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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앞에 당당한 들꽃이 되리라

더이상 고개 숙이지 않겠습니다.

by 지훈쌤TV

그대 힘겨워 마세요.
그대의 모습이
다른 이에게
힘이 되고 있습니다.

-서정윤, <들꽃이 바람 앞에 당당하게 섰으니>

저는 들꽃을 참 좋아했습니다.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에서도 자연의 품에서 스스로 피어나는 꽃.


어릴 적엔 그런 꽃이 되고 싶었습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거센 바람 앞에서도 당당히 서 있는 존재로 살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현실의 바람은 생각보다 거셌습니다.

저를 자꾸 넘어뜨렸고, 속삭였습니다.


“넌 그렇게 살면 안 돼. 세상은 너 같은 사람을 좋아하지 않아.”

“너만 조금 양보하면 모두가 평화로워질 거야.”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저는 들꽃이 아닌 화초가 되어 있었습니다.

누구나 좋은 직장이라 부르는 곳에서 일하며, 누구나 좋은 사람이라 불리는 동료들과 지내며, ‘익을수록 고개를 숙여야 한다’는 말을 진리처럼 믿고 살아왔습니다.


하고 싶은 일이 있어도 쉽게 입을 열지 못했고, 실패가 두려워 도전을 미뤘습니다.

의견을 내야 할 순간이 오면 “지금은 힘들다”는 말을 방패 삼아, 몸을 작게 웅크리곤 했습니다.


답답했습니다.

숨을 쉬는 것조차 벅찼습니다.


조언을 구하면 돌아오는 말은 늘 같았습니다.

“인생은 원래 그런 거야.”

“네가 다 하고 싶은 대로 하면, 가족은 누가 지켜?”


그 말이 틀린 건 아니지만, 어느새 저는 안전한 화분 속에 뿌리내린 채 살아가는 법만 배우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문득 깨달았습니다.

이대로는 제 마음이 자라지 않는다는 것을.


이제는 독서와 글쓰기, 운동으로 어제보다 단단한 내가 되려 합니다.

조금 늦었을지라도, 다시 바람 앞에 당당히 서 있는 들꽃이 되고 싶습니다.


아무도 나를 잘 몰라도, 문득 생각나고, 자꾸 눈길이 가는 그런 들꽃처럼.


어쩌면 그동안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이 그리워질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괜찮습니다.


걱정을 내려놓고, 저처럼 마음속에 같은 고민을 품고 살아가는 어느 골짜기의 들꽃들을 떠올리며, 조용히 노래하듯 글을 쓰려 합니다.


메아리조차 돌아오지 않을지라도, 찾아주는 이가 단 한 사람도 없을지라도, 저는 오늘도 제 생각을 담아 조용히, 그러나 꾸준히 써 내려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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