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만들기에 대한 아이디어가 샘솟고 있다.
화이트데이에는 자몽 껍질과 얼그레이 찻잎을 이용해 다크 초콜릿을 만들기, 펠트로 책표지 가림용 책 파우치 만들기, 투명 폰케이스의 뒷면에 아크릴 물감으로 그림 채우기 등등 여러 가지 생각을 하고 있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마트에서 커다란 자몽 하나를 사왔다. 다 먹고 나니까 이대로 껍질을 버리기가 아까웠다.
자몽 껍질을 깨끗하게 닦아낸 다음, 얇게 썰어서 접시에 펼쳐놓고 그대로 전자레인지에 10~30초씩 돌렸다.
마른 껍질을 물에 타서 차로 마시고는 있었지만, 왠지 한라봉이나 감귤 초콜릿처럼 자몽 껍질을 이용한 초콜릿을 만들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그레이 티와 초콜릿을 페어링으로 먹는 것 말고 '아예 찻잎을 빻아서 초콜릿 안에 넣는다면 어떨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집은 단 걸 먹지 않으니까 없는 견과류 대신 생각한 게 바로 자몽과 얼그레이였다.
내 상상으로는 달지 않고, 적당히 상큼하고, 씁쓸하며, 베르가못 향이 은은하게 맴돌아서 다크 초콜릿 특유의 쓰고 텁텁한 향을 부드럽게 감싸주는 맛과 향이었다.
내 상상처럼 맛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일단 만들어 보기 위해 초콜릿을 사왔다.
책 파우치는 내가 읽는 책이 뭔지를 보여주고 싶지 않아서 사고 싶다고 생각만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문득 '이번에는 만들어 보자'라고 생각하게 됐다.
펠트로 만들기 위해 재료를 사왔고, 모자란 길이는 옷수선 테이프를 이용해 붙여서 길이를 늘리고, 바느질을 해서 튼튼하게 만들 생각이다.
앞표지, 뒷표지에는 영어로 자수를 놓을 거고, 안쪽 책등 부분에는 펜을 꽂을 수 있는 고무줄을 배치해서 바느질 할 것이다.
날개 부분에는 포켓을 배치해서 포스트잇이나 지우개 등을 넣을 수 있도록 하려고 한다. 날개에 포켓을 달고자 하는 이유는 포켓을 날개에 달아야 겉으로 티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자수의 디자인은 이미 그려둔 상태다. 망해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며 가볍게 만들어 보려고 한다. 어차피 나만 쓸 거고, 책으로 덮여지면 안 보일 부분이기 때문이다.
다음으로는 생일 선물로 받은 투명 폰케이스에 그림을 그려보려고 한다.
무슨 그림을 그릴지도 어느 정도 생각해 놓았다.
하나는 데이지, 다른 하나에는 우주를 그리려고 생각 중이다. 하지만 그림이 달라질 수도 있다. '우주는 너무 많이 그렸으니까 이번에는 바다를 그릴래' 하고 당장에 변심할 가능성이 있으니 그때 가서 마저 생각하려고 한다.
또, 펠트지로 솜인형을 만들 생각으로 그림을 그려둔 것도 있다. 언제쯤 만들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언젠가는 만들 거라는 생각으로 그림을 잘 저장해 두고 있다.
뭘 이렇게 계속 만들고 싶어하는 건지 모르겠다.
헤어핀이 만들고 싶어져서 부자재 사이트를 둘러보며 장바구니에 넣어두고 대기하는 중이다. 위에 써둔 것들 먼저 다 만들고 나서 만들 생각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무언가를 만들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고, 그 안에는 땔감이 계속 생겨나는 모양이다. 어디서 그렇게 계속 솟아나는지는 나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