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도전이라는 지옥행 열차 - 분양권 탈출기/ 수익형 대출장벽과 문신
새로운 도전이 왜 지옥행이 되었을까?
첫째는 덜 익어서
둘째는 샴페인을 너무 빨리 터뜨려서
셋째는 주제넘어서
이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 부동산 투자가 되지 않으려면 공부가 무르익어야 한다.
나의 고교 시절 가가멜을 닮았던 수학선생님이 시험 볼때마다 우리에게 소리치던 말씀이 떠오른다.
"시험치러 와서 공부 시작하는 ㅅㄲ들이 있어! 공부는 시험 전까지로 끝내라."
부동산 투자에서 이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릴 수 있다.
실전을 통해 얻어지는 공부가 훨씬 큰 것도 맞고, 뭣도 모르고 불나방처럼 뛰어 들었다가 매운 맛 지옥을 만날 수 있는 것도 맞다.
프로수강러 시절 열정에 밥 말아 먹어가며 수업을 끊이지 않게 들었다.
경매초급-토지-낙찰집중반 들으며 경매 입찰하려 법원 쫓아다녔고, 패찰 10번 채우고 갭투자로 돌아섰지만 수업을 계속 들었다.
블로그수익-인스타수업까지 기웃기웃 온라인 사업해보겠다고 깔짝깔짝 (앞 편에 소개된..)
그러면서 아파트는 밥이고, 상가나 분양권, 지산 등 수익형 부동산이 고기라는 말에 홀린 듯 나는 한 마리의 불나방이 되었다.
2021년 7월 지식산업센터(이하 지산) 수업이 시작됐다.
운명의 장난은 시작과 동시에 코로나 자가격리로 애둘과 뒤엉켜서 수업에 집중은 커녕 현실을 살아내기도 바빴다 .
그러니 띠엄띠엄 정보를 알았음에도, 이 시기는 투자 좀 해봤다는 자신감(이라쓰고 자만심이라 읽는) 화력은 더욱 거세졌다.
그리고 투자에서 가장 경계해야 하는 조.급.증이 고개를 들었다.
수업듣는 중에도 분양권으로 단기 수익을 내기도 하고, 거액의 프리미엄 (P)를 주더라도 매물 품귀 현상이 일어나고 있었다.
상승장is뭔들...
그 당시는 상승이 영원할 거 같더니 지금은 그런 날이 다시 올까 싶다.
상승-하락-상승 사이클을 몇 번 겪은 후에는 나에게도 평정심이 생기겠지!
지산 투자를 통해서 얻은 것과 남은 것은 3가지다.
1. 묻지마 투자
임장도 안간 묻지마 투자의 최후는 무엇일까?
결론은 꼭지에 p주고 샀던 분양권은 2년만에 마피에 겨우 빠져나왔다.
수익형 부동산은 상승과 하락에서 흡사 롤러코스터와 같다.
용광로처럼 뜨겁다가 드라이아이스보다 더 차갑다.
다시 강조해서 말하고 싶은 것은, 모든 투자의 책임은 본인에게 있고 정보와 공부도 투자자 본인의 몫이다.
어떤 시기에도 수익을 내는 경우는 꼭 있다.
심지어 하락장이라 할지라도.
하락장 마피를 버틸 수 있었던 것은 공동투자였기 때문이었다.
2. 공동투자
공동 투자는 하나의 물건에 여러 투자자가 투자금을 1/n로 모으고 수익도 나눠 갖는 것이다.
투자도 성향따라 가는데 나는 개인투자가 더 잘 맞았다는 것 깨달았다.
그렇지만 하락장에서는 장점도 많았다.
혼자 감당하기 어려운 감정적인 부분을 나누어 짊어 지게 되니 위로도 되고 실제로 손해도 줄었다.
하지만 다시 공투를 할 수 있을까?
글쎄.. 지금은 잘 모르겠다.
3. 취향투자
부산에 있는 지산을 계약하고 싶었던 것은 취향의 영향이 컸다.
매수 계약을 하기까지는 괜한 내 오지랖으로 여러 사람 마음 고생 시키는 건 아닌가 나 또한 마음 고생을 했다.
