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르겠다.
매우 바쁜 와중에도 외로움이란 문 앞에 기다렸다는 듯이 혼자 보내는 시간이 찾아오면 조금 열린 문 틈새로 재빨리 들어오는듯하다.
나는 외로움을 외면하고자 하루하루 바쁘게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서 일하고를 반복했다.
그러다 오늘 열두 시가 넘어 일을 마치고 나니 아쉬워서 맥주와 명란젓을 야식으로 놓고 라라랜드를 틀고 소파에 앉았다. 잠에 들 시간이 훌쩍 지나고 나니 잠도 더 이상 오지를 않는다.
이런 시간이 찾아오면 외로움이란 무엇인지 사랑이란 무엇인지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생각하다 보면 조금은 알듯하긴커녕 너무나 모호하고 추상적인 것이기에 더욱 혼란스러워진다.
잠재적인 외로움에 사묻혀 사랑을 간절히 원했는지도 모르겠다. 그게 뭔지는 모르지만
나에게 있어 사랑은 항상 외로움도 동반했던 것 같다.
애정이 생기면 싸우기 마련이고 서운하기 마련이다.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사랑과는 너무 달라서 괴리감이 들 정도이다.
그냥 편안하고 정적일 순 없는지-
서른이 되고 나서 데이터도 쌓이다 보니 오히려 사랑이 어렵다. 이상적인 사랑과 내가 느껴온 사랑이 너무나 달라서일까.
상대방에 대한 호감보다는 이 사람과 정적으로 사랑을 할 수 있는지 없는지부터 살피고 본다. 그리고 어느 정도 편안하다는 생각이 들면 호감을 갖게 된다.
이 점을 고려했을 때 나는 본능적인 이성에 대한 호감은 더 이상 이성을 볼 때 나의 priority가 아니라는 것이 확실하다.
웃기게도 그렇다고 해서 본능적인 것을 포기했다고는 말할 수 없다. 외적으로 호감이 있어야 대화도 시도하게 되는 것 같다. 그리고 대화는 나한테 매우 중요한 요소다. 나의 감정선을 이해하는 사람과 대화하면 외로움이 해소된다. 공감과 이해받는 것에 목말라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나에게 있어 사랑은 서로 다른 사람이 만나 무한적으로 이해하며 공감해 주는 것일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