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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샹어 Apr 10. 2023

옆집 엄마 3억 번 얘기 (4)

첫 투자, 첫 셀프등기 식은땀의 추억



4. 첫 투자, 첫 셀프등기 식은땀의 추억 




부동산 카오스 - 실미도까지 조정 지역



2020년 상반기부터는 부동산 카오스였다. 

투자와 실거주 매수까지 불이 붙었고, 울엄마보다 국토부장관을 더 자주 봐야 했던 시기였다. 

부동산 가격 잡겠다던 정부가 칼을 빼들었으니, 아이러니하게 그때마다 부동산 가격은 더 폭등했다. 


<지금 봐도 숨이 턱턱 막히는 6.17 대책>


→  주택 담보대출을 받아 집을 사면 주택 가격과 관계없이 6개월 내 전입이 의무화

→  임대 사업자의 주담대도 금지

→  전세 대출받은 뒤 9억 원 초과 집을 사면 전세 대출을 회수하고 있는 규정도 ‘3억 원 초과’로 강화

→  부동산 법인에 대한 세제도 강화

→  투기과열지구 내 자금조달 계획서 제출, 지구 내 모든 주택으로 확대

→  △경기 △인천 △대전 △청주를 조정 대상 지역으로 지정 (일부 지역 제외/6.19일부터 적용)




역발상, 단 하루 바겐세일을 잡아라


6월 17일 정책 발표

6월 19일 규제

6월 18일 아침, 시동을 걸고 인천으로 향했다. 

인천에 대한 임장과 공부는 되어 있었고, 저평가 수도권으로 투자에 대한 확신도 있었다. 

정책이 발표되자마자 떠오른 생각은 


"조정 지역으로 묶이기 하루 전에 소위 '던지는' ,'질러보는' 급매가 분명히 있을 것이다."


비조정지역에서 조정 지역이 되면 규제가 더해져서 거래에 제약이 생긴다. 

거래와 수요가 줄면 가격에 영향을 줄 뿐만 아니라, 출구 전략이 어려워질 수 있다. 

투자는 입구보다 출구를 더 생각해야 한다. 

내 투자의 출구는 급매로 살 수만 있으면 해결할 수 있을 거 같았다. 

이런 계산으로 단 하루 18일에 초초급매가 나올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 

확신은 반만 가졌지만, 50%의 확률이면 가볼만하지 않은가!

출발 전에 송도와 그 인근 부동산 사장님들께 연락을 했다. 


" 저 인천 가고 있어요. 조정 지역 전 급매 나오면 저한테 무조건 연락 주세요."


그동안 매물 체크하고, 경매 임장 가서 방문하고, 통화했던 부동산들이었다. 

인천 도착 전에 연락이 올까? 안 올까? 

안 오면 임장 어디 가볼지 머릿속에 동선을 그려보면서 인천대로를 달리고 있는데, 

전화가 왔다. 

느낌도 왔다. 


" 오늘 계약조건으로 시세보다 4천만원 싼 거 나왔어요." 


올 것이 왔구나.


"제가 20분 후 도착하니까 다른 곳에 연락하지 말고 기다려 주세요."


급매가 나왔다고 한 아파트는 경매 입찰을 위해 온 가족이 놀이터 투어를 갔던 곳이었다. 

2천세대가 넘는 곳, 지하철 역세권에 인근에 복합 문화 공원을 개발하는 호재가 있었지만 결정적으로 입찰을 하지는 못했다. 경매 나온 집은 3층이었는데 앞쪽이 놀이터 코앞이었고 큰 나무가 드리워져 어둡고 시끄러웠다. 


그리고, 시세 낙찰이 예상되는 곳이었기에 포기했는데 역시나 시세대로 낙찰이 되었다. 

급매가를 듣고 즉시 확신할 수 있었던 것은, 초고층이었음에도 저층 낙찰가보다 낮았다.



개똥철학, 투자는 짝수로, 두 채 주세요



부동산 도착하자마자, 가계약금 넣을 계좌번호를 알려달라고 했다. 

느낌이 쎄 _ 한 것이 매도자한테 연락이 안 온다. 

한 번에 사겠다고 하니, 사람 마음이 그렇다. 너무 깎았나? 싶었나 보다. 

