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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미화 Mar 12. 2024

위악적인 것들

고통에 찬 달팽이를 보거든 충고하지 마라.
스스로 고통에서 벗어날 것이다.
너의 충고는 그를 화나게 하거나 상처를 줄 것이다.
하늘 선반 위로 제자리에 있지 않는 별을 보거든.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거라 생각하라.
더 빨리 흐르라 강물의 등을 떠밀지 마라.
 풀과 들, 새와 바람, 그리고 땅 위의 모든 것처럼
강물도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
시계추에게 달의 얼굴을 가졌다 말하지 마라.
너의 말로 그의 마음이 상할 것이다.
그리고 네 문제들로 너의 개를 귀찮게 하지 마라.
개는 개만의 문제들을 가지고 있으니까.
-장 루슬로



아줌마 셋이 월요일 아침부터 수다를 떤다.

대화주제는 늘 같은 곳을 뱅글뱅글 맴돈다.

아이들에 관한 것. 그리고 고민.



오해는 쉽고 이해는 어렵다고 했다.

친한 사이일수록 생기는 위험한 오해,

솔직함을 빙자한 배려 없는 말,

때때로 위악.



‘너는 나를 알기 때문에’

‘내가 원래 그렇잖아’

‘미안한데, 솔직하게 말해서 별로야.’

‘너만 안 좋은 거 아니고 다 똑같아’

‘그렇게 하지 말자’



중용이 미덕이라 했거늘, 그 짧은 대화 속에서 위선과 위악이 미친년 널뛰듯 한다.

아니다. 솔직히 말해서 친하다고 생각해서인지 위악적인 면모가 조금 더 두드러지는 것 같다.


어설픈 위선은 금방 들통날 뿐이다. 그래서 오히려 짐짓 나쁜 척, 강한 척하며 ‘세상 사람들 다 사는 거 똑같다 너만 그런 거 아니다.’ ‘가만히 있지 말고 원인을 찾아서 고쳐라.’라는 오지랖 가득한 조언, 충고를 한다. 공감능력제로에 참으로 배려 없는 말이다. 어디 가서는 위선을 떠는 나란 사람.



노자가 그랬던가. 아는 사람은 말하지 않고, 말하는 사람은 알지 못한다.

그리고 누군가를 가르치려 들지 말라.



그냥 묵묵히 들어주는 것도 능력인가 보다. 오늘은 참아야지 하면서도 꾹꾹 누르지 못한 배려 없는 내 생각들이 결국 입 밖으로 튀어나와 마주 앉은 지기의 마음을 찔렀다.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 감정을 내가 바늘로 찔러 버렸다. 눈시울이 붉어지는 걸 보고 나서야 내 오지랖도 참 지랄 맞다 싶었다. 오늘은 좀 들어주지.


한껏 쏟아낸 감정들이 흩어져 옅어진 때쯤 언제나 그랬듯, 옛날이야기로 돌아갔다.

성격도 환경도 제각각이던 우리가 어떻게 이렇게 가식 없는 사이가 됐을까.




옆에 있던 지기가 슬며시 말한다.

“나는 쟤 첫인상이 그다지 좋지는 않았어.”



나도 보탠다.

“나는 만날수록 별로야.”



나머지 지기가 마무리한다.

"날 만난거 영광인 줄 알아 이것들아."



셋다 동시에 터지는 웃음. 위악적인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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