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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피 May 09. 2024

다시, 환기

그래,  나는 그런 게 하고 싶었다.

간만에 휴일에 없이 집에서 유튜브를 하루종일 봤다.


그러다 문득 대한민국이 위기라는 다소 자극적인 제목의 영상을 보게 됐다.

점점 늘어나는 개인화, 자기 계발 콘텐츠가 유행을 하기 시작하면서 누군가와 교류보다는

혼자 무언가 계발하고 만족감을 얻는다는 내용이었다.


나는 지난 나의 몇 년의 이야기 같았다.

코로나의 영향일 수도 있고 내 성격일 수도 있지만 요 몇 년간 나는 인간관계보다는

내가 하고 싶은 일, 자기 계발에 더 집중하고 있었다.


자연스레 가족, 연애, 친구 모두 나와는 상관없는 이야기로 멀어져만 갔다.

나는 최근까지도 이렇게 인간관계가 멀어지는 이유가 내가 나를 위해 투자하는 시간이 늘어나고

자기 계발에 나의 젊음을 투자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저 영상을 보고 생각을 다시 하게 됐다.


'과연, 그 이유 때문일까?'


사실 나는 그럴만한 변명을 늘어놓은 것 일 수 있다.


피하고 싶었던 것을 자연스럽게 피할 수 있는 탈출구. 

자기 계발, 나를 위한 투자, 내가 하고 싶은 일...


이 모든 게 다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나는 내가 하고 있는 것들 모두를 하면서

인간관계도 충분히 해낼 수 있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고 그렇다고 일적으로 더 뛰어난 성과를 낸 것도 아니었다.


그러면서 지금 나는 깨달았다. 

그렇다 할 변명을 대가면서 인간관계를 저버리고 혼자만의 시간을 소중해하고 있다고.

지금 사회는 사회성 부족 현상이 커지고 있는 것 같다. 위와 같은 이유로 말이다.


이제는 조금 사람과 사람의 교류를 소중히 하고 그들과의 관계 유지도 자기 계발 중 하나의 일원으로

생각해야 할 때이다. 친구와 사이좋게 지내는 것도, 오래 연애를 지속하는 것도 모두 능력이다.


이젠 이런 능력 있는 사람이 결혼도하고 애도 낳을 수 있는 시대에 도달한 것 같다.


내가 그런 쪽으로 생각이 없는 사람이었다면 상관없을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부터라도 다시 사람과의 관계를 소중히 하고 노력해보려고 한다.


서울에 올라온 만큼 가족, 친구와 자연스럽게 멀어졌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해봐야 하고

서울에서 만나는 새로운 인연들도 너무나 많고 소중하기 때문에 노력해야 할 부분이 아주 많다.


지금까지는 내가 서울에 올라오고 나를 계발하는 데 시간을 할애해 온 지난날들을 되새기며 환기해 보는 이야기였고 다음으로는 '일'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하고 끝마쳐볼까 한다.



최근 휴무가 길게 붙여져서 오랜만에 본가에 내려가게 되었다.


본가에 내려갈 때마다 전에 일하던 카페에 들르곤 하는데 그날도 예외는 아니었다.

카페 사장님은 나에게 눈빛이 달라졌다고 하신다.

나는 모르지만 나와 오랜만에 마주한 사람의 입장에서는 또 다른가보다.


꽤 긴 시간 잡담을 나눈 뒤 사장님은 이런 말씀을 하셨다.


"커피에 대해 많이 공부하고 연구한 모습이 보여서 좋다. 하지만 그런 부분에 너무 깊이 빠지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이 말은 사장님이 내가 원하는 하고 싶은 것을 알고 계시기 때문이다.

'커피'라는 본연의 것에 관심이 있기보다는 브랜딩, 스토리텔링에 관심이 많은 나이기에

'커피'에 너무 깊이 들어가면 외골수가 되기 마련이라는 말을 하신 것이다.


장사를 하는 사람이라면 장사를 꿈꾸고 내 것을 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전문가'보다는 '장사꾼'이 되어야 한다. 정말 솔직하게 들어간다면 그게 맞고 그게 행복을 찾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는 커피를 아주 깊이 공부하기보다는 커피라는 소재를 통해 나의 브랜드와 스토리를 만들어내고 다양한 사람들과 공감하고 나누는 것을 추구했다.

그렇기에 커피라는 원론적인 공부는 너무 깊게 하지 않는 게 여러모로 좋다는 것을 나 또한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다니는 카페는 정말 커피를 깊게 빠지기 너무 쉬운 환경이었다.

커피를 공부하고 탐구하는 사람들로 둘러싸인 공간. 그렇기에 나는 항상 경계했다.

아무리 경계해도 주변의 사람들로 인해 나도 커피를 탐구하고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런 와중에 사장님의 진심이 담긴 조언을 통해 다시금 환기되는 느낌이었다.

'그래 내가 하고 싶은 일은 이게 아니었지'


지금 나는 다시금 내가 하고 싶었던 일들을 떠올리며 다시 연필을 잡았다.

내 브랜드, 내 스토리 그리고 내 공간.


내 생각과 꿈, 노력, 정체성이 담긴 것들을 정말 많은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는 날.

나는 그런 날을 꿈꾸고 있고 그런 일을 하고 싶다.


그래, 나는 그런 게 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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