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OJO Oct 30. 2023

유학시험이 가장 어려웠어요

어느 정도 중국어에 자신감이 붙자 2006년부터 유학시험 준비에 돌입했다. 우선 중국어능력시험인 hsk에 응시하고,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출제하는 flex에도 정기적으로 응시했다. 나의 객관적인 실력을 확인하는 것이 필요했고, 이 시험에서 어느 정도 가능성이 있어야 유학시험 통과도 예측해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첫 시험 점수는 형편없었다.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실망스러웠다. 큰 소리 읽기로 발음과 성조는 잘 잡았지만, 문법, 단어, 읽기 실력은 아직 형편없었다. 그래도 도전은 멈출 수 없었다.      


2007년 처음으로 유학시험에 응시했다. 

외국어대학교에서 치른 첫 시험인데 생각보다 잘 봐서 혹시나 하고 합격을 생각해 보았다. 그해 추석을 며칠 앞두고 합격자를 발표했는데 3점 차이 2등으로 아쉽게 고배를 마시고 말았다. 어는 시험이든 마찬가지겠지만 막상 떨어지고 보니 한동안 마음을 추스르기 힘들었다. 추석을 쇠기 위해 시골로 내려갔지만 연휴 내내 마음이 우울했다. 그렇지만 첫 도전에서 거의 합격에 가까운 점수였기에 너무 실망하기에는 일렀다.  

    

추석을 쇠고 다시 중국어 공부에 매진했다. 점심시간이면 회사 옥상에 올라가 큰 소리로 읽기 연습을 계속하고 퇴근하면 문법, 듣기에 열중했다. 해가 바뀌어 다시 응시원서를 제출했고 자신감 있게 시험에 응시했으나 이번에도 역시나 2등으로 고배를 마시고 말았다. 2009년도 마찬가지 결과였다. 그때서야 매년 응시 때마다 대학에서 중국어를 전공한 고수가 나타난다는 사실을 알았다. 과연 내가 이렇게 기약 없이 유학공부에 매달려야 하는가. 불안감이 엄습했다.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 보았다. 결론은 그래도 포기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브레이크가 고장 난 것처럼 이제 멈출 수가 없었다.     

 

 대학 때 중국어를 전공한 사람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 언어만큼은 전공이 아니어도 자신 있었는데. 막상 시험에서 연 2회 떨어지고 보니 공부에 집중하기가 어려웠다. 조국과 민족을 위해 애 셋을 낳고 보니 공부할 시간이 거의 없었고 퇴근하면 애들 보다가 지쳐 책상 앞에 쓰러져 잠이 들기 일쑤였다. 아내한테도 미안하고, 애들한테도 너무 많이 미안했다. 공부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지만 올해가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이를 악물었다. 이번에도 낙방하면 미련 없이 그만두겠다고 스스로에게 선전포고를 하고 기약 없는 길을 나섰다.          

梦想成真멍시앙청전꿈은 이루어진다)     

2010년이 밝았다. 중국어 공부를 시작한 지 어언 5년 유학시험 도전 4번째 해였다. 발음, 성조가 좋아(?) 중국에서 유학하고 왔냐고 묻는 사람도 많았다. 그때마다 ‘아니오. 지금 중국시험 4 수생입니다.'라고 속으로 대답했다.

다시 시험일, 서울외국어대학교 시험장으로 2시간 일찍 출발했다. 9시 15분까지 입실이기 때문에 시간은 충분했다. 그런데 청량리를 지날 무렵 사달이 났다. 열차 사정으로 잠시 멈춘다고 하더니 도대체 출발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전철을 잘못 탔었나 싶게 시계를 보니 거의 9시가 가까워 오고 있었다. 꿈인가 했는데 현실이었다. 앞뒤로 왔다 갔다 어찌할 바를 몰랐다. 여기서 내려 택시를 탈까 생각하다가 머리가 하얘졌다. 어디에 하소연을 해야 한단 말인가. 지금 시험장에 들어가야 할 시간인데.       


서서히 전철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내 호흡도 다시 살아났다. 만반의 준비를 했다. 회귀역에 도착하는 순간 빛의 속도로 질주할 생각이었다. 작년, 재작년 시험 보러 왔을 때는 터벅터벅 걸어갔던 길이었다. 전철이 멈추고 문이 열리는 순간 흡사 날치기범처럼 쏜살같이 달리기 시작했다. 여기저기서 나를 쳐다보는 눈빛들. 그냥 달려야 했다. 이번이 마지막 시험이니까. 일단 입실 시간에 맞춰야 한다. 숨 한번 쉬지 않고 달려 교실로 뛰어 들어갔다. 가쁜 숨을 돌릴 틈도 없이 시험이 시작되었다. 숨을 헐떡이며 문제를 풀어 가는데 집중이 잘 되지 않았다. 시간이 어떻게 지나가는지도 모르게 시험이 끝났다. 온몸에서 힘이 빠졌다.      


시험을 마치고 아까 뛰었던 그 길을 찬찬히 걸었다. 몇 번이나 길옆에 있는 사주 보는 집을 들어가 볼까 하다 지나쳤다. 이렇게 나는 중국과 이별하는가. 그동안의 미안함을 만회하기 위해 애들과 많은 시간을 보냈다. 마음 한편에서는 이번에도 안 된다면 한바탕 지독한 짝사랑이었다고 믿고 중국어를 놓아주겠다고 마음먹었다. 발표일이 다가오면서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답답함이 밀려왔다. 드디어 발표일.      

‘합격입니다’ 그렇게 5년간의 주경야독이 끝이 났다. 집사람에게, 애들에게 뭔가를 보여줬다는 생각에 그리고 유종의 미를 거뒀다는 생각에 나 자신에게 “谢谢(씨에씨에,고맙다).”라고 말했다.               

작가의 이전글 이중주차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