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일에 충성하라
쿠팡 물류센터에 나간다. 올 1월부터 시작했다. 1월엔 10일, 2월엔 12일, 3월엔 매일 나가고 있다.
마흔다섯 나는 중장년이다. 청년을 위한 취업 프로그램이 있듯이 중장년을 위한 재취업 프로그램도 있지만. 중장년의 재취업은 대개 기존 커리어를 이어 나가야 한다.
스무 살에 조울증에 걸려, 13년 반 만에 영어교육과를 졸업하고, 초등학교에서 비정규직 교사를 잠깐 했지만, 결국 전공을 살리지 못했다. 여러 시도를 해 보았지만. 아버지와 귀농을 했다가. 동생 회사에서 일하다가. 나왔다.
작가의 꿈은 변함없고, 글은 계속 쓰지만, 아직 첫 책을 내지 못했다. 작가가 되고 싶지만, 작가가 되지 못할지도 모른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쿠팡 물류센터였다. 처음에는 근무 신청을 하면 절반 정도 확정이 되었고, 지금은 매일 나간다. 지난 일요일에 이주 금요일까지 이번 주 근무가 이미 선확정이 되었다. 이미 다음 주 월화 근무 선확정 통보를 받았다. 일용직이지만 월화수목금 주 5일 매일 나간다.
이번 주는 상대적으로 쉬운 일을 했다. 내가 선택하는 것은 아니다. 매일매일 아침 조회 때 불려 가는 곳으로 간다.
지극히 작은 것에 충성된 자는
큰 것에도 충성되고
지극히 작은 것에 불의한 자는
큰 것에도 불의하니라
(누가복음 16장 10절)
상대적으로 작은 일을 맡은 날이 있다. 나와 같은 경우에는 일이 많은 날보다 적은 날이 더 불편하다. 처음에는 더 그랬다. 날이 갈수록 무뎌진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작은 일을 맡아 일이 없는 날에는 가만히 있는 것도 일이다. 모든 일은 의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