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노미화 Mar 21. 2024

 견디는 말 혹은 인생의 주문


누군가를 지켜내는 순간, 인간은 가장 강해진다.
그 일이 너무나 아프고 쓸쓸한 일이어도,
설령 자신의 생을 내어주는 일일지라도,
그 순간 우리 삶은 비로소 가치를 얻는다.
<인생은 조금씩 어긋난다> 박애희


  너무나 아프고 쓸쓸한 일이어서 강해질 수밖에 없었다고. 시련과 역경 뒤에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성공과 같은 진부한 말이려나. 유약한 내가 누군가를 지킬 수 있을지 의심하고 고민하며 해답을 찾기 위해 삶을 더듬거렸다.


 돌아보면 내 인생의 경로에 변화가 찾아올 때는 언제나 마음에 구멍이 날 정도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난 후였다. 남들은 알지 못하는 큰 구멍들.


 내색하지 않아서 그렇지, 넘어지고 다치고 무너지는 날들이 많았다. 결국 털고 일어나야 하는 것은 내 몫이란 걸 오래전부터 이해했다. 누군가에게 털어놓은 '나의 힘듦'은 '나의 약점'으로 돌아왔다. 타인에게 감정을 쏟아내는 일 또한 타인을 쓰레기통으로 만들어버리는 일이며, 그렇게 한다고 해서 내 마음이 나아지는 것도,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었다. 가면을 쓰고 다시 희희낙락거리는 것도 기 빨리는 짓이었다.  애초에 누군가의 손을 잡고 일어서기란 힘들었다.


'부정적인 감정이 날 자빠뜨리면, 그냥 그대로 납작하게 엎드려있자. 시간이 해결해 준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적어도 나는, 견디는 시간이 나름 최선의 해결책이었다. 어쩌면 나를 지켜내는 것이 살면서 가장 힘든 일일수도 있겠다. 그런 의미에서 '이 또한 지나간다'의 주문은 참 잘 먹혀든다.


주문하나를 더 추가해 본다.


'그만하면 잘하고 있어.'




매거진의 이전글 모든 것은 나름의 속도로 온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