핑계가 명의는 한 명이나, 공투(공동투자) 물건이라 투자자들과 협의를 해야 한다고 했지만,

돌아온 연락은 앉은 자리에서 300만원을 올린다고 했다. 

예상은 했지만  빠르게 결정을 해야 했다. 

나도 공투 멤버가 있다. 

바로 우리 남편. 

찰나의 카톡을 하며 의사 결정을 정리했다. 


"계좌 즉시 주는 조건으로 ok요. "


투자의 첫 번째 공을 쏘아 올렸다. 


단지에 대한 정보는 있어도 정작 집은 보지도 못했다. 

계약금을 이체하는데 손이 덜덜 떨렸다. 

그러면서도 무슨 똥배짱인지 부동산 사장님께 급매 또 있냐는 소리를 했다. 

아무리 그 단지에 확신이 있었다고 한들 아닌 척해도, 몇 마디 대화에서 초짜 티가 팍팍 났던 나에게 부동산 사장님은 말씀하셨다. 


"방금 우리한테만 나온 거 있는데, 층도 높고 정남향에 앞뒤로 뷰도 탁 트였어요." 


네이버 부동산을 열어서 떠듬떠듬 시세와 급매가를 비교해 봤다. 

시세보다 500만원 더 쌌으니 급매가 아니었다. 심지어 잔금을 내일까지 해야 한단다. 

뭐에 씌어서 확인도 안 했지만, 전세 만기는 2년 가까이 남은 거였다. 


즉!!! 

사자마자 전세 놓고 치고 빠지는 물건이었다. 

(But 이 매물은 3년 투자 인생에서 가장 높은 수익을 안겨주었다. 12번에서 써보겠다.)

누군가 말했다. 부동산은 나보다 바보한테 파는 거라고.. 

나는 기꺼이 그 바보가 되었다. 


나에게는 투자는 짝수로 한다는 개똥철학이 있었기 때문이다. 

첫 투자에, 그것도 하루에 아파트 두 채라니 엄마한테 등짝 스매싱을 당해도 싸다. 






등기권리증도 모르면서 소유권이전 셀프등기를 한다고?


하루 만에 인천을 또 가야 했다. 

셀프 법인설립에 이어 소유권이전 등기도 셀프로 해봐야 하지 않겠나? 싶었고

결정적으로 우리집 공투남 (공동투자자 남편의 줄임말) 이 "연정이라면 할 수 있어."라고 했다. 나를 아주 잘 다루는 말이다. 

부동산에서 잔금 계약을 하고 셀프 등기를 한다니까, 애송이 호구가 혹여나 서류 또는 절차 누락으로 등기를 못하게 되는 사태를 사장님이 계속 걱정하셨다. 

걱정마시라고 하고, 부동산을 나온 것이 오후 3시


소유권 이전 셀프 등기의 방문 순서는 구청 세무과 > 은행 > 등기소


3시간이면 넉넉할 줄 알았다. 

하지만 불길한 예감은 한 번도 틀림이 없다


구청 세무과부터 내가 어설프게 알아온 내용에서 계속 더해지는 것이 많았다. 

미리 작성해서 프린트로 뽑아 왔으면 간단했을 것을 전날 계약하고(것도 두 건을) 저녁에 들어가 흥분이 가라앉지 않은 채로 아침에 등기하러 나와야 하는 일정이라 준비할 시간도 없었고, 블로그들 보면서 정리를 하는데 내용 이해도 다 못했다. 


일단 가서 해결해 보자는 마음으로 왔는데, 생각보다 해결해야 할 것이 너무 많았다.

취득세 신고서를 쓰는데 왜 이리 글씨는 계속 틀리는지 두 줄 긋고 다시 쓰고, 첨부터 다시 쓰기에는 위에 썼던 걸 다시 쓸 시간이 없어서 그야말로 누더기 같은 신고서를 제출했다. 

그 외에 준비한 서류와 금액이 맞는지 담당 공무원분께 하나씩 확인하면서 적었다. 

부동산 이용 계획서는 준비를 안 해가서 부동산 서식을 찾아서 그 자리에서 작성하고, 구청 프린터에서 출력해야 하는데 줄이 왜 이렇게 길었을까.. 

정말 영원과도 같은 시간이었다. 



나에게 허락된 3시간 중에 구청에서만 1시간 30분을 썼다. 

