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는 일요일이다. 쿠팡 물류센터에 다닌 지 1년이 넘었다. 쿠팡 물류는 365일 밤낮으로 돌아가, 주말에 일하기도 하고, 주중에 쉬기도 한다. 간만에 토요일 일요일 연속으로 쉬는 주말이었다. 토요일엔 아내와 아들과 원마운트 스노우파크에 갈까 하다가, 아내 스케줄도 있고, 나도 글을 쓰고 싶어서, 도서관에 가서 하루 쉬었다. 일요일 오전 교회에 갔다가, 오후엔 아내와 아들과 시간을 보냈다.
네팔 아내 에미마가 틱톡을 보여주며 여기 카페에 가자고 했다. 수원에 있는 카페다. 트레저가든이라고 생화 장식과 넓은 공간 그리고 맛있는 빵이 인상적인 베이커리 카페다. 나와 아내는 아메리카노를 마시고, 아들은 한라봉티를 마시고, 맛있는 빵을 같이 먹었다. 카페에서 3만 원이 나왔는데 평소 이런 카페에 안 가고 못 간다. 보통 스타벅스나 메가커피에 간다. 특별한 날 또는 특별한 카페가 있는 날. 특별히 가고 싶은 카페가 있고. 아내와 아들과 특별한 카페에서 좋은 시간을 보내고 싶은 날. 오늘이 그런 날이었다.
카페 갔다 돌아오는 길에 아내가 다이소에 가자고 했다. 우리 집 근처에 다이소가 두 군데 있다. 하나는 3층 단독건물이고, 하나는 스타필드 지하 2층에 있다. 아내는 아무 데나 가자고 했고, 나는 스타필드 다이소로 갔다. 일요일의 스타필드는 역시 차가 많아 피곤했다. 오늘의 스타필드 행은 다이소 한 곳만 찍고 돌아오는 것이었는데.
스타필드에서 나와 추어탕 집에 갔다. 우리의 단골집인데, 스타필드는 복잡하고 비싸고 많이 기다려야 해서, 식사는 먹고 들어가거나 나와서 먹을 때가 많다. 우리동네 스타필드라고 생기면 자주 갈 것 마냥 들떴었는데, 실제로 자주 가지는 못한다. 집에서 가장 가깝고 가장 훌륭한 쇼핑몰이지만, 우리가 가장 많이 가는 쇼핑몰도 아니다. 우리 스타일이 아니라서가 아니라, 아직 우리 경제 수준에서 자주 가지 못한다. 가서 스타벅스 한 잔 마시고 오기엔 약만 오른다. 나는 아이쇼핑도 즐거운데, 아내는 살 수 없으면 눈으로만 보는 것은 좋아하지 않아서. 다섯 살 요한이는 다 좋다.
1일 1글이 요즘 목표다. 스스로 작가라 생각하는 나는 작가다운 글을 써야 하는 강박이 있다. 아니 있었다. 올해 들어 그 강박이 없어졌다. 그건 글을 쉽게 쓰자고 마음을 비워서만은 아니고. 올해 들어 글이 쉬워졌다. 나만의 착각일 수도 있다. 글의 엣지가 생겼다. 나만의 확신일 수 있다. 브런치 작가였지만, 작가를 꿈꿨지만, 나는 아직 내가 작가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첫 책도 나오지 않았고, 아직 글이 돈이 되지 못하고. 그렇게 생각을 해왔지만.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어떤 변화도 없지만, 이제 나는 나를 작가라고 생각한다. 누구랑 비교해서가 아니라, 나의 글이 이제는 작가의 글이라고 각성했다.
매일 힘을 줘서 쓸 수는 없다. 쿠팡에 다니고, 가정생활을 하며, 시간을 쪼개 글을 쓰기 때문에. 또 주말에 쉬는 날이라도 쉬어야 하기 때문에 글에 힘을 줄 수 없는 날이 있다. 책 읽고 글 쓰러 도서관에 가는 날도 충전이 필요한 날이라서 글에 힘을 줄 수 없는 날이 있다.
오늘이 그런 날이었다. 올해는 작가로서 각성을 한 해이지만, 오히려 글쓰기에 힘이 빠졌다. 매일 글을 쓰지만, 매일 힘을 다해 글을 쓰지는 않는다. 힘을 다해 글을 쓰지 않는다고 해서, 그 글의 품격이 떨어지는 것도 그 글이 의미가 없는 것도 아니다.
매일 무거운 글만 골몰하고, 때때로 가벼운 글을 쓸 줄 모르면, 꾸준히 글 못 쓴다. 매일 글 쓴다는 것에 대해 긍정과 부정이 있는데, 부정적 의견은 글의 질이 보장이 되느냐이다. 그런데 말이다. 구독자를 붙잡기 위해서는 발행 빈도가 중요하다. 브런치는 1일 1글 그 이상도 필요 없다. 1일 1글이 딱 좋다. 물론 그것도 해 보면 결코 쉽지 않다. 그 꾸준함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어떤 날은 가볍게 글 쓸 줄도 알아야 한다. 가볍게 쓴 글도 충분히 훌륭한 글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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