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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덕후감 Feb 25. 2024

열 번째 - 화음도 해내고 만다

응원법에 흔히 들어가는 게 아이돌 멤버들의 이름, 팀 이름과 노래 제목, 끝 글자 돌림, 구간 따라 부르기, 함성 등등이었던 것 같다.


처음에는 그것조차 타이밍이 맞지 않아서 힘들었는데, 좀 따라가겠다 싶어질 때쯤부터 응원법에 화음이 생기기 시작했다.


화음의 키를 못 잡고 멍한 표정으로 "이걸 어떻게 하라는 거야..." 라는 말도 잊은 채 멈춰있기를 반복했었다.


영상을 틀어놓고 열심히 따라는 해보지만, 틀릴까봐 걱정되고 그걸 들을까봐 무서운 마음에 소리조차 제대로 내지 못했다. 집이고, 방 안인데도 누군가가 들을까봐 목소리까지 같이 숨어버린 것이다.


그 결과, 나아진 게 하나도 없었다. 억울한 마음도 있긴 했다. "이렇게 어려운 걸 노래도 배운 적 없고, 화성학은 더더욱 모르는 사람에게 음만 알려주고 해보라고 하다니..." 라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막상 음악방송에서 들리는 팬들의 목소리에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다.


응원법 영상에서 들었던 음을 내는 팬들의 목소리가 아이돌의 목소리를 만나 더 아름답고 풍성한 소리로 변하는 게 순간 숨을 쉬는 법도 잊게 했다.


정말 저런 소리를 낼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계속 소리내며 불렀던 것 같다. 나도 저 순간을 함께 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부르다 보니, 웅얼거리며 입 안을 맴돌던 소리가 또렷하게 나오기 시작했다.


소리가 나오고 나니 그 음에 맞춰야겠다는 생각으로 음을 올렸다 낮췄다 하며 조절하다 보면 맞는 음이 나오게 된다.


그러다 보면 그 음의 언저리 어딘가로 시작해서 마지막에는 그 음을 제대로 내거나 가장 비슷하게 내는 정도로 끝이 나곤 했다.


그렇게 한 곡의 화음 구간 응원법을 끝내고 나니, 쾌감이 휘몰아쳤다. "내가 이걸 해내다니...!!" 라는 생각에 짜릿함을 만끽하고 있으면, 아이돌이 또 컴백을 하고 이전의 화음보다 더 어려운 화음 응원법을 가지고 오는 상황이 발생한다.


저번 응원법보다 어렵다는 말에 겁부터 먹고 듣다 보면 확실히 어려워서 한숨을 쉬려다 입을 꾹 다물게 됐다.


또 엄청난 소리가 나올 거라는 걸 안 이상 어려워도 어쩔 수 없다는 생각에 다시 음을 내기 위해 연습하고 부르고 부르기를 반복했다.


결국에는 어렵다는 화음도 해내고야 만다. 이런 식의 화음이라면 나중에는 합창단도 되겠다고 생각했는데, 그 아이돌이 예능에서 응원법 만든 걸 들고 나왔을 때 한 말에 놀랍다는 탄식과 웃음이 동시에 튀어나왔다.


정말 합창할 수 있는 곡을 만들고 싶어하는 것 같았다.


그렇게 화음 연습을 하고, 부르고 또 부른 탓인지는 몰라도 이젠 노래방에서 노래를 부르다가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이 부르는 차례에서 화음을 넣고 있는 내가 있게 되었다.


응원법도 아니고, 정식으로 교육 받은 것도 아닌데 이제는 화음을 어떻게 내야 될 지를 스스로 터득한 것 같았다.


그 아이돌의 이름은 비투비(BTOB).

비투비의 응원법은 화음이 예술이고, 일단 한 번 보기 시작하면 비투비의 팬덤 이름이 왜 멜로디인지 알 수 있게 된다.


어려워도 해낼 수 있다는 건 그만큼 사랑한다는 뜻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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