옷을 입은 사람들이 공연을 했다. 불까지 뿜으며 더운 날에 공연하는 사람들이 대단하기도 했고, 처음으로 보는 전통옷이 신기하기도 했다. 그렇게 공연이 끝나갈 쯤이 되어가니 해가 점점 저물고 있었다. 숙소로 향할 시간이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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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시티에 오기 전 친구가 한 말이 있다. 중남미 나라들이 막 엄청 위험하지는 않지만 항상 조심하라고, 또 해가 진 이후에 필요한 게 아니면 돌아다니는 것을 자제하라고 말이다. 물론 큰 시내는 괜찮다고 했다. 하지만 내 특성상 골목골목 들어갈 볼 것을 알아서 그런지 되도록 나오지 말라고 얘기해 줬다.


그렇게 대중교통을 이용해 빠르게 숙소로 향한 뒤에 숙소 안에 있는 펍에서 밥을 먹었다. 숙소 위에는 작은 펍들이 늘어서 있었고 생각보다 붐볐다. 그곳에 들어서니 한 친구가 나에게 먹고 싶은 걸 물어보고 주문까지 해주었다. 사실 조금 걱정도 됐다. '돈을 달라고 하는 건 아닐까?' 유튜브로 미리 학습한 내용들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지금이라도 괜찮다고 해야 되나 아니면 돈이라도 조금 쥐어줘야 되나 고민하고 있을 찰나 그 친구가 인스타그램 계정을 물어봤다. 그러면서 혹시라도 멕시코시티 여행 중에 문제가 생기면 자신한테 연락해 달라고 했다. 너무 미안했다. 물론 온라인에서 학습한 나쁜 일들이 나에게 일어나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겠지만 선의로 다가온 사람을 의심부터 했으니 말이다.


저녁으로는 멕시코에 왔으니 매운 음식도 한 번 먹어봐야겠지 않겠냐는 생각에 맵기 레벨 4단계의 윙봉을 시켰는데 뭐랄까 매운 핫소스를 엄청나게 뿌린 맛이었다. 우리나라처럼 고추장 소스 비슷한 음식이 나올 거라고 생각한 나의 잘못이 컸지만 시큼한데 맵기까지 한 윙봉을 다 먹기는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그나마 같이 먹은 콜라 덕에 끝까지 먹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이렇게 멕시코 시티에서의 첫 날도 저물어가고 있었다.


멕시코 시티를 떠올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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