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롭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아무 제약도 없는 상태일까요, 아니면 제약이 있음을 알면서도 그 안에서 움직일 수 있는 여지를 갖는 일일까요. 가끔 하곤 하는 자유에 대한 몽상은 늘 이렇게 시작합니다. 완전히 열려 있는 상태를 상상하면서요.
하지만 실제의 세계에서 자유는 거의 언제나 어떤 경계와 함께 등장합니다. 길이 있어야 벗어날 수 있고, 형태가 있어야 흐름이 드러납니다. 자유는 무에서 발생하기보다, 정해짐과 어긋남 사이에서 모습을 보여줍니다.
자연은 언제나 인간의 계획보다 먼저 움직입니다. 우리가 질서를 세우는 동안에도 흐름은 이미 다른 방향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미셸 세르는 《자연계약》에서 이러한 자연을 관리되거나 소유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 끊임없이 반응하며 스스로의 리듬을 유지하는 존재로 바라봅니다.
이 시선을 공간에 겹쳐 보면, 설계라는 행위가 전제해 온 태도 역시 조금 달라 보입니다. 근대 건축은 오랫동안 공간을 가능한 한 명확하게 규정하려 해 왔습니다. 하중은 계산되고, 동선은 정리되며, 사용 방식 또한 어느 정도 가정됩니다. 이러한 태도는 20세기 초 기능주의 건축과 근대 도시계획 전반에서 반복되어 온 것으로, 특히 근대 건축가들이 기능·위생·표준화를 중심으로 도시와 주거를 논의했던 국제적 모임 CIAM을 중심으로 전개된 담론과 깊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 흐름에서 공간은 합리적으로 조직되고, 기능에 따라 명확히 구분되며, 의도된 방식으로 사용될 수 있는 체계로 이해되었습니다. 르 코르뷔지에가 주거를 ‘생활을 위한 기계’로 설명하며 표준화된 동선과 기능적 배치를 강조했던 태도 역시 이러한 사고를 잘 보여줍니다.
이러한 접근은 합리적이고 많은 경우 유효했습니다. 다만 공간이 실제로 사용되는 순간에는 늘 작은 어긋남이 생깁니다. 사람은 예상보다 오래 머물고, 의도하지 않은 길로 걷고, 설계자가 생각하지 않은 방식으로 공간을 점유합니다. 통제하지 않는 설계는 이 어긋남을 오류로 보기보다, 공간이 살아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이는 태도에 가까울 것입니다. 공간을 완결된 결과물이라기보다, 사용과 시간 속에서 계속 조정되는 상태로 이해하는 것입니다.
이때 동선은 하나의 답이 아니라 가능성으로 남고, 경계는 나뉨보다는 완충의 역할을 합니다. 공간은 특정 행위를 강요하기보다, 여러 방식의 사용을 조용히 허용합니다. 계획을 포기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오히려 설계자는 무엇을 결정할지뿐 아니라, 무엇을 열어둘지를 함께 고민하게 됩니다. 모든 것을 미리 정하지 않겠다는 선택 역시 하나의 설계 판단이 됩니다.
세르가 말한 자연처럼, 공간 역시 늘 예측을 조금씩 벗어납니다. 그리고 그 벗어남 속에서 공간은 사용자와 관계를 맺고, 서서히 자신의 모습을 만들어 갑니다. 자유는 완전히 풀려 있는 상태라기보다, 흐름이 멈추지 않을 수 있는 조건에 가깝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무엇이든 지나갈 수 있도록 비워 두는 것이 아니라, 흐름이 스스로 방향을 바꿀 수 있도록 지나치게 붙잡지 않는 상태에 말입니다.
물이 형태보다 흐름으로 기억되듯, 건축 또한 완성된 장면으로 남기보다 사용되며 달라지는 과정 속에서 기억됩니다. 이러한 이해는 공간이나 사물을 고정된 결과로 보기보다, 시간 속에서 지속적으로 생성되는 과정으로 파악해 온 사유의 흐름과 맞닿아 있습니다. 예컨대 앙리 베르그손이 말한 지속(durée)은 존재를 정지된 상태가 아니라 흐름과 변화 속에서 이해하도록 이끌었고, 이 관점은 공간 역시 완결된 형태가 아니라 경험과 사용을 통해 계속 갱신된다는 생각으로 이어져 왔습니다.
통제하지 않는 설계란, 그 자유가 가능하도록 한 발 비켜서는 뒷걸음질일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모든 것을 열어두는 선언이 아니라 흐름이 계속될 수 있도록 조심스럽게 자리를 내어주는 의지의 발현. 배려의 형태로요.
참고문헌
Bergson, H. (1889). Essai sur les données immédiates de la conscience. Paris, France: Félix Alcan.
Bergson, H. (1907). L’évolution créatrice. Paris, France: Félix Alcan.
Le Corbusier. (1923). Vers une architecture. Paris, France: Crès.
Serres, M. (1990). Le contrat naturel. Paris, France: François Bourin.
CIAM. (1943). La charte d’Athènes. Paris, France: Éditions de Minuit. (Original work published 19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