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OJO Oct 25. 2023

나의  사랑  나의 중국어

이얼산스우리오치빠……

2004년 7급으로 승진하면서 인천으로 발령이 났다. 첫 근무부서는 공안부였는데 그때만 해도 중국 어선들이 우리나라의 배타적경제수역( , 약칭 EEZ(exclusive economic zone) : 1982년 해양법에 관한 국제연합 협약(1982 United Nations Convention on the Law of the Sea)의 규정에 근거하여, 영해기선으로부터 최대 200해리까지의 해역으로 영해를 제외한 해역을 말함)에서 허가받지 않고 불법어업을 자행하는 행위가 극심했고 이에 해경에서 밤낮으로 감시와 더불어 불법조업 어선을 나포했다.


그러나 실제로 나포된 어선의 숫자는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았다. 몇백 척의 어선이 동시에 우리 어업구역을 침범하여 어업을 행하다가 해경의 추격에 도망가는 어선이 많았고, 체포에 대항하여 격렬하게 저항하는 선원들도 부지기수였다.

급기야 2011년에는 불법 조업하는 중국 선원을 체포하기 위해 배에 올라가 외부 갑판에서 저항하는 선원 8명을 제압하고 조타실에서 저항하는 선원을  체포하는 과정에서  해양경찰관이 선원이 휘두른 칼에 목숨을 잃는 참극이 발생하기도 했다. 해경에서는 보통 선박 1척을 나포하게 되면 선장, 기관사 등 3명을 구속하여 송치했다.


송치된 후 선장부터 차례대로 조사를 해야 했는데 그때마다 중국어 통역사를 조사에 참여시키고 조사를 진행했다. 내가 한국어로 질문을 하면 통역사가 중간에서 중국어로 통역하여 묻고 선원이 중국어로 대답하면 한국어로 번역하여 나에게 불러주는 방식으로 조사가 진행됐다.  처음에는 생소했지만 자꾸 반복되다 보니 어느 순간 내 입에서도

‘你好(니하오,안녕하세요)’

‘吃饭了吗?츠팔러마,밥 먹었습니까?)’라는 중국어를 유창하게(?) 할 수 있게 되었다.    

  

나는 서서히 중국어의 매력에 빠져들었고 그러던 어느 날 그동안 손때가 묻은 영어 책들을 모두 쓰레기통에 던져 버렸다. 만나기 위해 헤어짐이 필요한 것처럼 매우 아름답지 못한 방식으로 영어와 결별을 선언한 것이다.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해도 중국어를 듣고 있으면 기분이 맑아졌다. 중국어의 성조를 따라 좀 더 집중해 들으면 옹달샘 옆으로 난 깊은 산 골짜기를 무념무상 속에 걷고 있는 기분이었다.  마치 바다에서 물고기가 햇살을 받으며 팔딱팔딱 점프를 하듯 중국어에서는 그런 생동감이 느껴졌다. 것이 성조때문이었는지.  



통역사가 중국어는 발음, 성조가 아주 중요하고 또 한편으로 그래서 배우기 어렵다고 했다. 나는 즉시 가까운 중국어학원에 등록했다. 새벽 6시부터 7시까지 한 시간 동안 수업을 듣고 출근했다. 학원 수업을 받고 조사를 하니 그전보다 훨씬 중국어에 흥미가 느껴졌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는 법. 다음 해 4월 운 좋게 대학에시약 4개월 기초반을 수강할 기회를 갖게 되어 성조와 발음 등 기초를 확실히 잡을 수 있었다.  

    

‘후회하지 말고 지금 당장 시작하라’     


내가 가장 아끼는 철칙이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우리는 종종 무언가 시작하는 것을 두려워한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시간이 없어서. 준비가 덜 되어서. 돈이 없어서. 시작할 수 없는 핑계는 헤아릴 수 없다. 그러나 일단 시작해서 가다 보면 길이 나고 길이 보인다. 한 번뿐인 인생이기에 망설이고 주저할 시간이 없다.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지금 바로 시작해야 한다.   바로 지금!           

작가의 이전글 두드려라. 그러면 열릴 것이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