시행사 물량으로 묶어둔 층에 분양을 받을 수 있다는 정보를 알게 되었고, 그러기 위해서는 여러 호실 계약이 필요했고, 수업을 들었던 분들 중 뜻이 맞는 분들이 단톡방에 모였다.
분양을 받을 수만 있어도 부산은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었기에 모두의 기대가 컸다.
하지만 투자자가 아닌 실입주 기업만 분양을 받을 수 있게 기류가 변하면서 반년의 기대는 물거품이 되었다.
그래도 잘 되게 하고 싶은 책임감도 배웠고,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용기도 얻었다.
원하던 층은 아니었지만, 일부 호실을 배정받을 수 있게 되었고 소수 인원이 공동 투자를 하게 되었다.
쉽게 수익내며 매도할 수 있던 기회를 호기롭게 보내주고, 기대 수익의 반토막이지만 그래도 수익을 내면서 매도까지 마무리를 했다.
계약 겸 임장 겸 여행 다니고 부산 사는 친구만나고, 이래서 부산이 참 좋았다.
이 정도도 좋은 추억인데 수익까지 났으면 됐다.
익항옳 = 수익은 늘 옳다.
분양권 수업을 듣고, 또 전화주문을 했다.
부동산이 무슨 홈쇼핑이가?!
"전체 단지 중 가장 고층 / 로얄동의 가장 고층으로 알려주세요."
17층과 9층이었다.
내 선택은 로얄동<로얄층이었다.
분양권 단기 매도가 목적이었고, 고층일수록 거래 회전이 빨랐다.
엎치락 뒤치락 줄타기를 했던 법인 중도금 대출의 가능 여부가 매도 계획을 더 앞당겼다.
시행사에서는 대출이 될 것처럼 희망고문을 주면서 나는 화로 위에 올려진 굴비마냥 바짝 바짝 타들어갔다.
법인 중도금 대출 불가 최종... 확정!!!
무조건 탈출만 살길이다.
왜냐하면 중도금 대출이 실행되지 않은 호실은 자납을 해야 하기 때문에 내가 자납할 것도 부담이지만, 이런 조건을 받아줄 매수자를 찾을 수도 없어지기 때문이다.
지우기 어려운 부동산 문신이 될 수 있다.
물건지인 구미 인근 부동산부터 전국의 분양권 담당자까지 50통 넘는 전화를 돌렸다.
명의 변경 데드라인까지 반드시 명의 이전할 매수자를 찾아야 한다.
데드라인 전 마지막 주말 전날 밤까지 나는 포기할 수 없었다.
(평일은 매수세가 확 끊겼기 때문에 주말이 마지막 기회라 여겼다)
금요일 밤 8시.. 매수를 고민하고 있는 예비 매수자가 등장했다.
하지만 대출 승계의 불확실성을 앞세우며 계약에 확답을 주지 않았다.
나는 대안이 없었다.
부동산 사장님께 " 저는 물러설 곳이 없고, 믿을 건 사장님뿐이에요. 내일 새벽 첫 차로 구미에 가겠습니다. 오전 10시에 매수자를 꼭 만나게 해주세요."
너무 진이 빠져서 그런가 요동치던 마음이 초연해지면서 단단해졌다.
다음 날 새벽 5시 캄캄한 길을 나섰다.
무작정 버스를 타고 구미로 출발했다.
부동산 사장님께 연락을 해볼 수도 없었다.
혹여나 계약이 안된다는 말을 들을까봐 더 두려웠다.
구미 도착 1시간 전... 부동산의 문자..
'매수자 출발했다고 합니다.'
고속도로를 달리는 버스안에서 참았던 감정이 터질 듯 했지만, 다 끝내고 울자 다독이면서 삼켰다.
계약금을 할 수 있어서 안도했지만, 중도금 승계 확정될 때까지 잔금을 유예시키는 조건이었다.
마무리까지 1주일간 피를 말렸다.
분양사-신탁사-시행사-은행까지 서류가 돌면서 직인을 받아서 명의 이전을 받을 수 있는 날짜가 촉박했다.
퀵이라도 쏠 각오로 단계마다 일정 체크를 했다.
그리고 마지막 은행에 서류가 도착해서 중도금 승계 확정이 나오자 깐깐했던 매수자는 잔금을 바로 처리해줬다.
이렇게 또 한번의 큰 산을 넘었다.
휴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