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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피 Jan 11. 2024

광화문 벌새 카페

난 왜 반지하 카페가 좋을까

sns보면서 시선을 빼앗는 몇몇 카페는 네이버지도에 바로바로 저장해두는 편이다.

카페 '벌새'도 그 중 하나였다.


어렴풋이 기억나는 것은 칙칙함과 따스함이 공존하는 낡은 우드톤의 감성있는 카페였다.

그런 것에 자연스럽게 끌리는 것을 보니 내 취향은 꽤나 확고한 듯 하다.

밝은 도화지보다는 어두운 화지에 고즈넉한 우드들이 내 감성을 건드리기에 최적이다.


단지 sns에 올라온 몇장의 사진 뿐이었음에도 나의 시선을 가져갔는데 실제로 간다면 어떨지 정말 기대되는 카페였다. 그리고 요번에 그 설렘을 갖고 직접 찾아갔다.



카페는 광화문 어느 지하에 위치해있었다.

어둠칙칙한 느낌이 어디서 나오는걸까 했는데 이 이유에서였나 싶다.

내가 서울에 올라와서 느낀 게 있는데 여의도나 광화문처럼 큰 회사들이 많은 곳에는 항상 지하에 맛집들이 즐비해있다. 여기도 그랬다. 


오후 2시임에도 사람은 꽉차있었고 나는 한가할 때를 노려 잠시 서점에 들렀다 다시 방문했다.

가게는 작다 7-8평정도 될 듯 싶다. 최대인원은 12명 정도 수용가능 할 것이다.

난 참 이런 분위기가 좋다. 어둡고 칙칙한 느낌이 들 뿐 인테리어적으로 따스한 분위기가 압도하며 좁은 공간은 사람들과 출처모를 친밀감이 커피와 함께 몰려온다. 


'드립 커피 전문점'이라는 포스터가 있기에 따듯한 코스타리카 허니 한잔을 주문했다. 

6500원. 저렴하다. 상대성을 따지지 않고 그냥 이 공간에서 커피를 마시는 데 6500원이라는 가격이 저렴하다고 본능적으로 느꼈다. 


커피를 기다리는데 한가지 발견한 것이 있다. 완전 지하가 아닌 반지하였다. 

높이가 약 20cm정도 되는 작고 길쭉한 창이 해의 따스함을 품어 나르고있었다.

카페의 전반적인 분위기에 취해있을 쯔음 커피가 표면장력을 이루며 얇고 여리여리한 도자기 컵에 담겨져 왔다. 테이블이 낮았던 터라 그 컵을 들어 마시기에 상당히 위험했다. 하지만 색다르다는 점에서 그닥 불편하지 않았다. 나는 이 여리한 컵에 어울리지 않은 투박한 손가락으로 손잡이를 잡고 떨리는 손으로 입을 향해 다가갔다. 


맛있다. 커피도 분위기도 수군거림도...

혼자 방문한 나도 누군가와 이야기하고 싶었다. 

근질거리는 입술을 입속으로 말아버리고 sns를 열어 카페를 더 깊이 탐구해보고자 했다.


벌새 사장님은 '취향을 판매한다'라는 슬로건으로 시작했다고 한다. 

난 취향에 강매당했다. 이 카페에 들리는 것 만으로도 자신도 모르게 카페의 모든것에 빠져버렸고 커피를 마시고 있으니.. 참 배워야 할 점이다. 왜 내가 어디서 이렇게 끌리게 되었는지 깊이 생각해볼만 하다.


커피 원두는 직접 로스팅하는지 궁금했다. 

직원을 따로 두지 않는 사장님은 따로 로스팅은 하지 않으시고 다른 로스터리에서 납품받는듯 했다. 

변수가 많은 커피는 기계가 아닌 사람이 내린다는 점에서 커피의 맛이 바뀌고 취향이 담긴다고 생각하는 것이 벌새 사장님의 생각인 듯 하다. 그런 입장에서 굳이 직접 로스팅을 할 필요는 없는 듯 하다.


나도 모르게 궁금한 점이 수두룩해 긴 시간을 카페 서칭에 시간을 보냈다.

그 무렵 작은 위스키 잔에 얼음 하나를 띄운 중약배전 커피를 주셨다. 잔은 미리 냉동시켜놨는지 손가락을 갖다대자 차가움이 온 몸을 둘러쌌다. 차가움을 극대화 시키니 맛도 극대화되는 기분이랄까..

이것 마저도 놀라웠다. 센스있는 서비스. 이 적은 양에서 이 정도의 만족감을 줄 수 있다고?

소주잔에 줄 수 있는 양이지만 위스키 잔에, 얼음만 띄워서 줄 수 있지만 얼린 잔을 활용했다. 

20ml정도에 불과한 커피에 사장님의 취향을 전달했다. 사장님의 태도를 전달했다. 나의 마음을 울렸다.


1시간 정도의 시간이었지만 많은 것을 배웠다. 정말 오길 잘했다. 이 카페를 위해 1시간을 달려온 것에 후회가 없다.


깊이 사색할 것이 많다. '스웨이 커피 스테이션'카페에서도 그랬지만 나는 왜 반지하 카페에 매력을 느끼는가. 내가 좋아하는 '벌새'같은 카페의 인테리어를 다수의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일까. 나는 나의 취향, 가치관을 어떻게 드러낼 것인가.


집에 들어가는 1시간이 꽤 짧았다. 그리고 역 앞 횡단보도에 서있을 때 쯤이었을까. 한 카페에서 연락이 왔다.

"축하드려요. 다음주부터 출근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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