겨우 취득세 영수증을 발급받고, 등기소로 출발했다. 

보통 은행이 구청안에 있으니 이제는 잘 해결될 일만 남았다고 생각했으나 금요일 퇴근 시간이 다가오면서 인천의 좁은 도로들로 차량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등기소에 도착한 것이 5시 (등기소 마감은 6시)

부동산 소유권이전 등기 신청 후 7일 이내 등기권리증이 발급되면 직접 수령하러 재방문하는 방법과 우체국 등기로 받는 방법이 있는데, 등기로 받으려면 서류봉투와 선납된 등기 우표가 필요했다. 

그때의 내가 그런 디테일을 챙겼을 리 없었다.

등기소에 출장 우체국이 있는 곳이 많은데, 운명처럼 인천 등기소에는 없었다. 

다시 시동을 걸어 우체국 갔다 등기소로 돌아온 시각 ...



오후 5:45분 .. 

등기소 마감 15분 전..

주차장은 만차..

등기소 앞은 주차금지구역..


나는 1초의 고민도 없이 주차금지구역에 차를 버렸다. 

왜냐면 3시간 동안 단 한 번도 이 일이 잘 못된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나는 해낸다, 할 수 있다는 말을 주문처럼 중얼거렸다. 

등기소 입장 시각이 5:50분

등기 신청을 하러 가면 1차로 서류 검토를 하시는 직원분이 계시다. 

(위에서 등기권리증을 우편으로 수령하려면 우체국 다녀오라고 알려주신 그분)

하나씩 필요 서류를 불러 주시다가,




직원분 : 등기권리증 주세요.

나: 그게 뭔데요?

직원분: 등기권리증도 모르고 등기를 치러 오는 사람이 어딨어요? 집문서요!!

(이날 구청에서부터 귀인을 많이 만났는데 등기소에서 만난 이 분은 가장 귀한 분이었다.)


" (준비한 모든 서류뭉치를 드리며)여기서 필요한 거 찾아주시고 이제부터 제가 어떻게 하면 10분 안에 

등기를 할 수 있는지만 알려주세요

선생님.. 도와주세요."


아직도 방금 겪은 일처럼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몇 초쯤 직원분은 나와 눈을 맞추고 가만히 계셨다. 

그러더니, 

취득세 납부도 안 했으니 은행부터 가세요. 2층. 

가서 납부하고 다시 나한테 와요. 

신고서랑 누락된 사항들 내가 적고 있을게. 내가 대신 적어도 되죠? 빨리 가요 빨리!

나는 달려가면서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빨리 올게요 ~ 

은행에 내가 등장하니 이 시간에 무슨 일? 다들 어리둥절하게 나를 쳐다봤다. 


"오늘 안에 등기를 해야 해요. 도와주세요."


취득세 영수증 제출하고 인지세와 등록세도 냈다. 

천만다행인 것은 국민주택채권 금액은 정확하게 계산해간 것이다.  매입 후 즉시 매도를 하고 모든 영수증을 챙겼다. 

(*주택도시 기금 사이트에서 주택 시가 표준액 확인 후 채권 매입액 계산)


뛰어 내려가 다시 만난 귀인, 

준비해 주신 서류 뭉치를 건네주시며 등기 신청 접수처로 뛰라고 했다.


5시 58분 


퇴근 준비를 하시던 직원분은 서류 검토 후, 접수되었고 문제 있으면 연락이 갈 거라고 안내를 받았다.

나는 일단 접수만 되면 된다고 얼마든지 보완하겠다고 했다. 

접수처를 나와서 나의 귀인을 찾았는데, 퇴근하셨는지 뵐 수가 없었다. 

다리에 힘이 풀려서 쓰러질 거 같았다.

다행히 주차금지구역에서 견인되지 않은 차가 나를 기다려주고 있었다. 

단속 사진이 찍혔을까 싶었지만 등기 접수했으니 이내 모든 것이 괜찮아졌다. 


눈에 보이는 스타벅스로 들어갔다. 

너무 긴 이틀이었다. 

살면서 겪은 수많은 '처음'중에 오래도록 간직할 추억이 되었다. 



오직 할 수 있다고만 생각한 10초를 1080번 되뇌며

진이 다 빠져 주저앉았다.

해냈다.


그날, 그 시간의 일기 - 엘샹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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