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에 초대받았다
행사에 초대받았다.
커피 모임을 만들고 몇 안 되는 회원들과 몇 번의 모임을 가진 것이 전부였지만
다른 카페탐방 모임과는 다르게 커피에 조금은 더 진지한 면이 있었기 때문이었을까 생각한다.
행사는 청년들의 소모임 활동들을 공유하고 홍보하는 커뮤니티 행사였다.
가볍게 자신의 모임을 소개하면 된다는 기획팀장님의 말을 듣고 정말 가벼운 마음으로 행사에 참석했다.
사실 엄청 끌리는 행사는 아니었지만 이런 초대받는 기회가 많지 않을뿐더러
결국은 내가 모임을 만들었다는 행위로 만들어진 기회라는 생각에 한번 도전해 보면 손해 볼 일은 없지 않을까 하며 참여하기로 했다.
기대는 없었다. 딱히 나의 모임을 홍보해서 회원수를 늘려야겠다는 욕심 또한 없었다.
단지 내가 얻고 싶었던 것은 '커피'라는 틀에서 벗어나 다양한 사람들의 삶들을 느껴보고 싶었다.
그런 면에서 목표는 성공적이었다.
오프닝부터 시작된 힙합 무대는 상당히 나를 압도했다.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저렇게 무대 위에서 당당히 설 수 있다는 것이 멋있다'라는 생각에 멍하니 쳐다봤다.
오프닝 다음으로 모임장들의 소개가 이어졌다.
모임장은 무대 앞으로 나가야 했고 그때부터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직감했다. (이게 맞나)
소수의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이루어지는 행사인가 싶었지만 나름 무대가 준비되어 있었고
큰 스크린에 모임 설명을 띄워 모임장들이 모임을 소개하기 시작했다.
다들 모임의 이름도 특색 있게 지었고 나름의 철학으로 당당히 모음을 소개했다.
차례는 곧바로 나로 이어졌고 긴장감과 당혹감에 제대로 소개하지도 못한 채 기어들어가는 목소리와
어색한 몸동작.. 그리고 그 분위기를 누구나 느끼고 있는 듯 조용한 관객들.. 말 그대로 흑역사 그 자체였다.
그 이후부터는 계속해서 스스로를 자책했던 것 같다.
'아.. 좀 더 준비해 올걸'
'이때 이런 말을 할걸'
나는 사실 전부터 이런 근자감이 있었다.
'무대 앞에서 말할 기회가 생긴다면 뭔가 재치 있게 잘 해낼 수 있을 것 같아'
(정말 근거 없는 자신감이었다..)
오늘을 계기로 나를 되돌아보고 자기 객관화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지금도 후회되고 부끄럽고 스스로를 자책하고 있지만 사실 나름 나를 성장시킬 수 있는 기회였다고 생각한다. 내가 이 행사에 참석하지 않았다면 몰랐을 것들을 떠올리면서 말이다.
참석하지 않았다면 내가 무대에서 얼마나 형편없었는지 몰랐을 것이고
내가 얼마나 긴장하는 사람인지 언변이 부족한 사람인지 몰랐을 것이다.
또한 앞으로 기회가 닿아 이런 행사에 다시 초청받는다면 오늘보다는 1%라도 좋아진
모습으로 참석할 수 있지 않을까.
실패 없는 성공은 없다.
오늘도 성공을 위한 한 발자국을 내디뎠다고 생각한다.
뒷이야기로 사실 오늘 가장 큰 수확(?)이라면 무료로 공간대여를 할 수 있는 센터를 찾았다는 것이다.
행사에 참여하신 분이었는데 공간기획을 하시는 분이었고 이번에 센터를 새로 개관하게 되어 올해는 무료로 이용가능하다는 정보를 알게 되었다.
안 그래도 모임 이벤트로 공간을 대여하여 모임 회원들이 직접 커피를 내려보는 콘텐츠를 만들면 좋지 않을까 생각을 했었다. 이런 기회가 또 다른 기회를 만들어 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